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시간 -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 필로클래식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신형태 옮김 / 지식여행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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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이 책을 읽다 멈추게 된 문장 하나와 그 문장을 어떻게 읽었는지 함께 작성 !


나이 듦은 무너지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달라지고 기쁨의 결이 깊어지는 또 하나의 단계다. --> 이 문장에서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그동안 나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들에 더 많이 시선을 두고 있었는데, 이 문장은 줄어듦이 아니라 변화라는 방향으로 생각을 옮겨 놓았다. 예전과 같은 속도와 역할을 유지하려 애쓰기보다, 무엇을 덜어내고 어떤 기쁨을 더 오래 바라볼 수 있는지를 묻게 만들었다. 나이 듦을 대비해야 할 사건이 아니라 삶의 감각이 달라지는 시기로 받아들이게 된 순간이었다.


'늙은 소가 송아지에게 길을 묻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방향은 속도가 아니라 품위와 판단에서 나온다는 뜻일 것이다. <어른의 시간>을 읽으며 나는 이 말이 오래 살아온 사람에게 요구되는 책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듦은 피할 것도, 참고 버틸 것도 아니다. 삶이 스스로 정돈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될 것인지를 드러내게 된다.

키케로는 노년을 둘러싼 네 가지 대표적인 두려움을 정면으로 다룬다. 역할 상실, 신체 쇠약, 즐거움의 감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 힘과 속도, 즉각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삶을 재단해 온 시선이 노년을 불행하게 보이게 만들었을 뿐, 삶의 다른 기준으로 보면 노년은 오히려 가장 자유로운 시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진정한 권위는 젊음의 에너지에서 나오지 않고, 시간을 통과하며 축적된 판단력과 절제에서 나온다는 그의 주장은 오늘의 삶에도 그대로 와닿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키케로가 노년을 역할의 상실이 아니라 역할의 변화로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키케로에게 노년은 사회에서 밀려나는 시기가 아니고 방식이 달라질 뿐 여전히 공동체에 기여하는 시간이다. 직접 나서기보다 방향을 제시하고, 경쟁하기보다 조율하며, 앞서기보다 지켜보는 역할로 옮겨갈 뿐이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내 삶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더 많이 증명하려 애쓰기보다는, 말 한마디와 선택 하나에 무게를 두는 태도가 필요해지는 시기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신체의 변화에 대한 논의 역시 현실적이다. 키케로는 몸이 약해지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결핍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나이에 맞는 힘이 따로 있으며, 마음의 힘은 나이를 모른다는 말은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 보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모든 것을 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자각은 오히려 삶을 불필요한 것에서 멀어지게 한다. 나 역시 예전보다 체력은 줄었지만,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훨씬 분명해졌다. 그 선택의 명료함이야말로 노년이 주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에 대해 키케로는, 감각적 쾌락이 줄어드는 대신 사유와 관계에서 오는 만족이 더 중요해진다고 설명한다. 키케로는 이 변화를 상실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삶이 불필요한 소음을 덜어내고 본질적인 기쁨에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접근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품위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품위란 더 많이 누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굳이 탐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가깝지 않을까.

죽음에 대해 키케로는 그것을 피해야 할 공포로도, 감정적으로 미화된 초연함으로도 다루지 않는다. 그는 죽음을 자연의 질서 안에 놓으며, 그 안에서 삶은 하나의 완결을 이룬다고 설명한다. 이 지점에서 노년은 성찰의 시간으로 다시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품위 있게 나이 들어야 한다는 욕구가 더 강하게 들었다. 품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서두르지 않는 말, 과시하지 않는 경험, 필요 이상으로 증명하려 하지 않는 자세. 이 책은 이런 태도가 어떻게 한 인간을 어른으로 완성시키는지를 보여준다. 50대 중반에 이 책을 만난 것은 분명 행운이다. 아직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더 쌓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이 듦은 나에게 더 이상 피하고 싶은 변화가 아니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될 삶의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이 드는 시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 배움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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