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 세계 6개 미술관에서 처음 시작하는 그림 여행
박혜성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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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명화를 해설하는 여타 미술책과 다르게 이 책은 명화를 품고 있는 기존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역사와 특징을 다룬다. 작품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기존 책과는 달리, 공간이 지닌 고유한 이야기와 그곳에 깃든 화가들의 에피소드를 풀어내어 마치 현장에서 미술관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우피치와 프라도 미술관을 제외한 책 속 다른 미술관을 이미 다녀온 터라, 그 때의 생생한 감각과 기억들이 문장마다 아른거리며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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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혜성은 네이버 블로그 <화줌마의 ART STORY>를 운영하는 칼럼니스트이자아트 스토리텔러다. 2018년에 출간한 전작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가 감동과 화가들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이번 신작은 그 후속작으로서 작품을 담아내는 공간인 미술관 자체의 역사와 특징으로 시선을 확장했다. 세계적인 미술관 여섯 곳의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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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미술관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바로 루브르, 메트로폴리탄, 내셔널갤러리, 우피치, 프라도, 뉴욕 현대 미술관이다. 루브르 미술관(파리)은 왕들의 거처였던 왕궁에서 시민 모두에게 열린 예술 궁전으로 변화한 역사적 배경을 조명한다. 고전적인 왕궁 건물과 잔페이의 현대적인 유리 피라미드가 조화를 이루는 파격적인 공간미를 다룬다. 모나리자, 비너스 등 루브르를 대표하는 여인들의 초상,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의 대립, 나폴레옹의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활용된 정교한 명화들, 뉴욕 자유의 여신상에 투영된 프랑스 혁명 정신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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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미술관(뉴욕)은 왕실이나 군주의 수집품으로 시작된 유럽 미술관과 달리, 1866년 시민들과 수집가들의 자발적인 기부와 기증으로 탄생한 세계 최대의 미술 백과사전이다. 메트로폴리탄이 최고가로 매입한 명작, 물감으로 써 내려간 램브란트의 자화상, 르누아르와 드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그려낸 가족 초상화, 피카소의 청색 시대 작품, 수집가들의 기부 철학을 다룬다.


내셔널 갤러리(런던)는 모든 계층의 대중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겨야 한다는 설립 취지 아래, 현재까지 무료 관람 원칙과 트라팔가 광장이라는 도심 중심지 위치를 고수하는 미술관이다. 예술이 특권이 아닌 일상의 위로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가장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는 공간이 아닐까. 삶의 고단함 속에서 잠시 들러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설립 철학에 감동을 받았다. 특히 책에서 '해골'을 매개로 죽음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과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을 교차해 비교하는 대목이 매우 흥미로웠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렸던 데미안 허스트 전시를 직접 관람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이 떠오르며, 시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예술의 메시지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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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피렌체)은 메디치 가문의 집무실에서 시작되어 르네상스 예술의 탄생과 찬란한 절정을 오롯이 품고 있는 공간이다. 스승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작품 <그리스도의 세례> 제작에 참여했던 어린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에피소드가 잔상이 남는다. 다빈치가 맡아 그린 왼쪽 천사와 배경 풍경은 유화 물감을 활용한 섬세한 질감과 생생한 빛의 표현이 돋보였는데, 이 압도적인 완성도와 정교함에 충격을 받은 스승 베로키오가 제자의 천재성을 인정하며 다시는 회화 붓을 잡지 않고 조각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책에서는 이 에피소드를 청출어람, 스승조차 붓을 꺾게 만든 다빈치 라는 문장으로 풀어내는데, 르네상스 미술사의 찬란한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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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마드리드)은 스페인 왕실이 수집한 방대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스페인 제국의 영광과 전쟁의 슬픔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정직하게 담아낸 공간이다. 책 속에서 벨라스케스의 원작 하녀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페르난도 보테르 전시회가 자연스럽게 겹쳐 떠올랐다. 당시 보테로 특유의 풍만한 볼륨감과 위트로 재해석된 작품을 보며 원작의 강렬한 잔상을 느꼈었는데, 책을 통해 벨라스케스가 화폭 속에 담아낸 입체적인 시선과 파격적인 구도의 비밀을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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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다녀왔던 뉴욕 현대 미술관(뉴욕)을 마지막 챕터에서 다룬다. 모마는 전통적인 고전 미술의 틀을 깨고,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현대 미술의 가치를 미리 알아보고 소개한 현대 미술의 메카이다. 여기에서는 모마의 대표 화가가 된 앙리 루소, 로스코에게 깊은 울림을 준 마티스의 붉은 색채, 입체주의의 포문을 연 피카소의 작품, 모드리안이 경쾌하게 표현한 뉴욕 브로드웨이의 리듬감을 다룬다. 각 장의 끝에는 미술관 내부를 벗어나 현지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예술 여정을 보너스로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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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미술관 여행자와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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