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주말을 맞아 방구석 여행을 떠나 보았다 :)
이집트 여행이라면 인도 여행 만큼이나 굉장한 모험심과 패기가 있어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 편견을 깨끗하게 씻어 준 책이다.
저자인 최돈근 작가님은 대구에서 교사로 근무하시면서 자유여행을 어려워 하는 분들을 위해 항공권 구매, 호텔 예약, 구글맵 사용법 등을 알려주고 싶어 선생님 배낭여행 밴드라는 커뮤니티를 운영중이신 열정적인 분이셨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경험해봐서 짐작할 수 있는데, 그 몫을 제대로 해내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저자가 가진 역량을 세상에 나누려는 모습이, 다소 저질 체력인 내 눈에는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사실 난 아직도 지리나 여행 쪽으로는 여전히 문외한이어서, 이집트에 가면 피라미드 , 스핑크스 , 이집트 박물관 외에 어떤 걸 둘러 볼 수 있는지,
또 인도처럼 위험하고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드넓은 사막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지 노파심이 생겼던 곳이기도 한데, 앞부분부터 그런 선입견을 싹 날려 버렸다.
일단은 무척이나 황홀하고 호화로운 크루즈 여행과 호텔이 책 초반부부터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어 인상적이었고,
사하라 사막 , 다채로운 신전들 , 열기구, 스노쿨링 , 바이크 투어 , 선셋 보트 , 아스완 시장 등등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등이 다양해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필리핀 현지 음식 느낌이 나는 자유분방한 이집트 전통요리 코샤리도 너무 맛나보이고,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지역에서 원없이 보았던 광장과 신전들과도 분위기가 비슷해서 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어느덧 친숙하게 다가왔다.
워낙 사진도 좋고 설명도 교사라는 직업 답게 친근하고 담백하게 풀어놓아서인지 가독성도 좋고 읽기 좋게 한눈에 쏙 들어 왔다.
아래 현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저자가 실제로 현지에 융화되어 즐기는 모습을 둘러 볼 수 있다.
보통 여행지에 가서 굳이 한식을 찾고, 같은 한국인과만 어울리다 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라서 더욱 작가님은 찐이다 싶은 순간이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사촌 동생에게 들은 물담배 얘기가 나오는데, 기억하는 바로는 실제 담배는 아니고 재미로 피우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통해, 일반적인 담배와 다르게 과일이나 꽃잎을 태우면서 비타민을 흡입하는, 건강에 유익한 식품(?)이라는 걸 알고 더욱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건강을 망치는 일반적인 담배는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향긋한 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물담배 이름은 시샤 라고 불린다는데, 시샤 이게 사람의 나이를 알아본다는 건 더욱 신기하다.
젊은이들이 내뱉으면 연기가 잘 나오지만, 나이가 든 사람은 연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 어디 하나에 속하는 것 같지도 않고, 또 속하고 싶지도 않은 내게, 시샤(물담배)가 어떤 진단을 내려줄 지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 <
마치 책 한 권을 읽고 나니, 이집트 여행 다녀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생생하다.
솔직히 어렸을 때 경주 근처에서 살았던 나는 박물관, 전시관만 수학여행으로 주구장창 다녔던지라, 웬만한 유적지 이런 것들엔 학을 떼는 편인데, 역사적인 관점보다는 여행자의 시선에서 현장감을 더욱 살린 책이라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책은 180p 내외로 그리 두껍지 않고, 오히려 실제 페이지수보다 얇아 보이는데도, 꼭 필요한 알짜배기 내용만 체계적으로 알차게 담고 있어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이집트 여행을 떠난 본인의 관점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기 보다는, 여행자의 관점에서 호기심 생기고 궁금할 만한 내용들을 치열하게 고민해서 순서와 내용을 배치한 것 같은 편집력에서 열정과 노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인스타그램 중독자의 당연한 일상인지 모르겠지만, 워낙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이 많아서, 이집트 여행은 늘 차순위에 두었는데,
막상 이렇게 여행지 정보를 하나 둘 익히고 나니, 벌써부터 마음이 간지러워진다. 기회가 되면 노후에는 한 달에 한 번 씩 나라를 바꿔가며 살아보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
그 여행지 버킷리스트에 이집트 여행을 담게 되는 순간이다.
특히 피라미드 같은 경우, 우리가 대개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훨씬 더 웅장하고 거대하다는데, 책을 읽다 보니 실제로 더욱 보고 싶어진다.
또 책에는 여행 경로도 단정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한눈에 보기 쉽고, 꿀팁들도 중간중간에 풀어주셔서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이집트 여행을 한층 가깝게 느껴지도록 도와주고, 실제 여행에서 쓸 만한 유용한 정보도 많았다.
책에는 계절별 온도 정보도 기재되어 있는데, 봄~가을도 40도를 넘지 않을 정도라 의외로 뜨겁지 않은 나라라는 데에서 또 한 번의 편견을 깼다.
그치만, 나는 워낙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11월~2월 사이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어 본다.
책은 이처럼 디테일한 여행 계획을 짜기에 유용하게 설계되어 있다.
밤낮으로 원없이 걸으면 마냥 행복해질 것 같은 풍경들의 연속이다. 사실 어떤 여행책은 봐도 별 감흥을 못 느끼고, 직접 가보는 게 역시 최고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 방구석에서 먼저 떠나는 이집트 여행 > 이 책은 신기하다. 뭔가 여행지의 뜨거운 열기와 즐거운 기운이 책을 만질 때마다 전해지는 것 같다.
뭐지? 텔레파시인가? (또 4차원 발상 오졌음 > < ) 아무튼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기분이라 놀랍다. 이또한 저자의 능력인가 싶다.
책이 이집트 여행이라는 세계에 어서 오라며 마구 환영하는 것 같은 다정함과 열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책이다.
책에서는 '최돈근 리더'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가이드나 선생님, 작가님 등 다양한 호칭이 많은데, 어째서 '리더'라는 표현을 썼을까 궁금했다.
이 책의 중간 지점이 넘어갈 무렵, 그제서야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생소하고 드넓은 황야 같은 , 남들은 쉽게 엄두를 내지 않는 황무지 같은 세계를 발자취를 남기며 한걸음씩 밟아나가길 즐기고,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들을 타인에게 내어주니,
그 길을 함께 떠난 동행자들은 든든하고 큰 걱정 없이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내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리더'라는 의미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해외여행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풀어 쓰고 있다.
"해외여행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현지에 가서 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를 타고 호텔에 가서 짐 풀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면서 현지에 적응하며 함께한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 그게 여행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솔직히 난 여행을 너무 좋아하고, 특히 나만의 루트로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자유여행을 특히 선호하지만, 아직도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밑도 끝도 없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저자의 이 한마디에 우물 안 세계를 벗어나 좀더 많은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힘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집트 여행을 꿈꾸는 분들과 이미 결심한 분들 중 좀더 알차게 여행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분들께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어 줄 거라 믿는다.
여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꼭 필요한 정보만 얻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행운을 함께 누릴 수 있길 빈다.
여행서는 정말 오랜만에 서평하는데, 이 리뷰가 이집트여행을 앞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다음 신간도 은근 기대해보며 (?) ㅎㅎ 또 재미있는 여행 가이드북을 만나면 이곳에 소개할 예정이다 :)
자세한 이야기는 블로그를 참고해 주세요.
blog.naver.com/pronl5v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