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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불안 이렇게 극복해
최범수 지음 / 가나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상처와 불안 이렇게 극복해! 최범수 지음, 가나북스
이 책의 저자는 나와 비슷한 연배인 듯 하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고, 직장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였고, 은퇴를 10년 정도 앞두고 있다. 직장과 삶에서의 고민들이 비슷해서, <상처와 불안 이렇게 극복해!>를 읽는동안 많은 부분이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외환위기 IMF를 경험하면서 대학원에 들어갔다. 인턴연구원을 거쳐 들어간 회사에서는 생명공학사업부가 없어지는 바람에 졸지에 실직자가 되었다. 그리고 들어간 회사에서 내 인생에서 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20대 후반 때 존경하는 나의 팀장님이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살만 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의 가능성을 보고, 이끌어 주셨고, 믿어 주셨던 분인데, 살아가는 동안 이 말이 계속 나를 붙잡고 있었다.
나는 그릿(Grit)의 방법으로 달려왔다. 어떤 일을 해도 흥미를 느끼고 밤 새가며 일을 했다. 일하는게 좋았다. 책임감과 끈기가 강한 나는 하기 싫은 일,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찾아가면서 나를 채찍질했다. 상사가 나를 믿어주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인정받을 때에는 신나게 일하느라 내 몸이 망가져 가고 있는지 몰랐다. 아프거나 장염에 걸려도 쉬지 않고 출근했다. 그러다 사실과 다르게 공격받기도 하고, 오해를 받는 일이 생겼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알아준다며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결국 뇌에 과부하가 왔고, 번아웃(burnout)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번아웃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내가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저자가 설명한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 책을 읽으며 깜짝 놀랐다. 일에 몰두하다가 건강에 적신호가 온 것을 세 번이나 경험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못하고 나를 채찍질해 왔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용기를 내어 퀴팅(quitting)을 해야할 시기임을 깨닫게 되었다. 퀴팅은 자포자기가 아니다. 더 잘못되거나 좌절하기 전에, 또 다른 가능하고 내가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 도전해 가는 것을 뜻한다. 내가 일만 하다가 나를 잃어버리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건강마저 잃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제는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더이상 옭아매지 않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임을 실감하고 있다. 편안함과 더불어 내가 살아가는 의미만 있다면 충분하다.
그동안 나는 감정을 잘 흘려보내지 못했다. 억지로 참고 참았던 것 같다. 나는 밀려드는 감정을 감추다가 어느 순간 폭발 해 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일도, 가정도, 아내로서도, 엄마로서도, 딸로서도 잘하려고 애를 쓰며 살았다. 이제 힘을 좀 빼고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살아봐야 겠다. 자연도 느끼도,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보상받고 싶은 심리나 외부의존도를 줄여나가야 겠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걱정하느라 심장 졸이지 말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신영복 작가님의 말처럼 약 70%의 에너지와 역량을 사용하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말에 위로와 공감이 되었다. 어쩌면 10년 후에 은퇴하더라도,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할 것이다. 이제 100세 시대가 아니라 100 플러스 알파 시대라고 하니, 아직 나는 절반도 못 살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이만 든 노인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잘 내보내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 여유를 가지고 나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고, 나를 칭찬하며 다독거려 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이미 여러분도 충분하게 고생했다. 수고 많았으니 잠도 푹 자고 쉬기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