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
⠀
⠀
#도서협찬
1835년 북유럽의 동물상을 연구하러 떠난 젊은 생물학자 오귀스트가 아이슬란드의 어느 섬에서 우연히 멸종위기종인 '큰바다쇠오리'를 만나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박물관에 보내려고 했지만 프로스프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면서 새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새를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며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고 종의 소멸을 지켜본다.
⠀
단순히 동물과의 교감이야기일까 싶었는데,, 뭐랄까 읽는 내내 슬프기도 하고 경이로웠다고 해야 하나. 동물을 키워본 적도 없고 크게 애착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이런 감정을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감정을 느낄 수가 있구나 싶었다. 이름을 지어주고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거까진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새의 행복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도 하고 새에게 같은 종을 만나게 해 주려고 애쓰며, 늘 새의 관점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어쩌면 내가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 이런 모습들이 더 크게 다가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마지막 순간까지도 새를 위해 헌신하고, 결국 종의 소멸을 지켜보며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고 슬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
🌸P.125
우주는 인간이 바라보기 전부터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테지만, 자신의 일부분으로 이 세상이 존재하는 것에는 무관심하다. 그래서 이 세상은 혼자서 제 깜냥으로 숨을 쉬고 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문득 인간은 이 세상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무수히 많은 지저깨비에 섞인 하나의 부스러기보다 나은 존재도 아니고 그보다 못한 존재도 아니었다. 알고 보니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름이 붙어 있고, 체격, 냄새, 습관, 취향, 변하기 쉬운 개성을 지닌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 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는 자신을 더 자유로워졌다고 느꼈다. 파도와 다를 게 없는 존재라고, 검은 모래톱 위를 날아다니는 파리와 친구가 될 만한 존재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게다가 아주 작고 하찮으며 세상 모든 것과 동등한 존재로서 이 무한한 우주와 토론을 벌이고 있어서,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는 우주를 상대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
🌸P.226
하지만 그렇게 용맹하고 담대함에도 프로스프는 사라지리라. 그냥 죽는 거라면 정상적인 일이지만, 단 지 죽는 것이 아니라 녹아 없어지듯 사라지리라. 떠나면서 자기가 속한 종의 모든 흔적을 가져가리라. 어떤 식으로 존재했는지, 어떻게 먹이를 먹고 스스로를 지키고 이따금 사랑을 나누었는지를 알려 주는 모든 흔적을 함께 가져가리라.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은 그것을 나 한 사람만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로스프 자신도 알지 못하는데 나만 알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
#그바다의마지막새 #시빌그랭베르 #열린책들 #책 #책추천 #책리뷰 #도서추천 #도서리뷰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