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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125/pimg_7114282154506754.jpg)
대형 슈퍼마켓에서 출점한 반찬가게의 판매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마흔 살의 이토 하나는 한 60대 여성의 재판 기사를 우연히 접하고는 의식적으로 잊고 지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인터넷 기사 속의 60대 여성은 20년 전 하나가 몇 년간 함께 살았던 요시카와 기미코라는 여성으로 당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하나가 그녀와 같이 살던 집에서 나온 후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다. 하나는 기미코의 체포와 재판 기사를 읽으며 이번 일로 인해 20년 전에 있었던 모종의 일들이 다시 거론되며 자신이 수사의 대상이 될까 봐 불안해한다.
이에 20년 만에 당시 같이 살았던 또 다른 동거인 가토 란에게 연락해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란은 기미코는 머리가 한참 이상했고 자신들은 당시 너무 어려 그녀에게 이용을 당했을 뿐이라며 선을 긋는다.
과거 열다섯 살의 하나는 엄마의 지인인 기미코를 처음 만나 잠깐 동안 같이 지내게 된다. 함께 지내는 동안 기미코로 인해 많이 웃고, 주눅 들었던 친구들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등 하나의 삶은 이전과 달리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는 그대로 계속 기미코와 같이 지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에 다른 가족이 있어 하나를 떠나버린 아버지와 집 근처 스낵바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며 하나를 방치하는 엄마에게서 제대로 된 애정과 관심을 받지 못했던 하나에게 그제야 제대로 된 가족이자 이해자가 생긴 듯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고 기미코는 하나의 삶에서 말없이 사라져버린다.
이에 하나는 잠시 침울한 나날들을 보내지만, 고교 졸업 후의 독립자금을 모은다는 새로운 목표를 정해 아르바이트에 매진하며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엄마의 전 남친 도로스케가 하나가 1년 반 동안 피나게 모은 돈을 훔쳐 가 하나의 꿈은 좌절되고 만다.
그로 인해 모든 의욕과 기력을 상실하여 별것 아닌 나날을 보내며 방황하는 하나 앞에 2년 전 갑자기 찾아왔다 갑자기 사라졌던 기미코가 나타나 자신과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한다. 이에 하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기미코를 따라나섰고, 하나를 데려간 기미코는 하나와 스낵바 '레몬'을 개업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삶에 깊숙이 얽히는 영수라는 사내와 기미코의 친구 고토미, 친구이자 가족이 되는 가토 란과 다마모리 모모코를 만나는데….
대체 20년 전 그들은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일까?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125/pimg_7114282154506755.jpg)
이 소설은 부모와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방치되었던 주인공 하나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돌봐주는 기미코라는 어른을 만나 기미코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족을 이루며 행복을 찾지만, 곧이어 다가오는 시련으로 새롭게 형성한 가족이 해체될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대부분은 각자만의 이유로 인생의 부조리함을 절감하고 그 부조리함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으로 돈을 좇는다. 결핍이 많았던 하나 역시 기미코와 영수 등을 만나며 보호받는 느낌을 받으며 잠시 동안 행복과 안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 행복은 자신에게 돈을 바라 찾아온 엄마와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고 미래를 꿈꾸게 했던 일터의 화재로 좌절되고 만다.
모든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절대적이라는 생각에 결코 가서는 안 되는 길에 발을 들이고 마는 하나. 처음엔 돈이 행복을 위한 수단이었지만 종국에는 목적이 되어버리고 만 하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미코가 자신의 이름에 들어 있는 노랑을 이야기할 때부터 하나에게 노란색은 특별한 색으로 다가왔고 서서히 하나의 삶에 영향을 주더니 결국엔 하나의 삶 전반을 지배해버렸다. 그리하여 책에서 노란색은 풍수의 금운뿐만이 아닌 하나의 집착과 광기를 보여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노란 집'은 하나가 진정 바랐던 꿈의 집이었을까? 아니면…?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란, 모모코, 하나를 보며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옛말이 생각나면서 화가 났던 것은 나뿐이었을까? 기미코는 그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 줬건만 정신 이상자 취급이라니.
진실이 아닌 사실을 진실처럼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둔갑시켜 과거의 일을 완전히 잊고 잘 사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현재의 기미코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라 불쾌감마저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영수와 기미코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마음 아파 쉽사리 이야기를 보낼 수가 없었다.
삶에 대해 깊고 진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적이고 아련한 이야기 『노란 집』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