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4장에 등장하는 오바마가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이라는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내뱉은 AI의 오류는, 어느 책의 장 제목에 붙은 물음표 하나를 읽어내지 못한 치명적인 환각 현상의 결과였다. 나아가 채용 담당자들이 이력서 검토에 단 7.4초만 쓰는 현실 속에서 읽기 봇에게 평가를 위임하고, 2024년 기준 미국 대학 입학처의 82%가 전형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인간이 수행해야 할 주체적 사유의 영역이 기계적 선별로 대체되는 현실은 기술 과잉이 가져온 문제이다.
자발적 읽기 부분에서는 개인의 즐거움과 성장을 위한 독서마저 효율성을 추구하는 AI 환경에 의해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 분석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직접 읽은 아이들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낮고 공감 능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주체적인 독서는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적 연대를 맺는 인간 고유의 정서적 행위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정신적 노력조차 아끼려고 AI 요약 플랫폼에 의존하고 기계의 추천 알고리즘에 종속된다. 스스로 책을 탐색하는 자발성과 행간을 사유하는 사고의 근육을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덫에 걸려 나 역시 그런 모습은 아닐까 돌아본다. 두꺼운 책을 마주할 때마다 은연중에 요약본을 검색해 본 경험이 떠올랐다. 나의 독서마저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는 순간, 타인의 삶에 온전히 공감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주체성 또한 기계에 통째로 빼앗겨 버릴 것이다.결국 스스로 생각하는 적극적 노력만이, 잃어버린 사유의 근육을 되살리는 유일한 길이구나 느끼게 된다.
한편 구체적인 실천 대안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AI가 일상과 업무에 깊숙이 침투한 상황에서, 그래도 직접 읽어야 한다는 당위적 선언만으로는 거대한 기술의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 독자들이 일상 속에서 기술과 주체적 독서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읽지 않는다는 것은 판단과 자발성이라는 인간 고유의 영역을 잠식당하는 것이며, 끝내 삶의 주도권을 기계에 양도하는 것이다. 자전거 타기와 달리 읽기 능력은 쓰지 않으면 퇴화하고 사라지는 근육과 같다. 효율성과 편리함이라는 명분 아래 AI가 요약해 준 생각의 찌꺼기만 받아먹다 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편향인지 가려내는 비판적 지성은 마비될 수밖에......
우리가 굳이 시간을 내어 텍스트를 직접 보면서 잘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넘쳐나는 데이터 속에서 스스로 맥락을 짚어내고, 타인의 삶에 공감하며, 나만의 온전한 판단을 내리기 위함이다.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가 대중의 정신을 지배하는 정보 불평등 사회에서 결국 직접 읽는 이들만이 찬란하고 주체적인 별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인지적 빈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더 적극적인 독서를 하려는 몸부림을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