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천문학

그림 속 천문학 -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 ㅣ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김현구 도움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6월

『그림 속 천문학』은 천문학적 관점에서 미술을 만나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명화 속에서 천체를 관측하다니! 상상해 보지 못한 주제라 정말정말 기대하며 읽은 책이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더 재밌고 놀라운 내용들이 가득가득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책이었다.

총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파트1은 '그림 위에 내려앉은 별과 행성'을, 파트 2는 '그림 속에 숨어있는 천문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천체를 바라보며 그것을 우주를 창조하고 주관하는 신들과 연관시킨 그리스인들. 이로 인해 천문학은 신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학문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각 행성의 이름도 그리스 신화의 신들 이름을 다 따서 부르고 있는데 어찌나 찰떡같이 잘 지어놓았는지! 보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목성의 경우 태양을 제외하고 태양계에서 가장 큰 천제이기도 하고, 여러 위성을 거느리고 있는 점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주신인 '주피터'의 이름과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

목성을 탐사하기 위해 NASA에서 무인탐사선을 발사했는데, 이 탐사선의 이름이 웃기게도 '주노'라고..(마치 주노가 항상 주피터의 바람기를 감시하듯, 이 탐사선도 목성을 감시하고 있다.)

각각의 행성들이 자신에게 붙은 이름의 운명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 매번 놀랐지만 특히 소름돋았던 내용이 명왕성이었다. '플루토'는 올림포스 12주신에도 들지 못하는 소외된 신인데, 흥미롭게도 실제 우주의 별세계에서도 플루토는 태양계의 행성에서 배제된 왜소행성이 되어버린다.

(2006년 국제 천문연맹에서 왜소행성으로 분류했고, 태양계의 행성 자리에서 쫓겨나 134340번이라는 이름을 받는 수모를 겪는다.)

행성 이야기 외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별자리 이야기도 나오고, 여러가지 학설과 과학이 발달하기 전의 점성술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이렇게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 은하계의 별, 혹은 행성들의 아름답고 황홀한 이야기들을 보았다면, 파트2에서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별과 밤하늘을 관찰하고 그려온, 우주를 동경한 화가들이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했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그림 속에 그려진 다양한 천문학과 점성술 도상, 그리고 UFO, 혜성, 별자리 등을 보며 앞으로 그림을 감상할 때 별과, 신화, 그리고 우주를 내포하고 있는지 눈여겨 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문학에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사실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에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조차 가지지 않았었는데 『그림 속 천문학』 덕분에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며 별과 우주, 그리고 신화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고 천문학에 대해서도 한걸음 다가간 기분이 들어 너무 만족스럽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리즈로 계속 나와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