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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심너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6월
평점 :
인공지능이 발달한 2040년 대한민국.
식약처 사무관인 서효원은 20년 전 코로나로 어머니를 잃은 후 공중보건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러던 와중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블루워터 리서치라는 비윤리적인 제약회사들을 노리는 펀드 운용사에 위장 취업하라는 제의를 받게 되는데,,
진시황이 그토록 갈망했던 불멸의 약에 관한 이야기라서 흥미로웠다. 나는 사람은 태어나면 결국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며, 평생을 죽지 않고 사는 것은 오히려 더 끔찍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평생 살아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만약 그런 약이 개발된다면 대다수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것 같기도 했다.
서효원이 이 약에 대한 비밀을 파헤칠수록, 생각이 깊어졌다. 이 약이 윤리적으로 만들어졌는지의 문제, 돈 많은 사람들만이 이를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도 있고, 이런 문제들을 차치하고 아프거나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은 이 약이 어떻든 간에 이게 절실할 테니 이런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부조리한 사회 구조가 씁쓸하기도 했다.
🌸P.127
어쩌면, 죽음이라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것을 지운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지도 몰랐다. 죽음은 너무나 오랫동안 의학의 최전선이었으며 인간이 결코 이기지 못했으니까. 서효원은 죽음이 없는 세계를 생각해보았다. 그 세계에서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은 무엇에 집중하게 될까? 신체 개조?
🌸P.189
최민이 가진 그 막대한 부로 이루어진 장원, 그 장원의 모습이 계속 서효원의 마음 한편에서 아른거렸다. 여전히 서효원은 그 공간을 욕망하지는 않았다. 그녀에게는 한 인간이 그토록 넓고 화려한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다만, 서효원은 한 인간이 그 정도의 힘을 부릴 수 있다는 것에 열패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삶이 통째로 부정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속에 사는 자들은 시간조차 무한히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