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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오늘을 살아갑니다 - 서른다섯, 눈부신 생의 끝에서 결심한 것들
케이트 보울러 지음, 서지희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9월
평점 :
기존에 암에 걸린 사람들이라면 굉장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남은 생애동안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1번부터 100번까지 빨리 해치우려고 하는 시도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 케이트 보울러도 그런 이야기를 언급했다. 말기암에 걸린 저자는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다.
35세의 나이에 말기 결장암 판정을 받은 케이트. 암판정을 받은 후에 어떻게 사는 것이 지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는 것인지 고민하고 노력한다. 이 책의 담백하고 담담한 여정이다. 그리고 굉장히 유머러스한 느낌이 드는 문체가 보기 좋다. 이미 TED 강연을 했던 저자는 930만 뷰의 화제의 강연이 되었고 이 책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말기암에 걸렸지만 우울하고 속상하게 혹은 도전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해치우려는 시도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암치료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저자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자가 생각하는 버킷리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P82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나요?’라는 어두운 질문을 도전으로 위장한다. 우리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대로 ‘인생을 깊이 살고 인생의 골수까지 뺴먹기’를 원한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나열한다고 해서 이를 성취할 수 있을까? 정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을 수집할 수 있는 지에 집중해야 하는 것일까?
버킷리스트에 대해 이렇게 재미있게 또 쿨하게 이야기를 하다니... 재미있었다. 사실 사람들이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아마도 생의 마지막이 오면 그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만들곤 한다. 왜 아프기 전에, 죽을 날짜 받아놓기 전에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극한의 상황이 오기전에 하고 싶은 일을 번호 붙여서 하는 용기는 왜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P86
나는 여러 가지를 원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하고 삶 그 자체를 원한다
아직은 젊은 나이의 저자는 좀 더 다양한 삶을 살고 싶을 것 같다. 그런 절절한 삶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함께 적혀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읽어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너무 행복한 척하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거나 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너무 아픈 척도 너무 낙천적도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을 살아가는 느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어 더 좋았다.
P251
우리의 모든 걸작, 우스꽝스럽다, 우리의 모든 노력, 불필요하다.
우리의 모든 일, 완성되지 않았고 완성될 수도 없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하면서도 결코 만족하지 않으며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 버린다.
이게 훨씬 낫다.
‘삶에 공식 같은 건 없다’는 말에 깊은 공감이 된다. 미리 정해진 삶은 없다. 치열하게 살고 싶더라도 혹은 아무것도 안하고 살고 싶더라도 어찌되었든 살아내야 하는 것... 살고 사랑받고 떠난다는 저자의 아주 간단한 말이 또 공감된다. 하지만 살아가는 건 어찌되었건 나의 의지로 재미있고 행복하게... 잔잔하게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하며 잘 읽어볼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