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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아 吾友我 : 나는 나를 벗 삼는다 - 애쓰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고전 마음공부 ㅣ 오우아 吾友我
박수밀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오우아 吾友我 나는 나를 벗 삼는다, 박수밀 글, 메가스터디books
바쁘고 일이 많을수록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기차를 타고 장거리를 갈 일이 생겼는데 집에 두고 온 이 책이 어찌나 눈에 밟히던지요. 앞만 보고 달려온 저에게 힘이되고 위로가 되는 책이었기에 읽고 또 읽고 싶었습니다.
오우아(吾友我)는 고등학교 한문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吾友我, 나는 나를 벗 삼는다.
" 눈 오는 새벽, 비 내리는 저녁에 좋은 벗이 오질 않으니 누구와 얘기를 나눌까?
시험 삼아 내 입으로 글을 읽으니, 듣는 것은 나의 귀였다.
내 팔로 글씨를 쓰니, 감상하는 것은 내 눈이었다.
내가 나를 벗으로 삼았거늘, 다시 무슨 원망이 있으랴!
- 이덕무, 선귤당농소 -
처음에 이덕무라는 분은 낭만을 제대로 아는 분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왜 그가 외로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자 깜짝 놀랐습니다. 이덕무는 조선후기 실학자로, 박제가 유득공과 더불어 청나라에까지 이름이 알려진 분입니다. 박학다식하고 문장에도 뛰어났으나 자라는 이유로 출세에 제약이 많았다고 합니다. 가난하여 비좁은 단칸방에 살았고 자주 이사를 다녔는데 햇빛이 들이 않는 작은 방에서 살면서 작은 창문에 해가 비치는 방향을 따라가며 글을 읽을 정도로 오직 책 읽는 것만 좋아했다고 합니다. 혹독한 겨울 냉기가 온몸을 파고 들어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이 덕무는 <한서> 한질을 이불 위에 늘어놓자 추위가 누그러진 듯했고, <논어>를 세워 바람을 막으면서도 자신의 꾀가 기특하다며 서러워하지도 자존심을 꺾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벽에 얼음이 얼어 얼굴을 비출 정도이고, 구들장 그을음이 눈을 시리게 만들고, 방바닥은 울통불통해서 그릇을 고이 놓아도 엎어질 정도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는데, 큰 눈이 내리면 이웃의 키작은 어르신이 혹시 이덕무가 얼어죽은 것은 아닌지 새벽에 와서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눈에 묻은 신발을 털어주고 눈을 쓸어주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 마련인데, 이덕무는 이불 속에서 여전히 글을 읽으며 행복해 했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며 추위를 잊고, 배고픔을 잊었으며, 근심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환경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결국 이덕무는 정조의 서울 우대정책에 힘입어 최초의 검서관이 되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읽기를 하며 온갖 어려운 상황들을 잊고 행복해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읽으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위 환경을 탓하고, 가족을 탓하고, 나는 왜 이런 환경에서 태어났을까 원망을 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혔을지도 모릅니다. 내게 혹독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삶을 대하는 태도는 나 스스로의 선택입니다. 얼마전 재미있게 보았던 이태원 클라스의 박새로이의 모습도 이덕무와 닮아 있습니다. 이덕무처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올곧고 자기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태도를 내가 선택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언젠가는 상황이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이덕무 뿐만 아니라 사회의 일반적인 기준과 욕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찾아 간 옛 지식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세상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공, 남들이 말하는 행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박지원, 박제가, 유몽인, 이규보, 장혼, 이익, 이옥, 홍대용, 정약용, 이용휴, 홍길주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선택한 삶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는 내게 속했다. 이 자존감이 세상을 당당히 홀로 가게 한다."는 말이 매우 인상깊게 다가 왔습니다. 바라는 것이 이루어졌을 때 흡족해하는 것이 만족이라면 자족은 어떠한 형편이든지 긍정하는 삶의 태도라고 합니다. 내 가치관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바라는 것을 가져도 만족감이 없을 수도 있고, 더 가지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겨날 수 있으니, 자족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며 살아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 마음을 지키며 살아보겠노라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