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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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이라는 말은 왠지 모를 좋은 기억과 추억을 느끼게 해준다. 세상에는 없을 것만 같은 다양한 물건들이 저마다의 추억을 감추고 가만히 누군가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은... 그런 가게가 떠오른다.

 

저자는 잡화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한다. ’잡화감각에 의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하겠다. , 사람들이 잡화라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잡화다라고 말한다. 저자 미시나 데루오키는 실제로 잡화점 fall을 도쿄에서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 책외에도 2권의 책을 썼다.

 

사실 처음에는 보여주고 싶은 잡화를 사진과 함게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잡화를 소개하는 책도 아니었고 잡화에 대한 특별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내용도 아니었다. 진짜로 잡화감각을 설명하는 책이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잡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혹은 저자가 느끼는 대로 만들어내는 에세이다. 그래서 저자의 의식의 흐름대로 따라가다보면 잡화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서 매력을 느끼고 아직도 수많은 잡화점이 있구나 혹은 우리 주변에 이미 이런 형태로 있어왔구나 하는 것을 알 것 같다. ]

 

저자는 음악, ,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인용하고 있다.. 인문학적 견해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작가라는 생각이다. 이 책안에 나오는 책들, 음악들도 체크해두었다가 함께 들어보고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시간동안 잡화에 대해 연구하고 생각해와서인지 잡학다식한 인문학적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이 책은 잡화에 대한 사진 한 장도 없고 잡화를 선정해 소개하는 내용도 아니다. 그저 잡화가 무엇이고 잡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져보자는 그런 내용이다. 그저 늘 언제나 있어왔던 잡화란 이런거란다... 역사를 알려주는 분위기를 알려주는 것 같은 그런 책이다. 저자의 문체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잡화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p203

여행은 되풀이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젖은 미끄럼틀, 엉덩이에 붙은 낙엽, 현지 사업가가 지은 현대 미술관, 죽은 등에, 한 줄도 읽지 못한 소설에서 발산된 허무함은 온갖 여행지에서 나를 기다린다. 고부치사와의 마른 들판에서, 히다타카야마의 라멘 가게에서, 파리의 이민자 동네에서, 무라노섬의 안뜰에서, 언제나 앞질러 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허무함만이 어린 시절부터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언젠부턴가는 그 정겨운 그림자의 안부를 확인하기위해 여행을 떠났다. 그것은 문득 찾아오고 오랜 친구와 다시 만난 때와 같은 안도감 속에서 삶을 순수하게 긍정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잡화라는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었는데 잡화가 이상하게도 마음에 훅 들어오는 느낌의 에세이랄까? 인문학적인 감각이 엄청 뛰어난 작가의 작품이라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표지에는 잡화의 사진이 약간 있는데... 그 잡화사진만으로도 충분했다. 잡화를 보면 그 나라의 역사도 함께 알 수 있지 않는가 싶었다. 사실 알고보면 나도 잡화를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의미가 생겼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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