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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 - 권지안 에세이
권지안(솔비) 지음 / 열림원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사실 가수 솔비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솔비가 타이푼이라는 그룹에서 활동했다는 것도 잘 몰랐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가끔 보았었다.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뭔가 웃음의 포인트가 뭘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솔비 아니 권지안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연예계 안에서 정말 힘들고 괴로웠던 저자가 미술치료를 시작하면서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화가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이야기가 솔직하게 적혀 있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솔직하게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껴왔던 감정들을 적어내려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연예계에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에 대한 감정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늘 자신을 궁금해왔던 저자의 마음이 절절하게 나타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실 선입견이 좀 있기도 했다, 무슨 이야기가 적혀 있을까? 그런데 읽어내려가면서 어떻게 저자가 치유되었는지 저자가 그림과 미술에 대해 하는 생각들을 오롯이 느껴 볼 수 있어 뭔가 뭉클함도 느껴졌다. 사람은 누구나 위기의 순간 빠져나갈 길 한 가지 정도는 마련해두어야 한다. 저자의 경우 그게 바로 그림이었다. 그런 방법을 알아보고 자신의 개성으로 만들어간 저자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P50
내가 그린 그림이 나를 치유하고 누군가에게 의미를 가지며 또 다른 이들을 돕는 매개체가 되는 경험이라니 이로 인해 알아버린 감각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은 종류의 것이었다. 당연히 욕심이 생겼다 ‘더 잘 그리고 싶다’, ‘더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감정을 털어놓는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진짜 작품으로서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 역시 이 전시회로 인해 마음에 자리 잡았다.
모를 땐 무작정 저질러보는 것도 새로운 길을 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생각으로 그치지 말고 일단 해보자. 뭐든 해야 그다음이 생긴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나 역시 이때의 경험 덕분에 지금까지 십 년 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일단 하면 뭐든 남는다.
이 말이 생각보다 마음에 많이 남았다. 생각에 그치지 말고 일단 해보자는 그 말... 사실 그림을 잘 볼 줄은 모르지만 이 책의 사이사이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어 글의 내용과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림은 그 때 그 때마다의 저자의 감정을 생각을 나타내고 있는 듯 보였다. 가볍게 후루룩 읽어볼 수 있게 쓴 에세이지만 저자의 고민은 가볍지 않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