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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콜링 스토리 ㅣ 직장인을 위한 콜링 북 시리즈 9
원용일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20년 7월
평점 :

직장인을 위한 콜링 스토리, 원용일 지음, 브니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며 감사의 제목입니다.
20대 때는 소명의식이 매우 강했었는데, 오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일을 하고는 있지만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소명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잊고 지낸 것 같아 <직장인을 위한 콜링 스토리>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삶 속에서 특히 일터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할 지,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어떻게 살았었는지 그들의 삶과 신앙을 보여주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16세기 재세례파로 불리었던 아나뱁티스트(Anabaptist)들은 카톨릭과 개혁교회 양쪽의 박해를 받아 16세기 이후200년 동안 4천 명이 순교를 당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참된 구원의 신앙은 칭의만이 아니라 성화도 가져다 준다고 믿었으며, 구원받은 사람은 구원받은 사람의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가르쳤던 야고보와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크리스천들은 직장내에서 숨어 지내면 안되고, 착한 행실을 통해 빛과 소금인 그리스도의 정체를 드러내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행동할 때 우리 일터에서 하나님이 영광받으신다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관계, 팀워크, 리더십, 취미생활, 개인기 등 업무 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을 "T형 인재"라고 합니다. 성경에서는 전형적인 T형인간으로 다윗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목동이었던 그는 물맷돌로 곰이나 사자를 죽이기도 하였고, 거인 골리앗과 담대히 나아가 물맷돌로 물리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수금을 잘 연주하는 출중한 개인기가 있어서, 사울 와의 악사 겸 비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훗날 비전을 성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내었습니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우표수집이 취미였는데, 고집을 부리는 야당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같의 취미인 우표수집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을 계기로 다음 번 법안의결때 반대없이 통과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레오나르다빈치는 모든 분야에 능통한 르네상스 제널럴리스트로 유명합니다. 미술, 음악, 과학, 수학, 의학, 철학, 발명 등 다양한 영역에 호기심을 가졌고, 많은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크는 경영학 뿐 아니라 법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70년 동안 매 3~4년마다 다른 주제를 택해서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영국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포트폴리오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일만 잘해서 되는 시대는 지나갔고, 여러가지 일을 각각 파트타임으로 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에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하는 방식으로 살아가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들을 보면서 나의 전무성은 어디에 있고, 나는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할 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적당히 쉬는 것도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한자 중 바쁠 망(忙)이라는 글자는 마음 심(心) 변에 망할 망(亡)자가 합쳐져 있습니다. 옛날 중국사람들은 바쁘다 보면 마음이 죽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말에 정말 맞는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일을 하는 것 자체는 싫지 않은데, 같이 일하는 사람이 싫어서 회사가가기 싫었던 적도 있고, 때로는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적도 있습니다. 유대인들의 시간 개념에 따르면 해가 떨어진 저녁에 하루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저녁 챙겨 먹기도 귀찮고,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하루 일과를 감사히 마치고 퇴근하는 때가 하루의 시작이라니 우리의 삶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일을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지만, 그 시간에도 하나님은 계속 일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고, 밤에 안심하며 잘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다음 날에는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 다시 일터에 나와 하나님이 하신 일을 이어받아 다시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해야할 일들이 쌓여만 갈 때 집에까지 일을 싸들고 와서 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적당히 쉬어가며 안식을 찾아야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자체가 교만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여가가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과 관련되어 있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나만 왜 이리 힘들것일까 하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니엘처럼 성실하고 탁월하게 업무를 하다보면 기회, 승진, 성공은 따라 옵니다. 지위가 올라가면 책임도 늘어 나지만, 그만큼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납니다. 또 열심히 했는데 잘 안되더라도 기죽고 낙심할 이유가 없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교회에서 주일성수할 수 없는 직장에는 아예 가지 말아야한다, 주일에 시험을 본다면 응시하지 말하야 한다고 설교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주일 성수를 율법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생겨난 잘못된 설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일과 관련된 직업을 포기해버린다면,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며, 일터 선교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율법적인 것에 얽매이다 보면 본질을 잊어 버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크리스천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어야합니다. 코로나19로 교회에서 예배 드리는 것을 금지하기도 하였고, 소모임을 금지하기도 하고, 교회에서 제공하는 애찬도 금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를 두고 종교탄압이라고 반발하기도 하고, 온라인 예배는 예배가 아니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산둥수용소>라는 책에 실렸던 이야기를 보여주며 설명합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당시 중국에서 일하던 다양한 부류의 외국인이 수용소에 갇히게 되었는데, 미국 적십자사에서 수용소 인원보다 많은 구호물자를 보냈고, 수용소장은 모든 수용소 사람들에게 한개씩 소포를 나눠주고, 미국인들에게는 1개반을 나눠주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미국 적십자사가 보낸 물품은 미국 수감자들에게만 나눠줘야한다는 항의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80년 전 전쟁터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는 왜곡적인 도덕주의, 이기적인 자기 사랑,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웃에게 손해와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더라도 내가 선을 행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만 하다면 과연 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것은 자기와 하나님과의 관계만 중요하고, 하나님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도 햇빛과 비를 고루 내려주시는 일반은총을 무시한 생각이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저 역시 저자와 같은 생각으로, SNS에서 이 부분에 대해 공방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 같이 이웃도 사랑하라고 명령하셨는데, 우리는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매우 명쾌한 설명에 감탄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앙과 삶이 분리되어서는 안되는데, 교회내에서만 거룩한 척 하고, 세상에서는 남들과 똑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터에서 오늘도 치열하게 그리스도인으로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