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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리커버 한정판)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당신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 창밖으로 몰아치는 비바람 소리에 잠이 깨서 뒤숭숭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던 나에게 도착한 택배는, 단순히 종이봉투였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쁘게 접혀있었다.
그런데 비 때문에 젖어있어서 어찌나 당황했던지ㅠㅠ 비 오는 날에는 일부러 택배를 부치지 않는다는 주변 몇몇 지인분들의 말에 이런 식으로 공감하게 될 줄은 몰랐다ㅠㅠ 아무튼 혹시라도 책이 상했을까 당황해서 서둘러 포장을 뜯어보니,
다행히 젖은데 하나 없이 멀쩡한. 심지어 표지에 이렇게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그려져있는 책이 나를 맞이했다. 다른 책들과 달리 겉표지가 책 크기에 비해 작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겉표지를 벗겨보자
속에도 귀여운 물개가 아주 요염한 포즈로...!!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당신'이라는 문장과 함께, 뭔가 나른해보이는 듯한 물개의 표정이 더해지니 책 표지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http://static.naver.net/blank.gif)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02/pimg_7114901091285640.jpg)
칭찬받고 싶어.
인정받고 싶어.
남들이 나 때문에 기뻐하면 좋겠어.
그 말은 결국,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생각보다 일을 잘 못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이런 열등감의 이면이 아닐까요?
책을 펼친지 몇 페이지도 되지 않아 가슴을 후벼파는 문장이었다. 책 설명을 보자마자 이끌리듯 서평단에 신청을 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이 내가 가장 듣고싶었던 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책에서 벗어나 과거를 돌아보자면, 제법 필사적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과거처럼 나를 움직이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어 조금은 방황하고 있는듯한 기분도 들지만, 적어도 몇 년 전까지의 나는 그랬다.
도대체 왜 그랬던건지, 과거를 떠올려보면 아마도 중학생 때의 일이 가장 화근이었던 것 같다.
지금 사는 지역으로 전학오기 전까지는 눈에 띌 정도는 아니어도 공부를 제법 잘 하는 편이었는데, 교육열이 보다 높은 지역으로 전학을 온 뒤로 도무지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학원 한 번 다녀보지 않았던 내가, 온갖 사교육과 선행학습으로 무장한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리가 있겠는가.
심지어 아빠의 욕심 덕분에 내가 전학가게 된 학교에는 지금 지역에서도 가장 외고를 많이 보낸다고 소문이 났던 곳이었고,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봤던 시험에서 나는 생에 처음으로 과목평균 앞자리에 '8'이라는 숫자를 찍어보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내게 별 의미 없는 점수이지만, 어쨌든 당시의 나에게는 제법 충격적인 결과이긴 했다. 하지만 점수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그날 밤 안방을 지나치다 우연히 들었던 아빠의 말.
"이젠 쟤한테 기대를 하지 말아야지."
이 말이 어찌나 서러웠던지 그날 밤에 소리를 죽여가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조금 길어졌지만, 아마도 내 삶에 전환점이 있다면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시기인 것 같다. 특별히 외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고, 무조건 남에게 좋은 딸, 좋은 친구, 좋은 선배/후배로 남기 위해 나를 억누르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고에 진학하고, 외고에서는 생각처럼 나와주지 않는 성적에 충격을 받아 수면시간을 줄이고, 그래도 목표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줄이고. 그렇게 해서 결국 목표하던 대학에 진학했지만 왠지 허무했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노력을 몰라주고, 오히려 결과만 보며 나에게 더한 성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완벽하게 있으려 하고, 그러다보니 팀과제에서도 항상 팀원들의 성과가 못마땅하고, 결국 모든 일을 맡아서 하려 하고...
그러나 상황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취업은 당연히 잘 하겠지. 너한테 이정도는 당연한 성과겠지. 처럼 더욱 심해져가는 반응들 때문에 회의감을 느끼고, 어떤 목표를 설정할지 모르게 된 것이 바로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하지 말라'고 하고 있는 행동들은, 나를 그대로 적어 옮긴게 아닐까 의심스러웠을 정도로 과거의 이런 내 모습들을 그대로 가리키고 있었다.
거절하기, 적당히 하기, 기대에 부응하지 않기, 규칙 깨보기, 계획 없이 살기. 지금의 내 상태에 무언가 조언을 구해보고 싶은 마음에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책이 나에게 주고 있는 해결책들은 무엇 하나 빠짐없이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을 실은 부러워한다》(p.169) |
진심으로 바라는 대로 살아갑시다. 내가 바라는 대로 살면 남들이 미워한다? 내가 바라는 대로 살면 남들이 싫어한다? 내가 바라는 대로 살면 남들이 화를 낸다?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세요. 하기 싫은 일은 용기를 내어 '하고 싶지 않아!'라고 확실히 말해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이미 너무 많이 노력했고 충분히 참아왔으니까요. - 본문 중에서- |
마치 눈 앞에서 카운셀링을 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걸 그대로 간파당했다.(ㅋㅋㅋ)
솔직히 20여년간 쌓아왔던 내 생활습관이나 사고방식을, 책에서 권하는 대로 한번에 바꾸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무조건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 내가 먼저 나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만큼은 이 책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것 같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02/pimg_7114901091285641.jpg)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02/pimg_7114901091285642.jpg)
책에서는 이러한 조언들을 위와 같은 귀여운 일러스트들을 사용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단순히 제삼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느낌이 아니라, 일러스트 속의 물개에 나를 이입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또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책에서 몇 번이고 '나는 이미 대단해'라는 말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보고 있던 나마저도 '어 그런가...?' 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 정도로.
해결책을 찾고 싶어서 책에 의존하려 했지만, 결국 결론은 내 마음에 달린 문제였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짊어지고 있는 쓸데없는 부담은 조금 내려놓고,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사랑해야겠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배울 수 있었던 책이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