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래요
김라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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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큰부분을 차지하는 나의 자랑, 모두가 부러워하는 '엄친아' 모범생 딸. 그랬던 딸이 갑자기 '자퇴 선언'을 한다면 과연 그 사실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 아마 누구라도 '미쳤니?' 소리부터 나올 것이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생각만해도 아찔한 이 상황을 저자는 직접 겪은 후 지옥에 있는 것처럼 매일을 힘겹게 보내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점차 하나 둘 마음의 짐을 덜어내며 아이의 방황을 잡아주고 자신도 함께 성장해가며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해지는 방법을 기록해 두었다. 바로 이 책에.

p25

한 달간 미친년, 미친년 속으로 외치며 내가 미쳐갔다. 밤새도록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두운 침대 옆 바닥에 앉아 가슴을 쥐어뜯었다. 가슴에 창문처럼 구멍이 뚫리면 공기가 통할 것 같아 주먹으로 통통 쳐댔다. 매일 밤 소리없이 눈물만 흘려 대고 울다가 내가 곧 돌아 버릴 것 같았다.

자퇴 선언을 외친 딸 희정이는 처음부터 저자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딸이 도대체 무엇이 하고싶어서 자퇴를 하려고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그녀의 속은 문드러지고 있는 상태였는데...

p32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면 자퇴하기로 마음먹은 아이에게 공무원을 해결책으로 더 자신 있게 밀어붙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막무가내로 아이와 사생결단을 낼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중에야 딸이 '아이돌'이 되고싶어 자퇴를 결심했다는걸 알게되지만 그녀의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결심'이었고, 딸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자신이 대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몸에 이상이 생기고 급기야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다행히 수술 후 좋은 경과를 얻는다.

p45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의 마음을 바꾸라는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반항하며 거스른 마음이 결국 내게 더 상처가 된다는 말이 수긍가기 시작했다. "모든 근원은 나에게 있다."라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좀 더 심도 깊은 마음공부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가 시작 되었다.

수술 후 몸이 회복되면서 시끄러운 마음을 깨끗이 정리한 그녀. 그렇게 그동안에 묵었던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와 희정이를 다시 볼 마음의 여유도 키우기 시작한다.

p57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이렇게 마음으로 새겨진 일이 없다. 결국, 지는 게임인 것이다.

희정이가 원하는 자퇴를 승낙해주고 함께 자퇴 신청을 하러 학교에 가는 부분에서 마음이 찡해졌다. 저자의 결심이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는지를, 그 과정들을 알고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엄마도, 딸도 '자퇴'를 쉽사리 결정한 부분이 아니거늘.. 빠른 자퇴 승인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기 손에서 빠져나가는 학생 일이라고 일처리를 차일피일 미룬 선생님의 대처엔 너무 화가났다.

p77

아이에게 바쁘게 움직여 활력을 불어넣으려고만 했다. 가만히 앉아서 심드렁하고 우울한 감정을 다독이며 위로해 주지 못했다. 마치 <인사이드 아웃>의 내 마음 속 감정 캐릭터 중 기쁨이가 주도하는 것처럼, 슬픔과 좌절을 용납하지 않았다. (중략) 희정이는 지친 것이었다. 영화 속의 슬픔이가 했던 것처럼, 유일한 애장품인 로켓을 잃어버린 빙봉의 마음을 같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아직 나약하고 무기력하다고 딸을 채근한 나는 그때도 덜 성숙한 엄마였던 것 같다.

아이가 세상을 향해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땅이되고 거름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활력을 불어주지만 엄마의 잣대로 정해진 행복의 길은 아이에겐 독이 될수도 있는 법. 누구나 예행연습 없이 '엄마'가 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다듬어지며 성장해가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위대한 엄마는 처음부터 위대했던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울고, 웃고, 성장하며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아이와 엄마의 성장공부 말고도 학교 교육 현장에 대한 성찰 부분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으니 자녀를 둔 엄마라면, 그리고 자식과의 불화로 골머리 앓는 부모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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