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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애쓰지 마라 - 인정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14가지 심리 기술
오타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윌마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틀렸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으며,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내가 아닌 남의 기준에 맞춰 사느라 너무 애쓰지 마라"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인정욕구는 인간이 가지는 의욕의 원천이고, 행동과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칭찬은 위에서 아래로 혹은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 지지만, 인정은 상하의 관계없이 이루어지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인정할 수도 있다. 인정받거나 칭찬받으로써 의욕이 높아지거나 성장한다. 그런데 인정받았기 때문에 성장했는지, 성장했기 때문에 인정받았는지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은 경우도 있다.
27년 전, 나는 석사를 마치고 연구소, 생명공학사업부를 거쳐 회사에 들어갔다. 당시 나의 팀장님은 나의 가능성을 보고 뽑아주셨고, 나를 인정해 주셨다. 상사의 무한신뢰에 나는 힘입어 새로운 일을 해도 두려움 없이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이후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나는 신뢰 혹은 믿음이라고 생각해왔다.
저자는 동기부여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외발적 동기는 돈, 물건, 직책 등 밖에서 주어지는 보수에 따라 생기는 것이고, 내발적 동기부여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거나 도전 정신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상사에게 인정받은 사람은 인정 받지 못한 사람에 비해 내발적 동기부여가 높아진다고 한다. 나는 내발적 동기가 충만하여 신이 나서 일을 하다가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외발적 동기가 따라와 주지 않으면 사기가 꺾이는 느낌을 받는다.
환경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은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즉 자기 효능감이 높다고 한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자존감도 높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책임감이 있으며, 사회적인 적응력이 높다고 한다. 자기 능력에 자신감이 없고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자기효능감, 자존감, 자기긍정감이 낮다고 한다. 자기 효용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위의 인정이 큰 도움이 되고 성공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내 상사가 나를 인정해주었고, 나를 믿어주었기에 나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했고, 조금씩 성공 경험치가 쌓였고, 더 일을 잘하게 되는 선순환을 경험했다. '인정의 말'이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인정받을수록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경우가 있다. 타인의 인정으로 얻은 보수, 직책, 인간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면 인정욕구의 덫에 걸리게 된다. 진급하거나 우수사원으로 뽑히고 나서 얼마 후에 퇴사하는 직원들을 예로 들고 있다. 우리 회사도 그런 경우가 왕왕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착각하여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거나 주위의 시샘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오히려 우리를 쥐락펴락하는 칭찬사기, 칭찬감옥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짜 나를 알까 두려워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즉 주위의 기대가 인정받아야 한다는 불안을 증폭시킨 것이다. 또 칭찬받다 보면 '지시만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도 한단다.
현대인들은 지나친 인정요구, 즉 인정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인정받기 위해 실제 나와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소위 사회에서 선호하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은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하다가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해 용량 초과가 된 뒤 '과잉 적응형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인정욕구의 강박을 받는 사람은 외부에 기대에 영향을 받고 자신의 행동 기준을 쉽게 낮추지 못한다고 한다. 생각과 행동이 가볍지 않은 사람은 위험하다고 한다.
직장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일이 더 많이 몰린다. 그래서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번아웃(burnout syndrome)을 호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업에서는 책임감있고 든든한 인재로 평가받지만 인간의 정신과 체력은 유한하기에 결국은 나가 떨어지고 만다. TV에서 한 정신과의사의 말을 들었는데, 번아웃이 되었다고 겁낼 것 없다고 했다. 번아웃은 몸이 쉬어가라고 보내는 신호라는 것이다. 지금 나는 쉬어야할 때인데 어떻게 쉬어야할 지 잘 모르겠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악이용한 경우가 '열정페이'이다. 열정페이로 일한 경험이 있어 더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열정페이로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도덕적 헤이를 불러온다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비리의 많은 부분이 공동체의 평가와 신뢰를 잃고 싶지 않다는 개인의 인정욕구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최근 대통령 탄핵과 관련하여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상부에 투명하게 보고할 수 없는 조직 풍토, 폐쇄적 조직, 소통의 부재는 부정의 배경이 된다고 한다. 상사의 의향을 더 열심히 헤아리고자 하는 마음에 당사자의 의식은 줄어들고 책임감도 약해지고, 정의를 지키려는 주체적인 행동이 없어진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지시했는지, 알아서 기었는지 모르겠지만, 상사인 대통령에게 인정받는 욕구가 지나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그것이 잘못되었는지 판단조차 안되는 도덕적 헤이를 불러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과로사, 과로 자살, 범죄, 조직 부정이라는 중대한 사태가 누구나 조전만 갖취지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인정강박을 풀고 인정욕구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더 잘하겠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주위와의 과도한 경쟁을 피하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잠재력을 인정하고 칭찬하며, 문제의 중요성을 낮추고 눈앞의 목표에서 벗어나 크고 먼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라고 한다. 성공경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좌절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패 경험도 중요한 법이다. 기회는 이번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이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릴 것이리고 믿는다. 무리하지 말고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