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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첫 문장 - 나의 고전 필사 노트
김대웅 엮음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03/pimg_7114282154516319.jpg)
저의 경우 글쓰기를 할 때 항상 오랜 시간 고민하는 것이 도입 부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주목을 끄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할까 고민하는 것에만 과장을 조금 섞어 하루 종일 걸려요. 😓
글쓰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집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글을 썼지만 다시 읽어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다르게 다시 써보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짧은 글을 쓰는 것도 정말 긴 시간이 걸린답니다. 그렇게 해서 쓴 글들이 마음에 쏙 들거나 멋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
저는 그것이 글쓰기에 미숙한 저만의 고민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소설가의 첫 문장』이라는 필사 책을 접하면서 그러한 고민이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의 저자는 '글의 첫 문장을 쓰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아! 이 당연한 진리를 내가 간과하고 있었기에 글을 쉽게 쓰길 바라며 조바심을 냈었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자는 우리가 아는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첫 문장을 통해 그들의 의지와 인생에 대한 태도를 표현해 내며 위대한 글을 탄생시켰다는 점을 명심하여 그들의 글에서 단순한 글쓰기 기술이 아닌 그들의 강한 의지와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필사 책은 단순히 글을 예쁜 글씨로 베껴 쓰는 책이 아닌, 위대한 작가들의 첫 문장을 읽고, 쓰는 동안 그들의 의지와 태도를 배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도록 하는 책인 것입니다.
저자는 위대한 소설가의 글들을 시작하는 유형별로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1장 <어느 소설가를 만나다>에서는 작가가 '화자'인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 첫 문장들을, 2장 <무드를 만들다>에서는 처음부터 소설의 전체적 분위기가 결정되는 소설들의 첫 문장들을, 3장 <이름을 짓다>는 첫 문장에서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4장 <작가의 영혼>에서는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어 독자를 설득하는 첫 문장들을, 마지막으로 5장 <소설가의 호밀밭>에서는 작가가 소설 속 공간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첫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03/pimg_7114282154516320.jpg)
'화창하지만 아직 쌀쌀한 4월의 어느 날, 시계 종이 열세 번 울렸다. 윈스턴 스미스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턱을 가슴에 파묻은 채 재빨리 빅토리 맨션의 유리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문이 닫히기 전에 모래바람이 그를 따라 들이닥쳤다.
복도에서는 삶은 양배추와 낡은 카펫 냄새가 났다. 복도 끝에는 실내에 걸기에는 너무 큰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포스터에는 폭이 1미터가 넘는 거대한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마흔다섯쯤 되어 보이는, 콧수염을 기른 다부지고 잘생긴 남자였다. 윈스턴은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기대할 수 없었다.'
무미건조하게 다가오는 조지 오웰의 『1984』의 첫 문장은 작가의 의도처럼 소설의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첫 문장을 2장에서 소개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니 3장에서 소개해도 되었을 것 같아요.
'그해 늦여름, 우리는 강과 들판 너머로 산이 보이는 한 마을에서 지냈다.'로 시작하고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는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가 화자로 등장하고 있기에 1장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95명의 위대한 소설가가 쓴 고전 151편의 첫 문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03/pimg_7114282154516321.jpg)
하나의 문장을 쓰는 것은 하나의 언어를 습득한 것이고, 하나의 언어를 습득한 것은 하나의 기술을 익힌 것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문장을 쓰는 것은 결국 하나의 기술을 익힌 것이라는 거죠.
우리는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의 첫 문장을 반복하여 읽고 따라 쓰는 중에 자연스럽게 위대한 소설가의 글쓰기 기술을 익힐 수가 있습니다. 이 책의 필사를 통해 우리의 글쓰기 스승이 바로 위대한 소설가들이 되는 거죠.
멋지지 않나요?
저는 욕심내지 않고 긴 문장이든 짧은 문장이든 하루에 한 작품의 첫 문장을 필사하려구요. 그렇게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들만의 기술이 체화되어 자연스럽게 멋진 글이 써지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어요.
거기다가 요즘 거의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느라 글씨 쓰는 게 어색한데 글씨를 많이 쓰다 보면 글씨체도 예뻐지겠죠?
우리 그 여정을 같이 하지 않을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