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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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대학생 딸 호은, 그리고 아빠가 재혼 후 얻은 중학생 딸 승지. 이 셋의 짧은 기막힌 동거 속에 알게 되는 각자의 삶과 현실. 그리고 각자에게 처해진 문제들. 그것들을 이해하고 인정해 나가는 모습이 참 좋았다. 18년 만의 개정판이라 하는데, 오히려 요즘 시대에 더 잘 맞는 책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음. 시대를 앞서 나가는 이야기와 문장들이 많이 공감되었다.

🌸P.40
"그대의 존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대의 삶을 덜 표출할수록, 그만큼 그대는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그만큼 그대의 소외된 삶은 더 커진다." 나는 카를 마르크스의 어수선한 어록을 반복해서 읽었다. 진정한 자기 욕망을 무시하고 세속적인 안락을 추구하면 몸은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삶으로 부터 존재적 자기소외는 더 커진다, 라는 뜻 같았다.

🌸P.115
낮과 밤은 서로 잘려진 단면이 얼마나 아플까? 해 뜰 때나 달이 뜰 무렵이면 무한히 긴 절단면이 아파하는 경련을 나는 느낀다. 삶을 위해 나누어진, 누구의 아픔도 아닌 이 세상의 본질적인 아픔이 내 마음에도 사무쳐 해와 달 사이에서 눈이 아프다.

🌸P.144
"실제로 사람이 만나는 건, 드라마와 달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냐. 질서 있는 인과관계도 없고. 착각과 도취, 혹은 무지한 고집과 자기합리화와 이상한 자포자기 같은 것이 운명을 만들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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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3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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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업체에 다니는 가난한 대학생 이경, 여느 날과 똑같이 청소를 하러 원룸에 갔는데 그 집은 죽은 부잣집 대학생 다운의 원룸이었고 욕실에는 핏자국이 난무했다. 방은 고급진 물건들과 수십 개의 스노볼이 있었다. 이경은 자꾸만 눈에 띄는 스노볼 하나를 챙겨서 가져오게 되는데,,,

꿈에서만 서로의 인생을 경험하게 되고, 서로의 육체를 지배하는 설정이 참 독특했다. 예상했던 인물이 역시나 나쁜 놈이었고 무엇보다 이 나쁜놈보다 다운의 부모가 생각 이상으로 쓰레기여서 울화통이..(🤬) 뒷얘기가 궁금해서 시간 날 때마다 호로록 읽었다. 강지영 작가님 책은 처음이었는데 흡인력이 엄청나네.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

🌸P.16
불행은 물과 같아서 언제나 낮은 곳에 고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불치병 환자는 죽는 게 당연했다. 드물게 가난뱅이가 부자가 되거나 불치병 환자가 완쾌하는 일도 있지만, 아무도 그걸 순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로토처럼 희박한 확률의 행운은 행운이라 하지 않고 기적이라 불렀다. 내게 지금보다 더 나쁜 일이란 없었다. 아빠가 죽는 것이나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 그리하여 결혼이나 적금, 내 집 마련 따위가 요원해지는 건 어찌 보면 돌연한 불행이 아니라 당연한 순리일지 몰랐다. 사지가 갈가리 찢긴 귀가 매일 밤 찾아와 서랍을 덜거덕거린다 해도 겁날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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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 공격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3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빛소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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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기대이상으로 모든 단편들이 다 재밌었다. 일단 난해하지 않고, 스토리 확실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이 됨ㅋㅋ 그래서 한번 시작하는 단편은 끝까지 읽을 정도였음!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남자와 아빠 사이에서 고뇌하는 여자, 시골 마을에서 아버지의 학대 속에서 살고 있는 여자, 죽은 줄 알고 생매장당한 남자, 어린 아내를 만족시키고 싶은 중년의 남자,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은 있지만 그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남자까지.

인물들의 비극과 희극이 뚜렷해서 좋았고, 중년남자의 찌질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결말까지도 웃겼던 <샤브르씨의 조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P.127~128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아! 그때 나는 얼마나 죽음을 갈망했던가! 평생토록 나는 죽음의 무를 두려워하며 몸을 떨었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원했고, 그것을 간청했다. 결코 그다지 어둡지 않을 거야. 이 꿈 없는 잠, 이 영원한 침묵과 암흑을 두려워하다니 얼마나 유치한 일인가! 죽음이란 정말 좋은 것이었다. 존재의 고통을 대번에, 영원히 없애 주니까 말이다. 오! 돌처럼 잠자고,흙으로 돌아가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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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
정명섭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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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에 급제해 어사가 된 송현우.
송현우는 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던 절친(이명천)의 동생과 결혼을 한다. 혼례를 치른 밤, 잠에서 깬 송현우는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죽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되고, 심지어 범인으로 지목당하게 되는데,,,

작가님 책 <유품정리사>도 재밌었는데 이 책도 재밌네ㅋㅋ 일단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고 판타지 요소까지 있어서 더 재밌었음ㅋㅋ 무협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중간중간 스토리에 맞게 종이색이 바뀌는 것도 독특했고, 넷플에서 멋지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마지막을 보니 2권 나올 것 같고 꼭 나와야 하는데, 빨리 나왔으면.. 🫶🏻


🗡️P.65
"인간은 오랜 운명의 굴레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운명은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이므로 피하는 것도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죠.“

🗡️P.169
'죽음은 항상 삶을 질투합니다. 죽음 이후에 얻는 게 많다고 해도 한 조각의 삶보다 못한 법이니까요. 그걸 깨 달았을 때는 너무 늦은 것이지요.
“그래서 산 자를 질투하는 건가?"
'정확하게는 삶을 질투하는 것이죠. 그게 심해지면 세상은 혼란에 처합니다. 넘어가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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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아시스
김채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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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도서


후 일단 나에게는 쉽지 않았던 단편집이었다.

내 기준에선 기승전결에서 결이 없는 느낌? 그리고 소설 속 말들이 대체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음..ㅠㅠ 스토리가 쭉 이어지면 좋은데 갑자기 끊기는 느낌도 들었고, 어떤 단편은 누가 스토리를 물어보면 뭐라고 설명도 못하겠고,,😱 뭔가 주인공의 감정선이나 생각을 따라가며 읽어야 하는 책인 것 같은데 그게 안 됐네ㅠㅠ

그나마 좋았던 단편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딸의 자식(손주)를 홀로 돌보는 노인의 이야기가 담긴 <빛 가운데 걷기>.

책은 잘못이 없다. 내 이해력의 문제겠지..ㅠ

🌸P.54 <빛 가운데 걷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되돌아가고 있었다. 손가락과 소매에 밴 담배 냄새가 이제는 다 날아갔을 거였다. 얼마나 미운가. 노인은 생각했다. 어렵게 노력하여 죽은 그 애가 나는 얼마나 싫은가. 그런 것은 무료한 시간을 잘 보내다가 갑자기 두 발을 구를 때의 기분처럼 잘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잘 알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노인은 딸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머릿속에 그려나갔 l다. 한겨울이 아닌데도 어느새 해가 금방 져버리는 것과 비슷하게, 전반적인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음에도 아주 나빠 지고 있다고 느꼈다.

🌸P.76 <서울 오아시스>
집에서 가까웠고 무엇보다 물가여서 걷기에 좋았다. 한번 물을 먹은 물건은 아무리 말려도 결국엔 못 쓰게 되는 것처럼, 언제라도 내가 물에 빠져 아무리 말려도 결국엔 못 쓰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를 들뜨게 했다. 조바심에 마음이 번갈아 두근거렸다가 무서웠다가 했다.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누우면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비린내 나는 바람이 불 때마다 물속에서 커다랗고 미지근한 손이 내 머리 위를 지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160~161 <럭키 클로버>
"숭고란 뜻이 높고 고상한 것.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인간으로 하여금 우러러보고 본받아 따르고자 하게 만드는 것. 어떠한 상황에서도 손쉬운 죽음이 아닌 그럼에도 삶으로 향하는 인간의 의지적인 모습을 가리킨다고도 볼 수 있지. 여기서 그렇다고들 하더라. 나도 동의해. 그치만 뜻이 천하고 고결한 것, 좋으면서도 나쁜 것,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내내 사는 것, 이런 것들을 절대라는 개념에 놓고 보자면 어느 쪽이며 내가 너희에게 무얼 전할 수 있겠니? 그렇게는 안 되지. 더구나 인간은 손쉽게 죽는다고 할 수도 없고 꽤 어렵게 죽잖냐. 얘들아, 그럼 숭고라는 게 뭐겠니 뭐가 뭔지 알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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