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한에스더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평점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맨 처음 알게된 계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서였다.
뮤지컬에서는 다양한 인물들(가족,연인,친구 등)이 나와서, 원작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책에도 뮤지컬처럼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고 뮤지컬에서는 알 수 없는 개개인의 심리묘사가 박진감 넘치게 진행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유일하게 동일한 인물은 지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 뿐이었다.
어터슨은 웃음기 없는 근엄한 표정, 말수가 적고 다소 어색하고 냉정한 말투,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과 마르고 큰 키에 칙칙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지녔음에도 왠지 호감가는 인물로, 그는 지킬의 유언장 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변호사이자 지킬의 친구였는데 오랫동안 서로 알고지낸 사이지만 유언장의 내용은 도저히 어터슨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 투성이었다.
자신이 사망할 경우나 실종되거나 명백하지 않은 이유로 3개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즉시 모든 재산을 "친구이자 후원자인 에드워드 하이드"에게 상속하겠다고 고집을 피웠기 때문이다.
어터슨은 이런 말도 안되는 유언장을 불쾌하게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이유 중 제일 거슬렸던 건 '하이드'라는 자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어터슨처럼 지킬과 오랜 친구사이인 래니언도 '하이드'를 모르긴 마찬가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래니언은 지킬과 과학적 견해에 의견 충돌이 잦아 서로가 서로에게 연락이 뜸한 상태였다. 어쨌거나 래니언도 그를 모르자 어터슨은 더더욱 하이드가 누군지 궁금해졌는데...
"하이드라는 이름답게 꼭꼭 숨어 있겠다면, 내가 직접 찾아가 주지."라는 말까지 하며 그를 찾는데 집착한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어터슨의 인내심이 결실을 맺어 하이드를 마주하게 되었다.
하이드는 키가 작고 평범한 옷차림이었지만 멀리서 봐도 왠지 불쾌함을 지닌 남자였다. 창백한 얼굴과 난쟁이 처럼 작은 덩치. 확연히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곤란하지만 분명 기형처럼 보였고 기분 나쁘게 웃는 얼굴에는 대담함과 소심함이 기묘하게 뒤섞여있었다. 그리고 속삭이듯 쉰 목소리도 부자연스러운 남자였다.
50대의 잘생긴 얼굴에 유능함과 친절함이 몸에 베어있는 부드럽고 세련된 지킬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자였다.
어터슨은 하이드를 만난 후 지킬을 찾아가 유언장을 고쳤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지만 지킬은 불쌍한 하이드에게 관심이 많은 상태고, 그가 정당한 권리를 물려받도록 자기를 생각해서라도 참고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지킬의 말에 마음이 동한 어터슨은 그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약속하고 헤어진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유례없는 흉악한 범죄가 발생했는데 그 범죄를 저지른 인물은 다름아닌 하이드였다.
사람들은 범죄자 하이드를 찾으려 사방팔방 찾아보지만 하이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지워진 것처럼 완전히 잠적해버린다.
어터슨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킬을 찾아가 하이드를 숨겨주고 있는건 아니냐 물어보지만 지킬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는 하이드를 만날 생각이 없다고 치를 떨었고, 하이드가 남기고 간 편지를 어터슨에게 전해준다.
그런데 맙소사, 하이드의 필체와 지킬의 필체가 상당히 비슷하다는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터슨은 이 편지에 대해 당분간은 함구하기로한다.
시간은 흘러 하이드는 오리무중, 래니언은 하늘나라로, 지킬은 자신의 집에서 틀어박힌지 오래가 되었다. 어느 날 죽은 래니언으로부터 편지를 한통 받게 되는 어터슨.
"헨리 지킬 박사가 사망하거나 실종된 후에 개봉하게" 라고 적혀있어 심상치않음을 느낀 어터슨은 당장 뜯어 보고싶을정도로 내용이 궁금했지만 변호사의 본분을 잊지않고 금고 제일 깊숙이 편지를 집어넣었다.
이 편지는 나중에 하이드가 죽고나서 그가 들고 있던 서류 속 지킬의 편지와 함께 읽혀지게 되는데 이 두통의 편지 덕분에 어터슨은 지금까지의 모든 수수께끼들과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들어 자기가 일궈낸 업적과 사회적 지위를 돌아보며 이중적인 삶에 피폐해진 지킬은 자기 안에 존재하는 두 자아를 분리하는 실험을 하게 되었다. 정직한 지킬은 기꺼이 선행을 베풀며 정상을 향해 안정적으로 나아가고, 완전히 타인이 된 하이드는 사악한 자아의 행동으로 발생할 죄책감과 불명예로 괴로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결국 실험은 성공했지만 어느 순간 하이드의 자아가 지킬의 자아보다 강해지면서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하이드로 변하는 순간이 발생하면서 지킬은 점점 자신이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결국은 두 사람의 삶을 끝내게 되며 막을 내리게 된다.
우리의 내면에도 지킬과 하이드라는 선과 악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가끔 두 자아는 서로 표면에 나서려고 싸우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본성이라 우리는 그저 적응하고 본색을 내색하지 않고 숨기며 지내지만 지킬은 그런 상태의 자신에게 지쳐있었고 결국은 두개의 나를 두개의 전혀 다른 자아에 가두기 위해 내면의 자아를 분리하는 실험을 하게되고, 성공하여 하이드를 만들었다. 이 책이 출간된 당시에는 이 내용이 엄청 파격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지금이야 워낙 유명하니까 지킬이 하이드고, 하이드가 지킬이라는 것을 알지만 처음 이 내용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지킬과 하이드를 처음부터 동일시하고 보진 않았을테니 입이 떡 벌어지지 않았을까?
충격적인 반전 매력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했기에 여전히 우리에게 뮤지컬로, 오페라로, 그리고 이렇게 원작 소설로 새롭게 만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내가 읽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허밍버드 출판사에서 낸 책인데, 컴팩트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언제 어디서나 고전 문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놓아서 맘에 들었다. 또한 이 책과 앞으로 나올 고전 시리즈들 모두 허밍버드만의 감성과 '드롭드롭드롭'의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는 컬렉션이 될 것 같다.
고전 소설 컬렉터를 위한 특별한 시리즈기 때문에, 컬렉터들은 이 책을 눈여겨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