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그리고 동시를 꾸준히 발표해 온 이정록 시인의 새 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는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가 더해진 청춘 시집이다. 일러스트 최보윤 작가의 '히리위리'가 시 속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애니매이션 장면과 대사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청춘 시집의 시가 이렇게 아파도 되는지, 눈물을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읽다 보면 느끼게 되는 아픔이 곳곳에서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청춘은, 텃새가 철새로 날아오르는 때다." 라는 시인의 말처럼 둥지를 떠나야 할 때가 오면 새 둥지를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어미 없이 내동댕이쳐진 순간도 맞이하고. 조금은 해학적이다 싶은 이정록 청춘 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를 읽기 전에 우선 따뜻한 마음과 차가운 냉수 한 잔을 준비하면 좋겠다.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차갑게 읽어야 하기에.
『오늘의 SF 2호』는모처럼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술술 읽히는 텍스트가 아니라 생각과 해석을 필요로 하는 정도는 독자로서 오랜만에 경험하는 차원이었다. 벌써 국내 SF가 다중지성과 AI가 대립하는 세대까지 가 있구나, 내가 쓰고자 했던 이야기가 문우들에게 이해공감이 되지 않던 것에 비해 문단의 미래세계는 더멀리로 가버렸구나 하는 생각들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첫 술은 달콤했다. 『오늘의 SF 2호』가 신선한 과일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맛이었다고 하면 3호, 4호, 5호... 『오늘의 SF』들은 어떤 맛을 줄까 궁금해졌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책이었다.
고등학생이 될 무렵 처음 순정만화를 접했습니다. 예쁜 여주인공과 멋진 남주인공의 슬픈 사랑 이야기들이었지요.마음에 담아두고픈 장면이나 예쁜 여주인공 모습을 따라그리던 연습장 그림들은 친구들이 달라고 할 정도로 잘 그릴 때까지 끊임없이 그린 흔적들이 쌓여갔지요. 한때 만화가를 꿈꾸던 아이는 오십 대가 되었으니 참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신일숙 만화를 컬러링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마치 삼십년 전으로 돌아간 듯 하네요. 아르미안의 네딸들 컬러링북 서평단 선정으로 추억 소환의 기회를 갖게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00편의 시를 읽고 필사했다.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 기억을 되짚어 시집 속 시들을 꺼내 손끝으로 한 자 한 자 꾸욱꾹 눌러쓰며 추억에 잠기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두고 아껴쓸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 미루면 결국 끝까지 미룰 수 있어서 그냥 일주일 안에 집중해 다 필사했다.시인은 다시 돌아오기로 하면서 이 시들을 어떤 마음으로 골랐을지 독자로서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리고 여린 청춘이 내뱉는 사랑과 아픔을 다시금 되새김하는 기분이었을까?처음 원태연 시인의 시를 읽었던 스므살의 나이는 사라지고 시만 남아있다. 그나마 지나간 시간을 추억할만한 시가 있어 그냥 좋았다! #협찬도서
음식과 관련 기록, 자연환경과 역사 지리적 배경까지 녹여 사리진 황토 음식과 그 기원 및 원형에 대해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허균은 고향이 강릉이라 그곳에 귀양가서 [도문대작]이라는 음식평론서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그 향이 사흘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더라."허균이 고향 강릉의 갯방풍죽을 말한 문장에서 [동쪽의 밥상]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향의 음식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래서일까. 오늘 나의 밥상에 오른 생미역 초무침, 김치에 들어간 멸치젓 향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이상한 밥상이다.[동쪽의 밥상]은 고대에서 현재까지 동해의 진미들로 잘 차려진 밥상이다. 가능한 많은 분들이 이 밥상을 맛볼 기회를 얻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은 그렇게 표현되는 것이 맞 않을까. 책을 읽는 가운데 자연의 건강한 얼굴이 담긴 사진들도 눈길이 머무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