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는 사람들 - AI만 읽는 시대, 퇴화하는 인간 지능에 관한 경고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가 대중의 정신을 지배하는 정보 불평등 사회에서 결국 직접 읽는 이들만이 찬란하고 주체적인 별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인지적 빈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지 않는 사람들 - AI만 읽는 시대, 퇴화하는 인간 지능에 관한 경고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당신은 어떤 독자인가?

- p361-

처음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이나 독서율 저하를 꾸짖는 흔한 계몽 서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성인 10명 중 6명이 책을 안 읽는다는 식의 뻔한 통계 제시로 끝날 줄 알았으나, 독후의 감정은 일종의 반성과 경각심이었다.

이 책이 말하는 읽지 않음은 책을 멀리하는 행위를 넘어선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에 밀려 인간 고유의 깊이 있는 사유 능력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뜻한다. 저자는 기술이 인간 대신 정보를 처리하고 요약해 주는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함정을 보여준다. 정신적 노력을 기피하고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경향이 디지털 도구를 만나면서, 인간은 스스로 맥락을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기회를 잃고 있다. 스크린 속 화면이 활자를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이 왜 여전히 직접 책을 읽는 종으로 남아야 하는가.

책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디지털 스크린의 읽기와 인간의 전통적인 종이책 읽기가 가진 본질적인 메커니즘 차이다. 인터넷 환경에서의 읽기는 화면 여기저기를 건너뛰며 정보를 빠르게 훑어내는 산만한 행위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뇌는 하이퍼링크를 클릭할지 말지 지속적으로 주의력을 분산당하며, 깊은 서사와 맥락을 놓치는 치명적인 인지적 한계를 노출한다. 반면 인간의 전통적인 독서는 시각 자극을 넘어 뇌의 신경회로를 재구성하고 깊은 사유와 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고도의 정신 활동이다.

판단, 의무, 자발성, 사회적 연결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AI가 읽기 현장을 잠식해 들어가는 모습을 사례로 보여준다. 인간이 직접 수행해야 할 사유의 과정을 기계에 의존하고, 글이 가진 맥락과 사회적 유대감을 잃어버리는 현실은 기술 과잉이 가져온 차가운 단면임을 느끼게 된다.



책의 4장에 등장하는 오바마가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이라는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내뱉은 AI의 오류는, 어느 책의 장 제목에 붙은 물음표 하나를 읽어내지 못한 치명적인 환각 현상의 결과였다. 나아가 채용 담당자들이 이력서 검토에 단 7.4초만 쓰는 현실 속에서 읽기 봇에게 평가를 위임하고, 2024년 기준 미국 대학 입학처의 82%가 전형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인간이 수행해야 할 주체적 사유의 영역이 기계적 선별로 대체되는 현실은 기술 과잉이 가져온 문제이다.

자발적 읽기 부분에서는 개인의 즐거움과 성장을 위한 독서마저 효율성을 추구하는 AI 환경에 의해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 분석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직접 읽은 아이들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낮고 공감 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주체적인 독서는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적 연대를 맺는 인간 고유의 정서적 행위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정신적 노력조차 아끼려고 AI 요약 플랫폼에 의존하고 기계의 추천 알고리즘에 종속된다. 스스로 책을 탐색하는 자발성과 행간을 사유하는 사고의 근육을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덫에 걸려 나 역시 그런 모습은 아닐까 돌아본다. 두꺼운 책을 마주할 때마다 은연중에 요약본을 검색해 본 경험이 떠올랐다. 나의 독서마저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는 순간, 타인의 삶에 온전히 공감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주체성 또한 기계에 통째로 빼앗겨 버릴 것이다.결국 스스로 생각하는 적극적 노력만이, 잃어버린 사유의 근육을 되살리는 유일한 길이구나 느끼게 된다.

한편 구체적인 실천 대안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AI가 일상과 업무에 깊숙이 침투한 상황에서, 그래도 직접 읽어야 한다는 당위적 선언만으로는 거대한 기술의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 독자들이 일상 속에서 기술과 주체적 독서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읽지 않는다는 것은 판단과 자발성이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잠식당하는 것이며, 끝내 삶의 주도권을 기계에 양도하는 것이다. 자전거 타기와 달리 읽기 능력은 쓰지 않으면 퇴화하고 사라지는 근육과 같다. 효율성과 편리함이라는 명분 아래 AI가 요약해 준 생각의 찌꺼기만 받아먹다 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편향인지 가려내는 비판적 지성은 마비될 수밖에......

우리가 굳이 시간을 내어 텍스트를 직접 보면서 잘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넘쳐나는 데이터 속에서 스스로 맥락을 짚어내고, 타인의 삶에 공감하며, 나만의 온전한 판단을 내리기 위함이다.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가 대중의 정신을 지배하는 정보 불평등 사회에서 결국 직접 읽는 이들만이 찬란하고 주체적인 별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인지적 빈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더 적극적인 독서를 하려는 몸부림을 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AI를 직원으로 뒀다 -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일하는 방식의 AI혁명
장동익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새벽같이 문을 열어 재고를 확인하고, 온종일 고객을 응대하며, 밤늦게는 정산서와 씨름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에게 AI 혁명이나 자율 경영 같은 담론은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쉽다. 하루하루 현장을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이들에게 인공지능은 기술적 격차와 소외감만 더하는 또 하나의 숙제일 뿐이다.

이 책은 2027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한다. 한 명이 열 명의 몫을 해내는 자율 경영의 세계. 솔깃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술적 격차 앞에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중소기업 경영자와 소상공인들에게는 현실적인 돌파구를 제시한다.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내 사업의 맥락을 AI에게 가르치는 지식 체계라는 '온톨로지'의 구축이 핵심이다.

AI 에이전트가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상품 구조, 고객 특성, 업무 프로세스 같은 사업 전반의 지식이 체계적으로 잡혀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자신의 사업을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첫 달은 구글 드라이브 파일 통합, 둘째 달은 NotebookLM 기반의 온톨로지 구축, 셋째 달은 에이전트 실전 가동으로 이어지는 90일 로드맵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Gemini Gems를 아우르는 연동법이나, SWOT-3C-STP 같은 전통 경영 프레임워크를 AI에 이식해 AI 헌법을 세우는 방식은 현장 지향적인 가이드로서 손색이 없다.

예컨대 현장의 음성(STT)과 이미지(ITT)를 통해 CEO의 직관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인사-재무-물류 등 각 부문별 에이전트를 자율적으로 구동하는 과정은 기업 브레인의 완성 단계를 명확히 시각화해 보여준다. 여기에 즉각적인 실무 투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192개의 소스데이터와 404개의 실전 프롬프트 사례집은, 디지털 전환을 주저하는 리더들이 현장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식의 구조화라는 이성적 논리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질문이 남는다. 책은 STT(음성-텍스트 변환)와 ITT(이미지-텍스트 변환) 혁명을 통해 말하고 찍는 행위만으로 현장의 직관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고 독려하지만, 과연 현장에서 수십 년간 쌓인 말과 사진으로 표현되지 않는 숙련된 감각이나 고객과의 미묘한 정서적 유대까지 온전히 온톨로지라는 규격화된 틀에 담아낼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언어로 정형화해야만 AI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는 도리어 언어화되지 못한 현장의 귀중한 암묵지를 사장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강점은 날렵한 현장성과 유연함에 있는데, 90일이라는 프레임에 맞춰 디지털 브레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지닌 현실적 피로감과 괴리에 대해서는 다소 낙관적으로만 접근한 느낌이라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차가움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균형감은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관계에 온기를 더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에필로그에서 언급된 '디지털 페치카(러시아식 벽난로)리더십'이라는 표현처럼, 자율 경영과 자동화의 끝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결국 '사람다움'이다.

이 책은 AI 에이전트 시대를 맞이하는 경영자들에게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뇌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준다. 책이 제시한 방법론과 경영 이론에 기반하여 사업을 재구조화하되, 텍스트의 행간에 숨겨진 인간적 직관과 온기를 어떻게 유지할지는 각자가 현장에서 채워 나가야 할 몫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튜브 시대 현명한 투자법
박정호 지음 / 스마트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박정호 교수의 경제 방송을 챙겨 듣고 있는 팬으로서, 그의 신간 소식은 반가웠다. 방송에서 복잡한 경제 이슈를 명쾌함과 객관적 시선으로 풀어내던 그가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넘어지는 '유튜브 정보 시장'의 이면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유튜브 시대 현명한 투자법>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넘쳐나는 재테크 영상과 화려한 썸네일 속에서 어떻게 진실을 솎아낼 것인가를 다룬 일종의 투자자를 위한 정보 해독서다. 방송에서 접하던 그의 진중하면서도 예리한 분석력이 책 속에 녹아 있어 몰입감이 상당했다.

투자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무지나 능력 부족으로 돌리지 않아 불편함이 없었다. 저자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의 특성과 인간의 심리적 편향이 맞물려 필연적으로 오류의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핀플루언서(Finfluencer)는 금융(Finance)과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합친 말로, 유튜브나 SNS에서 주식, 부동산, 코인, 자산관리 등 금융·재테크 정보를 제공하는 인플루언서들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유튜브에서 흔히 찾아보는 재테크 유튜버, 주식 전문 크리에이터들을 일컫는 말이다. 자극적일수록 확산되는 소셜미디어의 속성상 실력이 떨어지는 역량 미달 핀플루언서가 오히려 더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우리는 정보가 부족해서 잃는 것이 아니라, 넘쳐나는 왜곡된 정보를 진실이라 믿기 때문에 실패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책에서 제시하는 22가지 경제 독법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숫자가 제시되거나 눈에 보이는 그래프가 있으면 그것을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저자는 Y축 조작이나 체리 피킹(보고 싶은 데이터만 골라내기)을 통해 그래프가 얼마나 쉽게 사기 도구로 전락하는지 보여준다. 가격 수익률과 총수익률의 차이를 이용해 수익률을 부풀리는 수법을 보며, 그동안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수많은 유튜브 화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시각 자료 앞에서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코스피가 오르면 특정 주식이 오른다는 식의 관찰을 투자 전략의 근거로 삼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도 책에서 알려준다. 동시에 일어난 두 사건(상관관계)을 원인과 결과(인과관계)로 착각할 때 자산은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마련이다. 과거 월가의 엘리트들조차 이 착각으로 세계 경제를 무너뜨렸다는 사례는 우리가 시장을 대할 때 왜 늘 겸손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행하는 물타기가 왜 수학적으로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는지를 다룬 대목에서는 나의 주식투자 태도도 돌아보게 되었다. 주가가 언젠가는 평균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평균 자체가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하에만 성립한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의 물타기는 평균 회귀가 아니라 몰락의 가속화일 뿐이다.

이 책은 어려운 금융공학이나 통계학 공식 없이도 작은 질문 하나가 어떻게 거대한 알고리즘의 함정을 무력화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정보가 정말 맞는 것인가라는 단 한 번의 합리적 의심이 결국 내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깨닫게 된다.

박정호 교수의 팬으로서 그리고 시장에서 매번 흔들리는 한 명의 투자자로서 이 책을 무척 의미있게 읽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매번 썸네일에 휘둘리던 이들이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들릴 때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 희망이 사치일 때 우리는 무엇으로 버티는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닻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심연과 모순을 해부한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대문호이자 사상가이다.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비극이자 기적이었는데, 청년 시절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집행 직전 극적으로 감형되어 시베리아 형무소에서 4년간 족쇄를 찬 채 강제 노동을 겪었다. 이후 병사로 계급 없는 군 복무를 몇 년 더 한 뒤에서야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

개인사적으로도 평생을 지독한 간질 발작과 도박 중독에 시달렸으며, 첫 아내와 형의 죽음, 그리고 어린 자식들을 연이어 가슴에 묻는 참혹한 가족사를 버텨내야 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고통과 죽음의 문턱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로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불멸의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만약 도스토옙스키의 복잡하고 치열한 성향을 오늘날의 MBTI로 비유한다면 무엇일까 궁금하다. 아마도 그는 전형적인 INFJ(옹호자형)나 INFP(중재자형)의 극단에 서 있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를 추구하고, 눈앞의 현실 너머의 도덕적, 철학적 심연을 탐구하며, 고통과 모순 속에서도 끝내 인간에 대한 사랑과 구원을 갈망했기 때문이다. 다만 평생을 흔들리는 내면과 싸우며 철저하게 사색했던 그의 성향은, 정돈된 계획가보다는 매 순간 삶의 모순과 본능에 부딪히며 방황했던 열정적인 탐색가의 어두운 이면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도스토옙스키는 부조리한 현실을 내 입맛대로 포장하거나 회피하려는 헛된 시도를 멈추고, 그 참혹함을 있는 그대로 껴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구원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즉, 쓰디쓴 현실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현실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말이다. (p049)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우리가 삶의 궤도에서 이탈해 격렬하게 흔들릴 때마다 하필 도스토옙스키를 찾아야 하는지 그 해답이 보인다. 세상은 우리에게 잘 될 거라는 긍정과 위로를 건네지만, 도스토옙스키는 어설픈 희망을 버리고 쓰디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삼키라고 한다. 사형대 위에서 남은 5분의 시간을 영원처럼 쓰고자 했던 그처럼, 진짜 삶은 고통을 외면할 때가 아니라 그 밑바닥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시작된다.

도스토옙스키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해 내 안의 모순과 추악함까지도 기꺼이 끌어안으라는 것, 그리고 시베리아의 혹한 같은 시련이 닥쳐오더라도 남을 탓하며 주도권을 넘겨주지 말고 내 영혼을 지켜내라는 외침이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기꺼이 이단아가 되어 무거운 삶의 십자가를 짊어지라는 조언은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준다.

도스토옙스키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에 비해, 이 책은 당장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조언들을 담고 있다. 지친 하루 끝에 읽기에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