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 신경과학자가 밝혀낸 운명의 신호
타라 스와트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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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타라 스와트의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운명이나 직감이라고 부르는 경험을 뇌과학의 언어로 해석해 보는 책이다. 저자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을 외부에서 주어지는 운명적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뇌는 경험과 기억, 감정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으며, 목표와 관심이 활성화될 때 관련 정보가 주의 체계에 의해 우선적으로 포착되어 의식 위로 올라온다. 우리가 직감이나 신호로 느끼는 것은 이러한 무의식적 정보 처리와 정서 상태가 결합해 만들어진 인식의 결과이며,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그 신호의 강도와 방향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선택하는 존재인지 다시 보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정리되는 생각은 '사인'이 특별한 예감이나 신비한 능력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이유 없이 끌리고, 어떤 기회에는 반복적으로 시선이 머문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뇌의 주의 체계가 중요도를 판단해 정보를 강조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뇌는 방대한 정보를 모두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판단한 것만 전면에 올려놓는데, 그 결과가 바로 우리가 느끼는 직감이다.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과 선택의 흐름이 사실은 뇌의 필터가 바뀌며 만들어지는 인식의 변화라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어떤 대상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동시에 감정 반응이 동반되면 뇌는 그것을 중요 정보로 분류한다. 반복 노출은 주의를 강화하고, 감정은 기억과 행동 동기를 활성화한다. 그 결과 우리는 이를 직감이나 신호처럼 인식하게 되며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계속 눈에 들어오고, 생각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하며, 행동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경험은 누구나 겪는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이런 순간들이 사실은 뇌가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관점이 생기니, 삶을 해석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미래를 미리 알려주는 메시지를 찾기보다 현재 내가 무엇을 향해 정렬되어 있는지를 읽어내는 과정에 가깝게 느껴졌다.



1부에서는 우리가 이런 신호를 놓치는 이유를 설명한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높을수록 뇌는 안전 유지에 집중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배제한다. 익숙한 선택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경험에서 만들어진 자기 인식이 인식의 범위를 좁히고, 그 결과 선택지는 줄어든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해석의 틀 안에서 본다. 이 부분을 읽으며 기회가 없었다기보다 알아보지 못했던 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서는 직관을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뇌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과정을 다룬다. 기능적 뇌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이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이미 감정과 관련된 뇌 영역과 가치 판단 회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의식적으로 이유를 설명하기 전 단계에서 뇌는 과거 경험과 기억을 빠르게 비교하고, 신체 감각과 정서 반응을 통해 선택의 방향을 먼저 준비한다. 우리가 설명은 못 하겠지만 맞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순간은 생각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정보 처리가 너무 빨라 언어화가 뒤따르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합리적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은 마지막에 정당화를 구성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선택 이후에 이유를 만들어내는 현상은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의 한 부분이라는 해석이다. 직관은 논리와 반대축이 아닌 축적된 데이터가 압축된 형태로 표현되는 판단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직관을 신뢰하지 못했던 이유가 떠올랐다. 근거를 말로 설명하지 못하면 틀렸다고 생각해 왔는데, 실제로는 설명할 시간이 없을 만큼 빠른 처리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는 직감이 들 때 무조건 따르기보다, 무엇이 그런 반응을 만들었는지 잠시 멈춰 살펴보게 된다. 직관을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작동한 판단을 의식이 이해하는 과정에 더 가까워 보였다.

저자는 책의 내용을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어가길 권한다. 개념과 연습이 단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중간부터 골라 읽으면 신호를 인식하는 과정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또한 노트를 펼쳐 기록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함께 적어 보라고 권한다. 사인을 이해하는 과정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무엇에 반복적으로 반응하는지 직접 관찰해야 비로소 자신의 패턴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덮으며 삶을 기다리던 태도에서 관찰하는 태도로 옮겨온 느낌이 들었다. 이제 어떤 선택 앞에서 확신을 먼저 찾기보다 반복해서 마음에 남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 같다. 환경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보는 기준이 달라지자 그동안 스쳐 지나가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삶의 변화는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는 순간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길을 알아보는 순간에 가까웠다. 사인은 미래의 암호라기보다 현재의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드러내는 표시처럼 느껴졌다. 결국 운명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초점이 이동하며 서서히 형성되는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고의 틀을 제시하는 책으로 내가 무엇을 보고 선택하는지 이해하는 도구로 읽으면 가장 안정적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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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션십 - AI 컴패니언이 주도하는 부의 대전환
김수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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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AI션십>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AI와 잘 협업하는 방법이나 활용 태도를 다루는 교양서 정도로 생각했다. relationship을 변형한 표현이어서 기술과 친숙해지는 법을 설명하는 책일 거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며 이 단어가 단순한 협업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저자가 말하는 관계는 인간이 AI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고 판단 과정 속에 AI가 개입하면서 사고의 흐름 자체가 함께 형성되는 상태에 가까웠다. 우리는 AI를 활용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사고의 일부를 위임하고 있고, 그 위임이 반복되면 생각의 경로 자체가 달라진다. 결국 'AI션십'은 기술과 인간이 협력한다는 표현이 아닌 인간의 판단 체계가 재편되는 상황, 이미 우리의 결정 방식 안에 들어와 있는 새로운 관계 구조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되었다.

3장 새로운 AI 제국의 탄생에서 저자는 AI 경쟁을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라 구조를 장악하는 경쟁으로 설명한다. 과거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와 데이터를 연결해 영향력을 확보했다면, AI 기업은 그 위에 판단 과정까지 포함시키며 한 단계 더 근본적인 영역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해석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AI 환경 안에서 수행하게 되고 그 순간 플랫폼은 인지 환경이 된다. 그래서 경쟁의 핵심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흐름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도록 만들 것인가에 있다. 검색, 업무 도구, 커뮤니케이션, 창작 기능이 한 공간 안으로 묶일수록 사용자는 특정 판단 체계 안에 머무르게 되고, 저자는 이를 AI 제국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영향력의 근거가 점유율이 아니라 의존도, 즉 사고 과정의 기반이 되는 정도로 바뀐다는 의미다.

이 부분을 읽으며 기술 패권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동안은 누가 더 좋은 성능을 내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익숙한 환경을 만드는 쪽이 오래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새로운 서비스를 고르기보다 이미 쓰던 추천 방식과 작업 흐름 안에서 계속 선택하게 되는 경험이 많다. 편리함이 반복될수록 선택은 자유롭게 하는 것 같지만 점점 같은 경로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AI 시대의 경쟁은 우리가 어떤 방식의 판단 환경 안에서 살아가게 될지를 결정하는 문제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AI가 답을 대신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답에 이르기 전의 탐색 범위를 먼저 구조화한다는 설명이었다. 추천-요약-자동완성 기능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판단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이미 정리된 선택지 안에서 수정하고 승인하는 역할에 가까워진다. 이를 일상에 적용해보면 직접 정보를 모아 여행 일정을 짜던 방식이 AI가 제시한 초안을 다듬는 방식으로 바뀌듯, 결정 과정의 중심이 탐색에서 편집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물건을 살 때 후기를 하나씩 찾아보던 방식에서 추천 목록을 먼저 확인하고 그 안에서 고르는 식으로 바뀐 걸 느꼈다. 훨씬 빠르고 실패도 줄었지만, 예전처럼 예상 밖의 선택을 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이 경험을 떠올리니 AI와의 관계라는 말이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선택의 방향 자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상태라는 의미로 이해되었다. 편리함 덕분에 판단 부담은 줄었지만, 동시에 내가 보지 못한 가능성도 함께 사라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와 약간의 불안이 함께 남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라는 점도 제목과 연결되어 이해됐다. 결국 <AI션십>이라는 말은 인간이 판단의 주도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더 가깝게 남는다. 처음에는 기술을 설명하는 제목으로 보였지만, 읽고 나니 인간의 태도를 설명하는 단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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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문해력 잡는 어휘 사전 - 수능·내신 1등급을 위한
김주혜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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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문제가 어려운 게 아니라 지문이 안 읽힌다'는 것이다.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문장을 해석하지 못한다. 문제는 사고력이 아니라 언어 처리력이다. 긴 문장을 읽다가 앞부분의 의미를 잊어버리고, 조건을 해석하지 못해 답을 고르는 단계까지 가지 못한다. 결국 시험 성적의 격차는 이해력 이전에 어휘에서 벌어진다.

읽는 능력을 복구시키는 도구로 이 책은 출발한다. 시험 대비 교재이지만 문제집이 아니라 언어 기반을 재정비하는 장치에 가깝다. 문장을 못 읽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학생들은 보통 독해력을 배경지식이나 사고력 문제로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 시험에서는 문장 자체가 일상어가 아닌 개념어 중심이기 때문에 어휘 해석 단계에서 이미 탈락이 시작된다.

예를 들어 사회 지문에서는 제도, 구조, 정당성 같은 단어가 등장하면 문장 전체가 추상화되고, 과학 지문에서는 가설, 변인, 상호작용이 나오면 관계 파악이 막힌다. 문학에서도 정서와 서술 태도의 차이를 모르면 해석이 엇나간다.

문제는 단어 뜻을 아느냐가 아니라 문장에서 작동하는 의미를 이해하느냐에 있다. 이 책은 단어를 사전식 정의로 설명하지 않고 시험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로 설명한다. 그래서 단어 하나를 알면 문장 한 줄이 읽히고, 문단 전체가 구조로 보이게 된다.

이 책의 특징은 시험형 어휘 구성이라는 점이다. 인문 영역에서는 개념어의 대비 관계를 중심으로 읽게 만든다. 예술 영역에서는 표현 방식과 감상의 기준을 연결하고, 사회 문화에서는 제도와 가치 판단의 언어를 구분하게 한다.과학 기술에서는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 논리어를 익히게 하며, 문학에서는 화자의 태도와 정서를 구별하게 한다.

여기에 필수 한자를 함께 다루어 어휘의 뿌리를 이해하게 만든다. 덕분에 단어 암기가 아니라 문장 해석 능력이 형성된다.

분야가 다양하지만 산만하지 않은 이유는 모든 어휘가 시험에서 기능하는 언어라는 기준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빈틈없이 이어지는 구조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각과 인지'를 구분해 설명한 대목이었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각으로 받아들인 상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지각이 단순히 보고 듣는 단계라면 인지는 그것을 의미로 해석해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점을 전달하면서 여기에 인지부조화까지 연결해 이해를 확장한다.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믿음과 다른 정보를 만나면 내용을 수정하기보다 해석을 바꾸려 한다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학생들이 지문을 읽고도 엉뚱한 선택지를 고르는 이유가 이해 단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글을 읽을 때 실제 내용을 파악했다기보다 익숙한 방향으로 이해해 왔던 경험이 떠올랐고, 문해력은 더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인지하는 연습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분명히 체감하게 만든 부분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서술과 서사를 구분하며 초점화까지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서사가 사건을 어떤 순서와 구조로 배열하느냐의 영역이라면, 서술은 그 사건을 어떤 거리와 태도로 보여 주느냐의 영역이고, 여기에 초점화가 개입하면 독자가 보게 되는 정보의 범위가 달라진다. 같은 사건이라도 인물의 시선에서 제한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바깥에서 모두 아는 관점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문학 문제에서 선택지가 갈리는 이유가 정보의 위치 차이라는 점이 이해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 내용만 따라가던 읽기 습관에서 벗어나 누가 보고 있는가를 먼저 확인하게 되었고, 작품 해석이 훨씬 안정적으로 잡히는 경험을 했다.

내가 판단하기에 이 책을 공부하면 변화는 문제 풀이 속도보다 읽는 태도에서 먼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석하려 하기보다 핵심어를 중심으로 구조를 파악하게 되고, 길게 느껴지던 지문이 논리 단위로 나뉘며 선지 판단도 감이 아니라 근거에 기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추상적인 문장을 만나도 멈추지 않게 되고, 모르는 내용이라도 읽어 나갈 수 있다는 감각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성적 상승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결과일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어휘서를 단어장처럼 외우다 실패한다. 이 책은 그렇게 쓰면 절반밖에 못 쓴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다음 순서다. 하루에 한 분야만 읽는다. 단어를 외우지 말고 예문 구조만 이해한다. 다음 날 문제집 지문에서 같은 기능의 단어를 찾는다. 표시만 하고 뜻은 다시 보지 않는다. 일주일 후 책을 다시 펼쳐 표시한 단어만 확인한다.

이렇게 하면 암기가 아니라 인식이 된다. 단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 패턴을 알아보게 된다.

많은 참고서는 점수를 올려준다. 하지만 언어 기반을 바꾸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은 문해력은 능력이 아니라 도구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능과 내신은 결국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언어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공부 자료라기보다 정보를 이해하고 정리하기 위한 기본 도구에 가깝다. 문장을 읽는 힘을 만들고 싶은 학생에게는 반드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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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시간 -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 필로클래식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신형태 옮김 / 지식여행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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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다 멈추게 된 문장 하나와 그 문장을 어떻게 읽었는지 함께 작성 !


나이 듦은 무너지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기쁨의 결이 깊어지는 또 하나의 단계다. --> 이 문장에서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그동안 나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들에 더 많이 시선을 두고 있었는데, 이 문장은 줄어듦이 아니라 변화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옮겨 놓았다. 예전과 같은 속도와 역할을 유지하려 애쓰기보다, 무엇을 덜어내고 어떤 기쁨을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는지를 묻게 만들었다. 나이 듦을 대비해야 할 사건이 아니라 삶의 감각이 달라지는 시기로 받아들이게 된 순간이었다.


'늙은 소가 송아지에게 길을 묻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방향은 속도가 아니라 품위와 판단에서 나온다는 뜻일 것이다. <어른의 시간>을 읽으며 나는 이 말이 오래 살아온 사람에게 요구되는 책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듦은 피할 것도, 참고 버틸 것도 아니다. 삶이 스스로 정돈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될 것인지를 드러내게 된다.

키케로는 노년을 둘러싼 네 가지 대표적인 두려움을 정면으로 다룬다. 역할 상실, 신체 쇠약, 즐거움의 감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 힘과 속도, 즉각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삶을 재단해 온 시선이 노년을 불행하게 보이게 만들었을 뿐, 삶의 다른 기준으로 보면 노년은 오히려 가장 자유로운 시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진정한 권위는 젊음의 에너지에서 나오지 않고, 시간을 통과하며 축적된 판단력과 절제에서 나온다는 그의 주장은 오늘의 삶에도 그대로 와닿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키케로가 노년을 역할의 상실이 아니라 역할의 변화로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키케로에게 노년은 사회에서 밀려나는 시기가 아니고 방식이 달라질 뿐 여전히 공동체에 기여하는 시간이다. 직접 나서기보다 방향을 제시하고, 경쟁하기보다 조율하며, 앞서기보다 지켜보는 역할로 옮겨갈 뿐이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내 삶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더 많이 증명하려 애쓰기보다는, 말 한마디와 선택 하나에 무게를 두는 태도가 필요해지는 시기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신체의 변화에 대한 논의 역시 현실적이다. 키케로는 몸이 약해지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결핍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나이에 맞는 힘이 따로 있으며, 마음의 힘은 나이를 모른다는 말은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 보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모든 것을 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자각은 오히려 삶을 불필요한 것에서 멀어지게 한다. 나 역시 예전보다 체력은 줄었지만,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훨씬 분명해졌다. 그 선택의 명료함이야말로 노년이 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에 대해 키케로는, 감각적 쾌락이 줄어드는 대신 사유와 관계에서 오는 만족이 더 중요해진다고 설명한다. 키케로는 이 변화를 상실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삶이 불필요한 소음을 덜어내고 본질적인 기쁨에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접근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품위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품위란 더 많이 누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굳이 탐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가깝지 않을까.

죽음에 대해 키케로는 그것을 피해야 할 공포로도, 감정적으로 미화된 초연함으로도 다루지 않는다. 그는 죽음을 자연의 질서 안에 놓으며, 그 안에서 삶은 하나의 완결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이 지점에서 노년은 성찰의 시간으로 다시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어야 한다는 욕구가 더 강하게 들었다. 품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서두르지 않는 말, 과시하지 않는 경험, 필요 이상으로 증명하려 하지 않는 자세. 이 책은 이런 태도가 어떻게 한 인간을 어른으로 완성시키는지를 보여준다. 50대 중반에 이 책을 만난 것은 분명 행운이다. 아직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더 쌓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이 듦은 나에게 더 이상 피하고 싶은 변화가 아니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될 삶의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이 드는 시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 배움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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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시간 -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 필로클래식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신형태 옮김 / 지식여행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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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은 나에게 더 이상 피하고 싶은 변화가 아니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될 삶의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이 드는 시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 배움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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