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
나태주 지음, 나난 그림 / OTD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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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시집은 문자를 읽는 책을 넘어선다. 시인의 다정한 시선과 삶의 언어가 알알이 맺혀 있는 작은 정원과도 같다. 흔히 시집이라고 하면 난해한 은유나 거창한 상징 때문에 어렵고 접근하기 힘든 글이라고 넘겨짚기 쉽지만, 시집의 진정한 특성은 사실 거창한 이해를 요구하는 데 있지 않다. 시집을 펼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한 정답을 찾아내는 분석적 태도가 아니다. 바쁜 일상의 걸음을 잠시 멈추어 서서 문장과 문장 사이의 깊은 여백을 고요힌 바라보는 마음에 가까운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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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과 나난 작가의 시화집 <오래 머무는 마음> 역시 이러한 시집의 본질을 다정하게 증명해 보이는 책이다. 길가의 작은 풀꽃 하나, 지나치는 아침 햇살 한 조각처럼 무심코 스쳐 갔던 일상의 순간들을 시와 그림으로 엮어준다. 시집을 읽을 때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그저 곁에 있는 작은 존재들을 다정히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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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은 단 세줄의 시 <풀꽃>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진 대한민국 대표 풀꽃 시인이다. 수십 년간 초등학교 교직에 몸담으며 아이들과 자연의 소박함을 지켜보았고, 퇴임 후에도 수많은 저서를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그의 시는 화려하거나 미사여구 대신 쉽고 따뜻한 언어로 일상의 작고 소외된 존재를 조명하는 따뜻한 시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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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태주 시인의 딸인 나민애 교수가 쓴 책을 읽으며 시인의 다정한 시선이 집안의 내력으로 이어져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길가의 작고 평범한 풀꽃 하나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여유를 안겨준다.


첫 장의 첫 시 <꽃다발> 부터 마음에 온기가 퍼진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잡아 건넬 수도 없는 것이기에, 그 마음의 실체를 가장 닮은 꽃과 꽃다발을 빌려 건네는 시인의 진솔한 마음이 돋보이는 시다. 마지막 간곡한 부탁 '부디 거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구절에는 소박하고 수줍은 태도가 마음에 잔향을 남긴다. 나난 작가의 선명하면서 생명력 넘치는 그림 또한 눈을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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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시는 투명한 언어로 그려내어 읽는 즉시 마음속에 한 폭의 풍경처럼 선명하게 그려지는 독보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물 흐르듯 가슴으로 스며드는 명료함 덕분에 단숨에 시집 한 권을 다 읽었다. 마음에 남는 시가 꽤나 많고 나난 작가의 색채와 어울림이 너무 좋다. 두고 두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시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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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11가지 법칙
체탄 바갓 지음, 이선미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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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세상은 공평할까. 살다 보면 공평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다.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도 누군가는 기회를 먼저 얻고, 누군가를 출발선부터 다른 경우도 있다. 반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찾아오거나, 꾸준히 해온 일이 조금씩 결실을 맺으면서 세상이 꼭 불공평하지만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공평하다거나 불공평하다고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워진다. 내가 가진 조건도, 만나는 사람도, 주어지는 기회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주어진 상황을 탓하기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삶을 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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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체칸 바갓은 인도 공과대학 졸업 후 국제 투자은행에서 금융인으로 일하다가 전업 작가로 전향했다. 세 얼간이의 원작으로 유명하다. <세 얼간이>에서는 명문 공대라는 경쟁적인 환경에서 좋은 성적과 좋은 직장만을 성공으로 여기는 사회적 기준을 비판한다. 란초는 남들이 정한 성공을 좇기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에서도 다른 사람의 기대와 인정에 맞추느라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한다. 3장 '당신이 먼저다'에서 저자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삶은 결국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잊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따라 살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인정에 매달리는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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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말하는 11가지 법칙은 몸을 움직이는 것에서 시작해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의 삶을 우선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순간적인 쾌락에 휘들리니 않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어 어려운 길을 피하지 않고 큰 목표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실행하며, 변화에 적응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남 탓에 머물지 않으며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6장 '쉬운 길은 없다'가 가강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어려움을 피한다고 해서 힘든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지금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을 조금씩 감당하는 편이 훗날 더 큰 어려움을 마주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요즘 내가 하기 싫은 날에도 운동화를 신고 아파트 헬스장을 가는 일이 떠올랐다. 운동을 좋아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오늘 하루쯤 쉬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런 마음을 이겨내고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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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하기 싫은 날에도 한 번 더 움직이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어려움인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라면 무조건 편한 길만 찾기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어려움을 스스로 선택해 보는 것. 이 책의 11가지 법칙 중 내가 현실에서 가장 오래 실천해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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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처음에는 세상의 불공평함을 냉정하게 말하는 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11가지 법칙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불공평한 세상을 탓하라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사람마다 출발점과 기회가 다름을 인정하되,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움직이라는 것이다. 결국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서 나는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오래 남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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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 유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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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이 필사책은 다산의 명언을 모아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그의 문장을 손으로 쓰면서 자신의 마음과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먼저 정약용은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사상가이다. 정조의 신임을 받아 관직에 나아갔고, 수원 화성 축조 과정에서 기술적 연구에 참여했으며, 암행어사와 지방관으로 활동하면서 백성의 현실을 직접 살폈다. 신유박해로 강진에 유배된 뒤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던 그는 그 시간을 좌절과 체념으로 보내지 않고 경학, 정치, 행정, 경제, 법률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수많은 책을 집필하는 시간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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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배움과 실천을 연결한 점이다. 많이 아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배운 것을 자신의 삶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써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다산의 글에는 마음가짐이나 자기 수양뿐 아니라 가족을 대하는 법, 공부하는 법, 일을 대하는 태도, 백성을 위한 책임 같은 현실적인 내용이 함께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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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석무 교수가 <여유당전서>를 비롯한 방대한 저술에서 74개의 문장을 골라 엮은 필사책이다. 74구절을 여섯 가지 주제- 마음, 태도, 관계, 배움, 책임, 삶- 로 나누었다. 각 구절을 읽고 바로 옆 필사면에 직접 써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 각 장의 긑에는 다산 연구자인 박석무의 해설인 '박석무의 다산 산책'이 실려 있어 짧은 문장만 읽을 때 놓치기 쉬운 다산의 삶과 생각을 보충해 준다.

단정한 태도에서 깊은 글이 나온다.(p76)

이 문장을 읽으며 글을 잘 쓰는 능력보다 먼저 삶을 대하는 자세를 돌아보게 된다. 단정함은 겉모습의 가지런한 것은 물론이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하루의 생활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태도에 더 가까울 것이다. 나 역시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책을 읽어도 문장이 들어오지 않고, 글을 쓰려고 해도 정리되지 않았다. 매일의 생활을 성실하게 살아가며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 비로소 한 사람의 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더 많이 이루었는가보다 하루를 어떤 태도로 살아냈는가가 내 생각의 깊이를 결정한다는 다산의 뜻이 헤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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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공부법인 초서, 즉 책을 읽다가 중요한 부분이나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골라 직접 옮겨 적는 것과도 연결된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내 삶에 비춰 보는 과정을 통해 좋은 문장을 머릿속 지식으로 남겨두는 데 그치지 않고, 나의 생각과 태도를 돌아보며 삶의 기준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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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필사하면서 정리해야 할 것은 감정 자체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그 감정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기준을 세우는 일에 가깝다. 흔들릴 때마다 다시 나를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바로잡도록 돕는 필사책으로 이만한 내용은 없는 듯 싶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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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 세계 6개 미술관에서 처음 시작하는 그림 여행
박혜성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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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미술관 여행자와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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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 세계 6개 미술관에서 처음 시작하는 그림 여행
박혜성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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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명화를 해설하는 여타 미술책과 다르게 이 책은 명화를 품고 있는 기존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역사와 특징을 다룬다. 작품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기존 책과는 달리, 공간이 지닌 고유한 이야기와 그곳에 깃든 화가들의 에피소드를 풀어내어 마치 현장에서 미술관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우피치와 프라도 미술관을 제외한 책 속 다른 미술관을 이미 다녀온 터라, 그 때의 생생한 감각과 기억들이 문장마다 아른거리며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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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혜성은 네이버 블로그 <화줌마의 ART STORY>를 운영하는 칼럼니스트이자아트 스토리텔러다. 2018년에 출간한 전작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가 감동과 화가들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이번 신작은 그 후속작으로서 작품을 담아내는 공간인 미술관 자체의 역사와 특징으로 시선을 확장했다. 세계적인 미술관 여섯 곳의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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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미술관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바로 루브르, 메트로폴리탄, 내셔널갤러리, 우피치, 프라도, 뉴욕 현대 미술관이다. 루브르 미술관(파리)은 왕들의 거처였던 왕궁에서 시민 모두에게 열린 예술 궁전으로 변화한 역사적 배경을 조명한다. 고전적인 왕궁 건물과 잔페이의 현대적인 유리 피라미드가 조화를 이루는 파격적인 공간미를 다룬다. 모나리자, 비너스 등 루브르를 대표하는 여인들의 초상,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의 대립, 나폴레옹의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활용된 정교한 명화들, 뉴욕 자유의 여신상에 투영된 프랑스 혁명 정신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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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미술관(뉴욕)은 왕실이나 군주의 수집품으로 시작된 유럽 미술관과 달리, 1866년 시민들과 수집가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기증으로 탄생한 세계 최대의 미술 백과사전이다. 메트로폴리탄이 최고가로 매입한 명작, 물감으로 써 내려간 램브란트의 자화상, 르누아르와 드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그려낸 가족 초상화, 피카소의 청색 시대 작품, 수집가들의 기부 철학을 다룬다.


내셔널 갤러리(런던)는 모든 계층의 대중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겨야 한다는 설립 취지 아래, 현재까지 무료 관람 원칙과 트라팔가 광장이라는 도심 중심지 위치를 고수하는 미술관이다. 예술이 특권이 아닌 일상의 위로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가장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는 공간이 아닐까. 삶의 고단함 속에서 잠시 들러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설립 철학에 감동을 받았다. 특히 책에서 '해골'을 매개로 죽음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과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을 교차해 비교하는 대목이 매우 흥미로웠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렸던 데미안 허스트 전시를 직접 관람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이 떠오르며, 시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예술의 메시지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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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피렌체)은 메디치 가문의 집무실에서 시작되어 르네상스 예술의 탄생과 찬란한 절정을 오롯이 품고 있는 공간이다. 스승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작품 <그리스도의 세례> 제작에 참여했던 어린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에피소드가 잔상이 남는다. 다빈치가 맡아 그린 왼쪽 천사와 배경 풍경은 유화 물감을 활용한 섬세한 질감과 생생한 빛의 표현이 돋보였는데, 이 압도적인 완성도와 정교함에 충격을 받은 스승 베로키오가 제자의 천재성을 인정하며 다시는 회화 붓을 잡지 않고 조각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 에피소드를 청출어람, 스승조차 붓을 꺾게 만든 다빈치 라는 문장으로 풀어내는데, 르네상스 미술사의 찬란한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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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마드리드)은 스페인 왕실이 수집한 방대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스페인 제국의 영광과 전쟁의 슬픔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정직하게 담아낸 공간이다. 책 속에서 벨라스케스의 원작 하녀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페르난도 보테르 전시회가 자연스럽게 겹쳐 떠올랐다. 당시 보테로 특유의 풍만한 볼륨감과 위트로 재해석된 작품을 보며 원작의 강렬한 잔상을 느꼈었는데, 책을 통해 벨라스케스가 화폭 속에 담아낸 입체적인 시선과 파격적인 구도의 비밀을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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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다녀왔던 뉴욕 현대 미술관(뉴욕)을 마지막 챕터에서 다룬다. 모마는 전통적인 고전 미술의 틀을 깨고,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현대 미술의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소개한 현대 미술의 메카이다. 여기에서는 모마의 대표 화가가 된 앙리 루소, 로스코에게 깊은 울림을 준 마티스의 붉은 색채, 입체주의의 포문을 연 피카소의 작품, 모드리안이 경쾌하게 표현한 뉴욕 브로드웨이의 리듬감을 다룬다. 각 장의 끝에는 미술관 내부를 벗어나 현지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예술 여정을 보너스로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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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미술관 여행자와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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