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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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있다고 믿는가? 믿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덮을 때쯤 분명 마법사는
존재한다고 믿을 것이다. 마법사란 모자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마술사와는 다르다.
변신의 귀재이면서 투명인간이 되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낙엽을 돈으로 바꿀줄 아는
말하자면 부자가 되기로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완전 새로운 종족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류와 똑같은 유전인자를 지닌 인간이고 마법사는
세습되거나 완전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조상중에 마법사가 있다면 확률은 높아지는 정도이다.


 


과거 우리 인간이 저질렀던 '마녀사냥'에서 희생된 마녀들은 사실 거의 마녀가 아니었고
마법사중에 분명 여자도 있긴 하다...가 내가 이 책을 읽고 내린 마법사의 정의이다.
정말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예를 들면 마법사들이 주로 곁에 두는 조력자들-마법사의 존재를
알지만 마법의 능력은 없고 마법사들을 도와주는 사람들-과 같은 눈썰미를 가졌다면 혹시 발견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발달했고 탐지기술이 발달된 요즘에는 더 꽁꽁 숨어버려 찾아내는 일이 더 어렵긴 할 것이다.
1905년 인디언이었던 존의 아들로 태어난 파흐로크는 거의 모든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최초의 마법 '팔 늘이기'기술을 유모차에서 선보이면서 마법사로 태어났음을 알렸다.
마법사들의 기술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씩 익히게 된다. 어떤 기술들은 어린나이에 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하니까 어느 적당한 때가 오면 절로 알게되기도 하고 스승을 만나 깨우치기도 한다.
파흐로크는 운이 좋은 아이였다. 바로 앞집에 슐로스제크 선생이 일찌감치 마법사 아이를 알아보고 기술을 전수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난하던 아이에게 자신이 가진 재산을 아낌없이 나누어주곤 했기 때문이다.


파흐로크는 아내마저도 마법사였던 엠마를 만나 가난하고 처절한 시간이었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아쉽게도 엠마는 파흐로크의 장수를 지켜보지 못하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렸다.
두 사람은 마법사 아이를 간절하게 원해서 계속해서 아이를 낳았고 막내인 요한의 딸인 마틸다가
마법사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예감하고 손녀인 마틸다를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역사를, 그리고 마법사의 역사와 마법의 기술까지 써놓은 12통의 편지를 두 번째 아내이며 마법사인 레일란더와 네 번째 조력자인 발데마르 3세에게 남기고 마틸다가 18세가 되는 이후
전달해주기를 당부한다.

 



파흐로크가 태어나고 자란 시대의 독일은 전쟁을 일으켰고 국민들을 위태롭게 하던 시간이었다.
아무리 마법을 가진 마법사라 하더라도 전쟁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을 지키는 마법을 가지고 있기에 조금 더 안전할 수도 있었지만 파흐로크와
비슷한 시대에 태어나 평생 원수가 되어버린 슈나이데바인은 전쟁보다 더한 위험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원흉의 심복이 되어 파흐로크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파흐로크는 평화주의자였고
살인을 싫어했기에 그를 피해 도망다녀야 했고 평생 슈나이데바인은 그를 위협하고 피해를 주는
악마 마법사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그를 악행을 저지르느라 많은 마법을 연마할 시간이 없었다.


전쟁의 긴 터널을 지나오느라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아내와 아이들과도 떨어져
지내야했으면 전후 가난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파흐호크는 원래가진 전기기술로 돈을 벌거나
어쩔 수 없을 때는 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주 조금씩만.
손녀 마틸다에게 비행기술과 투명기술에 대해 얘기하지만 결국은 어떤 마법사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전한다. 사실 마법사의 삶도 일반 우리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법으로 나를 보호할 수는 있지만 상대를 죽여서는 안되고 가능하면 선한 마법으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율법같은 것도 있어서 거의 모든 마법사들은 선하게 살기 마련이었다.
슈나이데바인과 같은 마법사는 예외이지만.


 


106세에 시작된 편지는 111세에 마무리 된다.
나도 가끔 하늘을 날고 투명인간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곤한다.  정말 이런 마법을 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만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발견되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마법사들은 인류의 불행한 역사가 자신들에 의해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마법사들도 역시 인간인지라 쉽게 힘을 모으기가 힘들었고 결국 역사의 소용돌이속에서
불행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할아버지의 편지를 전해받은 마틸다의 힘있는 한마디는 할아버지 파흐로크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어떤 세대의 마법사들은 위대해지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당신들 또한 그 세대가 한 것처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마법사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입니다."

2030년이 된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다 더 편리해지기는 했겠지만 결코 더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더 많은 간섭과 침투로 인해 인간다움이 파괴되고 멸망이 길이 더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 이에 마법사들이 힘을 모아 인류를 돕는다면 역사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선한 마법사들의 활약으로 우리의 미래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마틸다에게 보내는 파흐로크의 비밀편지가 조그만 불씨가 될 것임을 믿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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