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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 ㅣ 이탈로 칼비노 전집 2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평점 :
이탈로 칼비노의 두 번째 작품인 『반쪼가리 자작』은 1952년에 발표된 소설이다. 한사람의 양면적인 모습을 반쪼가리 자작에 투영하여 다룬 소설인데, 읽으면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가 떠올랐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소설인가 싶어 찾아봤는데.. 놀랍게도 『지킬박사와 하이드씨』가 『반쪼가리 자작』보다 66년 전에 먼저 나온 소설이라는 사실!
둘 다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지만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지킬의 몸에서 분열된 지킬과 하이드의 인격들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반면, 『반쪼가리 자작』은 자작의 몸이 둘로 갈라지면서 '선한반쪽'과 '악한반쪽'이 나뉜다는 설정이다.
『반쪼가리 자작』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반쪼가리 자작의 어린 조카'로, 간혹 자작의 시점에서 서술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조카의 시점으로 상황들을 설명한다. 그래서 인간의 양면성에 초첨을 두고 있음에도 무겁게 다가오진 않았다.
투르크인들과의 전투 중, 중위 메다르도(반쪼가리 자작의 이름)는 칼을 빼 들고 불꽃이 튀는 대포로 뛰어들었다가 몸이 반쪽으로 갈라져 버린다. 머리에는 한쪽 귀, 한쪽 뺨, 반쪽 코, 입 반쪽, 이마 반쪽 그리고 턱이 반쪽 남아있었고 몸의 다른 반쪽은 죽처럼 흐물흐물 한 상태였다. 다행히 의사들은 메다르도를 꿰매고 맞추고 혼합하여 반쪽이 된 그를 살려냈고, 살아난 그는 자신의 성이 있는 테랄바로 돌아갔다.
7~8살 쯤의 어린 조카에게 스스럼없이 반쪽자리 독버섯을 주는가하면, 자신의 눈에 보이는 모든 동식물, 사물들을 다 반쪽으로 만들어버리고, 툭하면 영지 사람들에게 교수형을 내려버리는 '악한반쪽' 메다르도.
악하기만한 그도 여자는 사랑할 줄 알았으니...
어느 날 염소들과 함께 풀밭에 있던 양치기 소녀 파멜라를 발견하고 그녀를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사랑하게 됐다'도 아니고, '결심하게 됐다'는건 또 뭐람.)
'악한반쪽'이 그 결심을 하자마자 테랄바에 나타난 '선한반쪽' 메다르도.
악하고 착하고를 떠나 한 몸인 그들의 취향은 어쩔 수 없었는지 '선한반쪽'도 파멜라를 사랑하게 되고....천사같은 선함을 온 마을 곳곳에 퍼트리고 다니기 시작한다.
처음엔 '악한반쪽'에게 된통 당한 사람들이 '선한반쪽'을 옹호했지만, 비인간적인 사악함과 그와 마찬가지로 비인간적인 덕성 사이에서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고 무감각해져 버리게 된다.
그런 하루하루 속에서 어느 날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악한반쪽'과 '선한반쪽'의 결투사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악하면서도 선한 온전한 인간으로 되돌아간 반쪼가리 자작.
그는 두 반쪽이 재결합된 경험이 있었기에 아주 현명해질 수 있었고 올바른 통치를 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된다.
선과 악의 공존이야말로 오히려 '인간적'임을 역설한 『반쪼가리 자작』.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강조하는 소설이나 강의들을 보고 난 후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사람은 너무 선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악해서도 안된다는 것.
이 두가지 양면성을 어떤식으로 조화롭게 활용하느냐가 항상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