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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된 운명의 성 ㅣ 이탈로 칼비노 전집 7
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 / 민음사 / 2014년 6월
평점 :
고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점성술이나 중세 때 유행한 타로 카드 등을 떠올릴 때면 신비한 기운 같은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환상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점술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상징을 가지냐에 따라, 타로 카드의 경우는 카드의 방향이 정방향이냐 역방향이냐에 따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모든 풀이가 다양하기 때문이리라.
이런 신비하면서 재미난 소재를 가지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가 있다. 바로 이탈로 칼비노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교차된 운명의 성』은 타로 카드를 조합적인 서사 장치로 사용하여 특정한 의미를 부여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어느 우거진 숲 속 한가운데 있는 성 하나.
그 곳까지 오는 동안 숲 속에서 목소리를 잃어버린 주인공과 다른 사람들은 성주처럼 보이는 사람이 식탁 위에 올려둔 타로 카드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말로 전달하는게 아니라 타로 카드로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다보니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고, 주인공은 '그들은 서로 어떤 말을 나누었을까? 처음 시작은 이랬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카드 하나하나를 해석하고 추측하며 독자인 우리에게 이야기들을 풀이해준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사람이 신호를 보내 자기와 닮은 카드 하나를 집어들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그에 맞는 타로 카드 그림이 꼭 옆에 같이 나와준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이 나면 여태까지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타로 카드들을 나열하여 다시 한번 더 보여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번 더 훑어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다.
만약 타로 카드 그림이 안그려져 있었다면 글로 아무리 잘 풀어놓았다 하더라도 무슨 타로 카드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지 전혀 감이 안왔을 것 같다.
주인공은 아직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은 그 자리의 손님들 중에 기수나 요정처럼 가벼운 젊은이 하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는데, 그가 잉글랜드 기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타로 카드 중 그와 가장 많이 닮아 보이는 그림인 '막대기의 기사' 그림을 그에게 내밀며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권하기도 한다. (대범하네...)
그리고 모두가 그랬듯이 주인공도 자신의 이야기를 타로 카드로 이야기 해보려고 노력한다.
이렇듯 『교차된 운명의 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타로 카드 그림들과 이야기가 함께한다.
쭈욱~늘어선 카드들에 의미를 넣어 각각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생각은 정말 참신하면서도 놀랍고 환상적이었다. 역시 이탈로 칼비노!
전 편 『모든 우주만화』가 과학적 지식을 포함한 환상소설이었다면 이번 『교차된 운명의 성』은 서사적 암시를 내포한 환상소설이었다.
다음 작품은 어떤 것과 함께 환상의 무대가 펼쳐질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