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아트북 : 크리스토퍼 놀란의 폭발적인 원자력 시대 스릴러
제이다 유안 지음, 김민성 옮김, 크리스토퍼 놀란 서문 / 아르누보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우 '킬리언 머피'를 알게 된건 넷플릭스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를 보고서이다. 3시즌까지 봤는데 분위기가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쉘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버밍엄 가족중심 갱단을 조직한 두목으로 점점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이야기였다. 남은 시리즈를 하나씩 볼 생각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다. 첫번째는 오펜하이머와 주변인, 그 당시 상황에 관한 조사, 두번째는 배우 및 스탭 캐스팅과 세트장을 만드는 작업, 세번째는 톤과 대사 및 사운드와 그래픽 등으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일이겠다.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오펜하이머의 반대 스탠스를 취하는 관료로 등장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내로 분한 '에밀리 블런트', 군부 측 동료로 나온 '맷 데이먼', 물리학자로 등장한 '조쉬 하트넷', 연구소 소속 과학자 '라미 말렉' 등 다른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할 만한 배우가 몇컷 안되는 장면을 위해 애썼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소소한 장면이지만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많은 이들의 애정과 열의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책에는 여러 배우들의 사진과 대사가 나와 있고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을 얘기하고 있으며 배우가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들과 에피소드가 나와 있다. 

 

1920년대 오펜하이머가 방문한 '로스앨러모스'(핵개발이 이루어진 장소)라는 지역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스케치를 먼저 하고 스티로폼으로 건물 여러 동과 전봇대 등을 만들고 꼭 필요하지 않겠다 싶은 학교, 병원, 식료품점 등은 제외시키기로 결정한다. 땅을 파고 기초를 쌓고 건물을 배치하고 완성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폭발 실험을 한 '트리니티 실험현장', 상원 인준 청문회 회의장 등도 관심있게 보았다. 공간에 인물을 두고 어떤 분위기와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비교적 큰 책으로 잡지책 같은 종이질로 빳빳해서 오래 간직할 수 있어 보인다. 영화를 보고 책을 봐도 되고 그 반대도 상관없겠다. 개발자인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으로 인한 참상을 보고 극렬한 반대 운동가가 되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전, 하마스와 이스라엘전도 그렇고 전쟁은 참 냉혹하면서 슬픈 일이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충분한 전쟁 억지력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emian 데미안 세트 - 전2권 - 영문판 + 한글판
헤르만 헤세 지음 / 반석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었다. 얇은 화일에 A4 서류를 넣을 수 있는 가방이었으면 했는데 지퍼를 달고 바느질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내부 공간이 넉넉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 가방을 만든 경험으로 같은 디자인과 방식으로 조금 더 크게 만들면 될 것 같다. 선생님께 단계별 과정마다 물어가면서 하다 보니 두달 정도로 오래 걸렸고 깔끔하게 나오진 않았으나 나름 만족한다. 뭐든 처음부터 잘하기는 어렵다. 손재주가 없는 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가방 다음은 간단한 카드지갑을 만들 생각이다.

 

1919년에 발표된 이책 데미안의 원제목은 '싱클레어 어느 소년 시절의 이야기'로 주인공 소년 싱클레어가 여러 사람과 사건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열살 무렵 싱클레어는 라틴어 학교에 다녔는데 평판이 안좋은 재단사의 아들 '프란츠 크로머'에게 약점을 잡힌다. 하지도 않았지만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쳤다고 떠벌린게 화근이었다. 크로머는 과수원 주인에게 말할 거라면서 싱클레어에게 큰돈을 요구한다. 몇번 약간의 돈을 주었지만 이번에는 누이와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만들라고 위협한다. 그때 등장한 새로 전학온 몇살 많은 '데미안'이 크로머 문제를 해결해주고 둘은 어울리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고 상급학교를 다니며 꿈, 충동, 본성, 갈망. 성경의 다른 해석 등 자아를 찾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한다. 여자와 술에 빠지기도 하고 자주 꿈을 꾸면서 인물화를 그리게 되는데 흐릿했던 모습이 점차 뚜렷하게 보이게 된다. 데미안인 줄 알았으나 훗날 데미안의 어머니의 모습과 닮았음을 알게 된다. 산책을 하다 들린 오르간 소리에 귀기울이다가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 교류하게 되지만 관계의 끝을 알리는 말실수를 하고 만다. 이후 싱클레어는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데미안을 다시 만난다.

 

예전에 중학생 때인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를 봤던 적이 있다. 그 책은 너무 안읽혀서 한달정도 고집스럽게 잡고 있었는데 내용이 정리가 되지 않고 흥미를 끌지 못했다. 이 책 '데미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페이지가 잘 넘겨지진 않는다. 그래도 초반에 크로머에게 협박을 받고 데미안을 만나 해결하는 장면과 시간이 몇년 지난 후 우연히 만나 자주 토론하던 피스토리우스에게 '골동품 같다'라는 말로 어긋나 버리는 부분은 흥미로웠다. 책은 한국어와 영어 각각 합본으로 되어 있어서 공부를 하면서 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인정하는 의무와 운명은 단 하나였다. 우리들 각자가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자연이 그 사람에게 심어 놓은 능동적인 씨앗에 완전히 충실하고 그 씨앗의 성장을 이뤄내어 우리가 모르는 어떤 것이 닥쳐와도 놀라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방인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코너스톤 초판본 리커버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금, 사주, 별자리, 혈액형보다 mbti는 개개인이 스스로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선택하기에 성향 파악이 용이하다. 그렇다고 딱 정해진 건 아니어서 조금씩 변화하기도 한다. 나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해보진 않았으나 내향형(I)에는 들어가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약간 외향성을 띄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르겠다. 양로원에서 전보 한 통을 받았다'로 책은 시작한다. 주인공 뫼르소는 사장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고 이틀간의 휴가를 얻는다. 양로원에 도착해서도 슬픔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담담해 하는 것에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같이 살지 못하고 양로원에 모셨지만 서로간에 깊은 애정이 있거나 앙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뫼르소는 크게 감정을 느끼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주변 인물들과 싫은 부분이 있어도 참고 어울릴 수 있는 속내를 알 순 없어도 무던하게 보이는 인물이었다. 

 

뫼르소에게는 마리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마리는 뫼르소에게 자신을 사랑하는지, 결혼을 할지에 대해서 묻는다. 뫼르소는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으나 마리가 결혼식을 하길 원하면 결혼하자고 답한다. 이웃인 '레몽'과도 말동무가 되어 지내다가 해변으로 놀러가기로 한다. 레몽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두들겨 패기도 했는데 이것은 해변으로 쫓아온 그녀의 오빠를 만나면서 더 큰 일이 되어 버린다. 아랍 사람이었던 그 오빠는 레몽을 칼로 찔러 상처를 입히고 뫼르소는 총을 들고 가서 그를 죽이고 만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빛 때문이었을까. 

 

뫼르소는 재판에 회부되고 배심원단의 결정을 기다리는 지경에 이른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크게 슬퍼하지 않았고 밥과 커피를 마시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여자 친구를 만나고 해변을 다니고 사건의 가운데에서 총알을 다섯발을 쏘는 과정은 뫼르소에게 '죽어마땅한 범죄자'라는 인식을 자리잡게 한다. 자신의 범죄의 이유에 대해 선처를 바라며 종교를 믿는다거나 여러 주장을 해야 되었지만 사형의 결정에도 불복의 항소조차 하지 않는다.

 

뫼르소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언제가 될지 모를 사형을 기다리는 시점에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울분을 부속 사제에게 드러내는 장면이 나온다. 뫼르소가 사형을 당할 만큼 크나큰 범죄를 저질렀는가. 물론 사람을 죽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다른 이였다면 어땠을지. 사회가 부조리하다고 느꼈을까. 책은 고전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읽을 만하다. 뫼르소가 어떤 mbti 유형일지 생각하면서 봐도 괜찮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미래지식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변학수 옮김 / 미래지식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목은 많이 들어 보았는데 전체를 읽는 건 처음이다. 이 책은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답장의 내용은 나오지 않고 날짜와 내용만 나오기에 일종의 일기처럼 보인다. 1부에서는 베르테르가 작은 도시에 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자연과 함께 지내다가 이미 약혼한 로테에게 사랑에 빠졌다가 맘정리를 하고 떠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2부에서는 다른 도시에서 즐겁게 지내보려 하지만 귀족사회의 계층 차이로 인해 실망하고 다시 로테 주위을 맴돌며 괴로워하다가 자살하는 내용, 그리고 2부 중간쯤부터 다른 화자를 내세워 베르테르의 주변상황을 다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글이 주를 이룬다.

 

괴테가 약혼자를 둔 여인을 사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고 '베르테르 효과'라는 자살이 다수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2부에서 다른 화자를 내세워 베르테르와 독자의 간극을 생기게 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괴테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운명 때문이든, 자신의 잘못 때문이든, 그대가 어떤 친구도 사귈 수 없는 때가 오거든 이 작은 책을 당신의 친구로 삼으십시오'

살아가면서 힘이 들때 책이 되던 자연이 되든 악기가 되던 운동이 되든 사람이나 동물이 되든 마음을 의지할 무언가가 있기를 바란다. 

 

베르테르는 멈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정지하지 않았다. 아니면 도저히 어쩔 수 없었던 걸까.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번지점프를 하다 영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건 상황이 다르다. 약혼자가 있는 여인과 나름 친해졌다고 해도 이후 결혼까지 한 여인을 짝사랑한다면 그 끝은 어떻게 될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또다른 역작 '파우스트'를 읽긴 했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읽는 듯 마는 듯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생각보다 잘 읽힌다. 자주 만나서 친밀감이 생기고 해서는 안될 사랑에 빠진 인물은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고 너무 감정적이거나 혼란스럽지도 않은 문체에 시간의 순서에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궁금하고 공감이 간다. 친구든 연인이든 누군가를 만날때 '이 사람은 나하고 좀 맞네, 안맞네' 싶은 경우도 있고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 등 투자를 할때 '이건 맞고 이건 좀 그렇군' 싶을 때가 있다. 짧은 시간에 결정되는 경우도 있고 처음에는 좋았다가 몇년이 흐르고 관계가 틀어지는 상황도 생긴다. 혼란의 중심에서 믿을 건 자신뿐이니 스스로를 아끼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던전 앤 드래곤 아트북
마이클 윗워 외 지음, 권은현 외 옮김 / 아르누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처음 '던전 앤 드래곤'을 봤던 건 고등학생때 오락실이었다. '던전 앤 드래곤 2' 게임이다. 4명이 최대로 게임을 할 수 있었고 마법사, 도둑, 기사, 성기사, 엘프, 드워프 중에서 캐릭터를 선택해서 끝판왕을 깨는 게임이었다. 나는 기술도 잘 쓰지 못하고 해서 기사를 주로 했고 다른 애들은 마법사나 도둑, 성기사 등을 했었다. 순식간에 캐릭터를 잃다 보니 내가 100원씩 천원을 쓸때 다른 애들은 원코인으로 끝을 보기도 했다. 이 게임은 각 단계의 끝마다 보스가 등장하고 경로를 선택해서 여러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 보스 '레드 드래곤'의 화염으로 한방에 죽기도 했으니 많이 억울하기도 했다. 이 오락실 게임에 심취한 친구들은 방과후에 한 곳에 모여서 오프라인 역할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데몬 고르곤' 괴물을 두고 배역을 나누는 것 처럼 말이다. 

 

'던전 앤 드래곤 아트북'이란 책 제목답게 사진과 그림이 풍부하고 어색한 초기 캐릭터가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되었는지를 볼 수 있는 책이다. 433페이지에 일반 소설책보다 판형이 크고 종이질도 빳빳하니 좋다. 설립자의 행보와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발전되는 과정, 위기의 순간들, 새로 생긴 캐릭터, 던전 앤 드래곤으로부터 파생된 게임, tv, 영화 등이 많았다. 영화 E.T에서도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모습이 등장한다. 내 입장에서는 이 책을 통해 오락실에서 하던 던전드래곤 게임 캐릭터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원형 모양의 눈이 큰 '비홀더', 파충류이면서 사람형상을 한 '리저드 맨', 다른 괴물을 소환하는 '마인드 플레이어', 보라색 검사 캐릭터였던 '드리즈트', 모든 크리처를 삼켜버리는 큰 주머니같은 '로퍼', 보스로 나온 여러 색상의 드래곤 등으로 연결해보는 게 즐거웠다. 

 

이 책으로 '던전 앤 드래곤' 창작자의 고뇌, 사업가의 어려움, 수십년간의 변화된 모습, 전통적 가치, 확장된 영역,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기 등을 볼 수 있었다. 나이 들어서 걱정없이 사는 게 하나의 목표였는데 잘 진행될지 궁금하다. 조금씩 할일 하고 취미도 하나씩 키워 나가고 괜찮은 친구도 만들고 하면서 지내려고 한다. 걷기로 살을 조금 뺏는데 어제 과식을 했더니 2kg 쪄버리긴 했지만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들, 가치있게 보내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