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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2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평점 :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어릴 때 본 추억의 만화 [두치와 뿌꾸]를 통해서였다.
두치와 뿌꾸에 나오는 '몬스'라는 요괴가 프랑켄슈타인을 모티브로 그렸다는 것을 알고나서, 나는 프랑켄슈타인의 외형은 거대하고, 왼쪽 측두골 쪽에 못이 하나 박혀있고 이마는 찢어져서 꿰맨 흔적이 있는데다, 납작하고 각진 얼굴에 피부는 거무칙칙한 색이며, 이도 두개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어린시절 이후 '프랑켄슈타인'이란 존재를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홍보를 본 후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찾아보다 알게된 사실인데, 나를 포함해서 흔히들 떠올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상징적인 외형은 1931년에 제작된 <프랑켄슈타인>영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원작 책에서의 프랑켄슈타인 모습은 누런 눈꺼풀, 누런 피부아래에 비치는 꿈틀대는 근육과 혈관, 풍성한 검은 머리칼, 진주처럼 하얀 이빨, 눈동자와 흰자위를 서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회갈색, 흐리멍텅해보이는 눈, 쭈글쭈글한 얼굴, 새까만 입술, 알아들을 수 없는 말, 거대한 몸집, 유연한 몸놀림, 빠르고 강한 힘 등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여기서 한가지 더 알아둬야 할 사실은 우리가 당연스레 떠올리고 편하게 부르는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은 원래 그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작에서는 이름없는 그냥 '괴물'이라고만 불린다. 언제부터 괴물의 이름이 그를 만든 조물주인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알고있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은 원래는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는 것!
괴물을 만든 조물주의 풀네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으로, 형이상학적이고 고차원적인 물리법칙의 비밀에 접근하고픈 열망이 어릴 때부터 강한 인물이었다. 17살이 된 빅터는 잉골슈타트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크럼퍼 교수와 발트만 교수 밑에서 전문적으로 자연철학을 배우게 됐고, 스스로 미지의 힘을 탐구하고 생명의 창조라는 심오한 비밀을 세상에 펼쳐 보이기 위해 혼자만의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음산한 11월의 어느 밤, 빅터는 고된 노력의 결실을 마주하게 됐지만 자신이 생각한 완벽한 존재가 아닌 끔찍하고 흉물스러운 존재가 탄생하고 말았다. 그 괴물이 바로 우리가 알고있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이다. (여기서는 괴물로 계속 부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괴물이라고 칭하겠다.)
빅터는 자신이 만들어 낸 피조물의 모습을 도저히 참고 바라 볼 수 없어서 연구실을 박차고 나왔고 그가 그렇게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괴물은 자신이 조물주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감각을 구별하지 못했던 괴물은 몇 번의 낮과 밤을 보낸 후 감각을 구별하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새로운 개념을 익혔고, 두 눈도 빛에 적응해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숲속에 폭설이 내렸고 괴물은 먹을 것과 쉴 곳을 간절히 바라게 되면서 자연스레 마을로 내려갔는데...
마을에 온 괴물을 보자마자 아이들은 사방에 비명을 지르고, 여인 중 하나는 혼절해 버리고, 어떤 사람은 달아나고 어떤 사람은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그야말로 마을은 아비규환.
마을에서 황급히 도망친 괴물은 폐축사를 발견하게 됐고, 그 곳을 보금자리로 정한다.
폐축사 바로 옆에는 작은 집이 붙어있었는데 괴물은 그 집에 사는 가족들을 매일 지켜보며 그 가족을 통해 말을 배우고, 다양한 감정을 배우며 어느덧 그들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된다.
괴물은 자신도 그 가족의 구성원이 되고픈 마음에 용기를 내어 자신을 받아달라고 청하지만... 가족들은 예전 마을사람들처럼 놀라기겁하며 괴물을 내동댕이치고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며 때리기 시작했다.
괴물은 그들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 놓을 수도 있었지만 쿵 하고 내려앉은 가슴이 쓰라린 나머지 가만히 맞고만 있다가 숲으로 도망쳤다.
괴로움으로 울부짖던 괴물은 창조주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인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위해 빅터를 찾아간다. 하지만 빅터는 절대 너같은 괴물을 또 만들 수 없다며 거부했고, 괴물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빅터가 소중히 여기는 인물들을 살해하며 푼다.
자신이 아끼는 이들이 다 죽자 빅터는 괴물을 죽여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때부터 둘의 숨바꼭질은 북극에서 빅터가 숨지기 전까지 계속 이어진다.
읽는 내내 괴물이 너무 불쌍했다. 빅터의 야심에의해 창조되어 태어난 순간 바로 버림받고, 처음부터 살인을 저지르는 괴물이 아니라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받고싶어하고 함께 무리지어 지내고 싶은 착한 마음을 지닌 괴물이었는데... 그의 흉측한 외형 탓에 사람들에게 몽둥이로 두들겨맞고 쫓겨나고 도망다녀야 했던 괴물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정말 희대의 못된 놈이다. 다른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그러면 안됐다. 자기의 욕심으로 인해 만든 생명을 함부로 대하고 멋대로 버려놓고 괴물이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애원하던 소원마저 들어주지 않다니. 만약 괴물과 똑 닮은 여인을 만들어주었다면... 그래서 둘이 알콩달콩 저 먼 곳에서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따뜻한 보살핌만 줬어도, 외로움만 덜어줬어도 그는 흉학한 괴물이 아닌 순수한 괴물로 남았을 것이다.
이번에 뮤지컬과 오페라로 큰 인기를 얻은 프랑켄슈타인의 원작 소설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만나볼 수 있어 행복했고, 소장가치를 만족시킬 '드롭드롭드롭'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컴팩트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제작되어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명작 뮤지컬과 명작 오페라의 감동을 담은 허밍버드 클래식 M시리즈의 다른 고전소설들도 얼른 읽고싶다.
다음은 어떤 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