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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퐁텐 우화 - 상상력을 깨우는 새로운 고전 읽기
장 드 라 퐁텐.다니구치 에리야 지음, 구스타브 도레 그림, 김명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20년 7월
평점 :
이솝이 직접 손으로 기록한 것이 아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 '이솝 우화'를 17세기 프랑스의 라 퐁텐이라는 시인이 이솝이 남긴 우화에 촉발되어 자신의 우화를 쓴 것이 바로 라 퐁텐 우화이다. 저자는 그런 라 퐁텐 우화를 모티브로 삼아 이 책을 썼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라 퐁텐의 우화에 등장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역할은 미묘하게, 때로는 크게 달라진 부분들이 있다고 한다.
이솝 우화는 읽어봤어도 라 퐁텐 우화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해보는거라 저자가 말하는 달라진 부분을 찾을 순 없었지만 이솝 우화랑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솝의 경우는 간결한 이야기로 삶의 기지나 지혜를 표현했고, 라 퐁텐의 경우는 타인의 우화에 기초하여 세상을 사는 법과 교훈 같은 요소를 첨가시켜 시의 형식으로 표현 했다면!
저자의 경우는 라 퐁텐과 도레의 장면 설정을 토대로 하면서 그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 희망과 절망, 지혜, 안목, 용기, 확실성, 기쁨 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창조적으로 집필했다고 한다.
(참고로 책 표지에 그려진 늑대 그림 또한 도레의 그림으로 파트1의 열다섯번째 이야기인 <목동이 된 늑대>이야기의 삽화다.)
이 우화에는 인간을 포함해 많은 동물들이 등징한다.
대부분의 주인공이 동물이라 독자 나름의 상상력을 펼치면서 그 속에서 의미와 가치관, 교훈 등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세상의 인과를 알게하고, 현명한 사람만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아무리 하찮은 생명일지라도 세상에 태어날 때면 누군가의 고통이 필요하다는 점도 보여주고, 윗 사람을 잘못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도 알 수 있고, 때론 너무 정직해도 안된다는 점과 목적 뒤에 보이지 않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 등 숨은 뜻들이 참 다양했고, 이렇게 전달하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번씩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상상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갖게 해준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해 보자면 <들개와 집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출산을 앞둔 들개가 전부터 알던 집개를 찾아가 새끼를 낳을 때까지만 집을 빌려달라고 애원했다. 부탁을 받은 집개는 집을 빌려주었고 얼마 뒤 새끼들이 태어난 것을 보고 집을 비워달라했지만 들개는 새끼들이 조금 더 클 때까지만 좀 더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몇 주가 지나 마침내 자기 집으로 돌아온 집개.
그런데 그 사이 덩치가 제법 커진 새끼 개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소리쳤다.
"뻬앗으려면 빼앗아 봐라!"
이 내용을 보며 고사성어 '망은배의'가 떠올랐다.
비록 우화기 때문에 집개와 들개의 사정이지만, 분명 실제로 이런 일을 겪으신 분도 있을 거고, 언젠간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우화는 여기서 끝이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야 할지 고민해볼 문제다.
2천여 년 전 이솝이 시작하여 17세기 라 퐁텐이 정리하고 이를 에리야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우화 모음집인 『라 퐁텐 우화』.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가치'와 '지혜'를 구스타브 도레의 환상적인 삽화와 함께 읽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