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50년째 살고 있습니다만
이유진 지음 / 예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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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50년째 살고 있습니다만,

이유진 지음, 예미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사모곡을 써서 노래를 부르거나 추모의 글을 쓰는 것은 봤지만, 사부곡은 처음 봤습니다. 이 책의 저자 이유진 님은 저보다 세 살 많은터라 시대적으로, 딸부잣집 딸로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아빠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딸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 아빠와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해서 방 한가운데 커튼을 쳐놓고, 엄마 편, 아빠 편을 나눴었는데, 큰언니와 저는 아빠 편이었고, 작은 언니는 엄마 편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 살 터울 언니가 초등학생이 되어 글자를 배울 때 어깨 너머로 한글을 깨우쳤던 저는 선생님이셨던 아빠를 따라 학교로 출근해서 도서관에 책을 읽기도 하고, 아빠가 숙직하는 날이면 엄마가 만들어 주신 찐빵을 싸서 숙직실에 가서 자고 오기도 했습니다.

쉰이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저자와 자매들은 아버지 집에 모여 앉아 웃고 떠들며 지냅니다. 둥지에서 어미새나 아비새가 물어다 주는 입을 쫙쫙 벌려가며 받아 먹는 귀여운 아기새들처럼 말이죠. 딸에게 아빠는 못하는 게 없는 맥가이버, 척척박사, 만능맨입니다. 무엇을 해달라고 하든 척척 해결해 주셨고, 고장난 것은 무엇이든 고쳐 주셨습니다. 저희 아빠도 그랬습니다. 작은 언니는 결혼한 이후에도 고장난 선풍기, 시계, 가전제품이 있으면 서비스센터를 가지 않고 친정갈 때 바리바리 싸가지고 가곤 했습니다. 저 역시, 오늘도 자동차 방향지시등이 나가 라이트 교체하러 카센터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 많은 부분을 함께 했는데, 아빠는 직장에서 일하느라 바빴고, 교회일로 바빴고, 또 다른 여러가지 일들로 많이 바쁘셨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다들 그렇게 사셨지요. 저자는 아빠에 대한 사부곡을 쓰겠다고 했지만, 막상 아빠와의 기억들을 더듬어 반추하려 해도 정확히 잘 기억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당연하게 부탁을 하면 정말 사소한 것까지 해 주셨는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자녀들의 기억은 이렇습니다. 고기도 구워주고, 해달라고 하면 자신의 감정이나 표현 없이 그냥 해 주시던 아빠가 대략 일흔 대여섯쯤 되셨을 때, 이제부터 사소한 것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셨는데, 다른 딸들은 무반응이었지만 저자는 아빠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하며 너무너무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아빠와 많은 부분을 이야기 하며 맞장구를 쳐주곤 했었는데, 언젠가 "아빠 나도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 이제 이런 이야기는 다른 자녀와 하시죠"라고 이야기했더니, 아빠가 엄청 서운해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질투심을 느끼셨는지 묘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막내딸이 잘 사는 걸 봐야 돌아갈 수 있다고 하실만큼 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셨으니 더 그랬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이들어 힘이 없으시고, 편찮신 아빠 모습이 자꾸만 생각났습니다. 어릴 때 내가 봐 왔던 아빠 나이만큼 내가 나이가 들고 보니, 아빠는 내 나이 즈음에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세상사는게 녹록치 않은데 어떻게 그 수많은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으시고 지내셨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고 멋진 우리 아빠 건강하게 더 오래오래 사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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