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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그 자리에 머물지 마라 -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암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14년 10월
평점 :
앞부분의 내용을 읽다보니 암에 걸린 의사....가 암을 이겨내고 밝고 즐겁게 살자는 이야기겠구나. 읽어보니 사실 전체적으로 보아 그 맥락에서 그다지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정신과의사고 평범하게 조금씩 어기면서 살아오던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니 사실은 금주, 금연, 비타민, 현미밥을 꼼꼼하게 챙겨오던 나름 철저하게 건강을 관리해 오던 중이었다.
일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힘들다고 생각지 못하고 진료를 보던 그냥 평범한 의사였다.
그런데 암에 걸렸다.
이 책을 읽어보니 암에 걸린 상황부터 자신의 심리상황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자신이 어떤 식으로 행동변화를 가져오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반응들을 모두 거친 후에야 자신이 암에 걸렸고 자신이 암환자로 조심해서 살아가야 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글 전체에서 느껴지는 위트가 있고 여유로움이 있다.
필자가 정신과의사이지만 연극을 하고 싶었고 책을 쓰기도 하는 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재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이 암진단을 받고 검사를 받고 수술을 결심하고 항암치료까지 시작하는 경험들 사이로 암과 관련한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들을 이래저래 엮어 두었다.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생길 수 있으므로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이런 큰 시련앞에서 정상적인 생각을 하고 의식을 흐름을 놓지 않고 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필자정도의 의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멘탈은 가지고 있었으면 한다. 큰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하고 싶은 일도 이루어내고 싶고 가고 싶은 곳도 가고 많은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한자리에 앉아 실의에 빠져 있다고 될 수 있는 일은 없다. 어차피 세상은 존재해 있고 내가 살아 있어야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법이다.
처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빠질 걱정을 하는 부분은 다분히 인간적이다. 눈으로 금방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그 부분은 많은 환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본다. 모자를 쓰고 가발을 써 보아도 이상한 얼굴....낯선 본인의 모습....
그 또한 이겨내야 하는 나의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당당하고 꿋꿋하게....
잔잔하지만 읽히는 재미가 있고 조금은 슬프기도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