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평생 연금을 설계할 마지막 타이밍
최윤영(황금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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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버티기 어려운 시대라는 사실은 이제는 익숙한 현실이 되었다. 수급 시점은 점점 늦어지고, 재정에 대한 불안은 커진다.'때가 되면 저절로 나온다'는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연금은 제도가 아니라 선택과 설계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연금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관점이 펼쳐진다.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 이러한 문제의식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ETF에 대한 관심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개별 종목보다 구조와 시스템을 중시하는 투자 방식이 확산되면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ETF 비중을 늘려왔다. 하지만 막상 투자를 하다 보면 수익률은 보이는데 현금흐름은 체감되지 않는 순간이 많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왜 현금이 잘 쌓이지 않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돈을 모으는 투자와, 돈이 계속 들어오게 만드는 투자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이 책은 그 방법을 3단계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첫 번째 단계는 소액으로 시작하는 배당 투자다. 1,000만 원이라는 현실적인 금액으로 출발해, 배당 ETF를 통해 작지만 꾸준히 들어오는 현금을 경험하는 구간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 아니다.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이해하고, 그 흐름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조급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이 시기에 투자에 대한 태도와 방향이 자연스럽게 잡힌다는 점을 알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자산 1억 원 수준에서의 포트폴리오 설계다. 여기서부터는 단순히 배당을 받는 수준을 넘어, 배당의 지속성과 자산의 성장, 그리고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하게 된다. 책에서는 SCHD와 같은 ETF를 예로 들며, 시간이 지날수록 배당이 늘어나는 구조를 설명한다. 동시에 QYLD와 같은 고배당 ETF의 한계도 짚어준다. 배당률이 높아 보이더라도 자산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결국 전체 수익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나 역시 한때 배당률만 보고 접근했다가, 자산은 그대로인 채 배당만 받는 구조에 의문을 느꼈던 경험이 있어 이 대목이 특히 공감되었다.

세 번째 단계는 자산 3억 원을 기준으로 한 현금흐름 완성 구간이다. 월 150만 원 수준의 배당을 목표로, 실제 가능한 수익률과 재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구조를 완성해 나간다. 이 단계에 이르면 더 이상 자산의 크기 자체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대신 매달 들어오는 현금이 중심이 된다. 투자에 대한 기준이 바뀌는 지점이다. 평가금액이 아니라, 생활을 지탱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과장 없이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데 있다. 배당이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주가, 배당, 환율, 세금까지 함께 작동하는 구조임을 강조한다. 특히 연간 배당 2,000만 원을 기준으로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여, 투자 결과를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 시장은 언제든 흔들리지만, 구조는 유지될 수 있다. 나 역시 시장이 좋을 때는 자신감이 과해지고, 흔들릴 때는 방향을 잃는 경험을 반복해왔다. 이 책은 그런 변동 속에서도 유지 가능한 하나의 시스템을 제시한다.

이 책은 ETF를 설명하는 입문서라기보다는 평생 현금흐름을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서다. 소액에서 시작해 자산을 확장하고, 그 자산이 다시 현금을 만들어내며, 그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유지하는 구조. 이 일련의 과정이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국민연금이 불확실한 시대, 투자에 대한 정보는 넘치지만 방향은 부족한 지금, 이 책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남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흐름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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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브런치 - AI 시대, 당연함을 비트는 즐거움
배티(배상면)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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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많은 사람은 수학을 떠올리면 부담부터 느낀다. 숫자와 공식, 시험의 기억이 먼저 스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학의 핵심은 계산에 있지 않다. 수학적 사고에 있다.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다루는 방식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길 찾기, 소비 패턴까지 모두 이런 사로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미 삶 곳곳에 스며 있다.

이 책은 일상 속 질문으로 시작하는 수학 책이다. 어려운 공식보다 '왜 그런가?'를 먼저 묻는다. 맨홀 뚜껑, 피자, 유튜브 같은 익숙한 소재가 계속 등장한다. 그래서 부담 없이 읽힌다.

이 책은 153개의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설명은 길지 않다.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원리를 보여준다. 대신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독자는 정답을 맞히기보다, 왜 그런지 스스로 이유를 찾게 된다.

구성도 특징이 있다. 처음에는 일상 속 궁금증을 다룬다. 그다음에는 유명한 수학 이야기와 역설이 나온다. 중간에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내용도 있다. 뒤로 갈수록 수학자 이야기, 기술, 개념 정리로 이어진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고의 범위가 넓어진다.


이 책은 개념을 길게 풀어 설명하지 않는다. 상황을 통해 이해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피자를 접으면 토핑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통해 구조와 힘의 원리를 알려준다. 피자를 평평하게 들면 흐물거리면서 토핑이 아래로 쏠린다. 그런데 양쪽을 살짝 말아 올리면 훨씬 단단해진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가우스 곡률이다.

가우스 곡률은 표면이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한 방향이 아니라 두 방향의 곡률을 함께 봐야 한다. 평평한 경우 곡률이 0이라 힘이 약하다. 하지만 표면에 곡률이 생기면서 강성이 증가한다. 모양이 바뀌면서 버티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원리는 피자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자동차 지붕이나 비행기 날개도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모양을 바꿔서 더 강한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처럼 이 책은 하나의 장면을 통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그 생각의 다른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넓히면서 확장된 수학의 영역을 공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 오버부킹의 끝판왕 이야기는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상황을 다룬다. 항공사는 모든 승객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좌석보다 많은 예약을 받는다. 이 판단은 감이 아니라 확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몇 명이 실제로 탑승할지 어느 정도까지 초과 예약을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를 계산한다. 작은 확률의 차이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기준은 결국 확률과 통계에 놓여 있다.

책에서 말하는 오버부킹의 끝판왕은 항공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는 서비스 전반에 적용된다.

인강 패스, 체인형 헬스클럽, 넷플릭스 같은 구독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든 이용자가 동시에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운영된다. 헬스장은 등록 회원 수에 비해 기구가 부족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인강도 모든 수강생이 같은 시간에 접속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역시 모든 가입자가 동시에 영상을 보는 상황을 기준으로 서버를 만들지 않는다.

이 구조의 핵심에는 확률과 통계가 있다.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동시에 몰릴 가능성을 계산해 적정 수준을 정한다. 과도하면 비용이 낭비되고, 부족하면 불편이 발생한다. 이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바로 수학적 판단이다. 확률과 통계는 미적분만큼 중요하다. 예측하고 선택하는 모든 영역에서 핵심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난이도는 높지 않다. 초등학생도 읽을 수는 있다. 글이 짧고 소재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해의 수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수학 개념을 알고 있으면 더 또렷하게 보인다. 몰라도 흐름을 따라가는 데 문제는 없다.

이 책은 문제를 풀게 하지 않는다. 대신 생각하게 만든다.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 과정에서 수학이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읽고 나면 수학에 대한 느낌이 조금 바뀐다. 멀게 느껴지던 학문이 일상 속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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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브런치 - AI 시대, 당연함을 비트는 즐거움
배티(배상면) 지음 / 애플씨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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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제를 풀게 하지 않는다. 대신 생각하게 만든다.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 과정에서 수학이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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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배신 - 은밀하고 정교하게 숨겨온 인간 본성의 비밀
조너선 R. 굿먼 지음, 박지혜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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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유난히 피로를 느끼던 시기가 있었다. 겉으로는 배려와 이해가 오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 그 친절이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느냐'는 말 속에 숨어 있는 기대와 요구, 그리고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 그때부터 다정함이라는 감정이 과연 순수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그런 고민이 쌓이던 중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다정함의 배신을 통해 그는 다양한 학문을 가로지르며 인류가 서로를 착취하기 위해 다정해졌다고 폭로한다. 인간은 언제나 사회가 중시하는 자본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기에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자로서 서로를 착취한다는 것이다 (책날개).인간의 다정함이 도덕적 성숙의 결과라기보다, 생존과 경쟁 과정에서 선택된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즉 우리는 타인과 협력하고 배려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관계를 활용하는 존재라는 전제다. 여기서 말하는 자본은 돈에 국한되지 않는다. 명예, 신뢰, 영향력, 평판까지 포함한 모든 사회적 자원이다. 인간은 시대마다 중요한 자원이 무엇인지에 맞춰 행동 방식을 조정해 왔고, 그 과정에서 다정함조차 유용한 도구로 발전했다는 의미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많은 장면들이 새롭게 해석된다. 누군가의 친절이 순수한 호의로 보이지만, 동시에 관계를 유지하거나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계산이 함께 작동할 수 있다. 협력 역시 공동의 이익을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 결국 인간은 이타성과 이기심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상황에 맞게 두 가지를 동시에 운용하는 존재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이 해석이 불편하면서도 유용하다고 느껴진다. 다정함이 어떤 맥락에서 작동하는지 읽어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관계를 맺을 때 감정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안에 흐르는 이해관계를 함께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대와 실망의 간극이 줄어들고, 더 현실적인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다정함의 배신>은 인간이 서로를 위하는 존재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흔든다. 협력과 연대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낳는다는 믿음 뒤에 숨겨진 구조를 보여준다. 인간은 협력을 통해 생존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권력과 이익을 재배치하는 방식 역시 함께 발전시켜 왔다. 겉으로는 상호 이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집단에게 더 많은 자원이 집중되는 형태가 반복되어 왔다는 점을 드러낸다.

다정함이 도덕적 미덕으로만 기능하지 않는다는 분석은 흥미롭다. 친절과 배려는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동시에, 상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도 작동한다. 누군가에게 베푼 호의는 보이지 않는 빚으로 남고, 그 빚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장치가 된다. 이 책은 그러한 메커니즘을 구조와 전략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은 선의를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이익을 계산하는 존재이며, 두 가지는 충돌하지 않고 공존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불평등이 형성되는 방식도 새로웠다. 그것은 노골적인 강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협력과 신뢰라는 가치가 강조될수록, 그 틀 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이 처한 위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구조적 격차는 더욱 공고해진다. 이런 관점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좋은 사회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신뢰와 연대는 허상에 불과한가. 저자는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냉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에 기대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이해관계의 흐름을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진정한 연대는 서로의 취약성을 이용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과 책임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인간을 비관적으로 묘사하려는 의도가 없다. 오히려 인간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우리가 스스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할 때, 그 틈을 통해 기만과 착취가 스며든다. 반대로 인간의 복합적인 본성을 인정할 때, 관계는 더 건강한 방향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다정함을 의심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이 어떤 조건 속에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라는 의미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위해 행동하는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가.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신뢰와 연대는 감정의 언어를 넘어 현실의 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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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시, 자연을 닮다
심재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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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이 책을 펼친 이유는 분명하다. AI 시대 속에서 인간이 붙잡아야 할 삶의 기준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술은 눈앞의 세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지만, 인간의 감각과 관계, 사고의 속도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 간극 속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다.

진정한 AI도시는 기술과 자연이 감응하는 도시다. (p10)

데이터로 설계된 도시를 살리는 힘은 계산에 있지 않다. 기술이 만든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감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 감응이 도시의 구조 속에 오래 남아 있는 사례로 피렌체를 제시한다. 오늘날 다시 회복하려는 도시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AI 도시, 자연을 닮다>는 기술 중심의 미래를 말하면서도 시선을 인간과 자연으로 돌린다. 저자는 도시를 기능적 공간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바라본다. 자연의 질서와 리듬을 닮은 도시, 인간의 삶과 조화를 이루는 기술의 방향을 제시한다. 효율성과 속도에 집중된 기존의 기술 담론과는 결이 다르다.

책은 더 빠른 발전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묻는다.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삶을 돕는 도구로 위치해야 한다는 관점이 일관되게 드러난다. 기술이 인간을 이끄는 구조가 아니라, 인간이 삶의 기준을 세우고 기술을 선택하는 구조를 강조한다.

또한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 공간, 관계, 환경- 이 기술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의 순환과 균형, 여백의 가치, 공존의 방식이 도시 설계와 이어지면서 기술과 자연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책에서 코펜하겐이 보여주는 길은 친환경 정책의 범주에 한정되지 않는다. 도시는 기술로 움직이지만,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사람의 감성과 자연의 흐름에 있다. 코펜하겐의 변화는 이동 체계에 그치지 않는다. 항구와 주거, 산업시설에 이르기까지 도시를 이루는 거의 모든 영역을 효율의 대상이 아닌, 삶의 감각이 머무는 공간으로 재해석해 왔다. 저자가 제시한 '감응하는 가능성의 도시'라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속도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속도를 따라잡는 능력이 아니라, 방향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그 기준은 자연의 질서, 관계의 회복, 삶의 균형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기술의 미래를 말하면서 인간의 현재를 묻는다. 무엇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기술을 받아들일 것인가. 이 질문을 오래 붙들게 만드는 책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나의 감성과 경험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도시와 기술,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살피면서, 나 자신의 삶과 주변 환경에 대한 감각도 새롭게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AI 시대에도 잃지 말아야 할 삶의 기준과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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