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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션십 - AI 컴패니언이 주도하는 부의 대전환
김수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처음 <AI션십>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AI와 잘 협업하는 방법이나 활용 태도를 다루는 교양서 정도로 생각했다. relationship을 변형한 표현이어서 기술과 친숙해지는 법을 설명하는 책일 거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며 이 단어가 단순한 협업의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저자가 말하는 관계는 인간이 AI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고 판단 과정 속에 AI가 개입하면서 사고의 흐름 자체가 함께 형성되는 상태에 가까웠다. 우리는 AI를 활용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사고의 일부를 위임하고 있고, 그 위임이 반복되면 생각의 경로 자체가 달라진다. 결국 'AI션십'은 기술과 인간이 협력한다는 표현이 아닌 인간의 판단 체계가 재편되는 상황, 이미 우리의 결정 방식 안에 들어와 있는 새로운 관계 구조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되었다.
3장 새로운 AI 제국의 탄생에서 저자는 AI 경쟁을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라 구조를 장악하는 경쟁으로 설명한다. 과거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와 데이터를 연결해 영향력을 확보했다면, AI 기업은 그 위에 판단 과정까지 포함시키며 한 단계 더 근본적인 영역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해석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AI 환경 안에서 수행하게 되고 그 순간 플랫폼은 인지 환경이 된다. 그래서 경쟁의 핵심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흐름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도록 만들 것인가에 있다. 검색, 업무 도구, 커뮤니케이션, 창작 기능이 한 공간 안으로 묶일수록 사용자는 특정 판단 체계 안에 머무르게 되고, 저자는 이를 AI 제국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영향력의 근거가 점유율이 아니라 의존도, 즉 사고 과정의 기반이 되는 정도로 바뀐다는 의미다.
이 부분을 읽으며 기술 패권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동안은 누가 더 좋은 성능을 내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익숙한 환경을 만드는 쪽이 오래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새로운 서비스를 고르기보다 이미 쓰던 추천 방식과 작업 흐름 안에서 계속 선택하게 되는 경험이 많다. 편리함이 반복될수록 선택은 자유롭게 하는 것 같지만 점점 같은 경로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AI 시대의 경쟁은 우리가 어떤 방식의 판단 환경 안에서 살아가게 될지를 결정하는 문제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AI가 답을 대신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답에 이르기 전의 탐색 범위를 먼저 구조화한다는 설명이었다. 추천-요약-자동완성 기능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판단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이미 정리된 선택지 안에서 수정하고 승인하는 역할에 가까워진다. 이를 일상에 적용해보면 직접 정보를 모아 여행 일정을 짜던 방식이 AI가 제시한 초안을 다듬는 방식으로 바뀌듯, 결정 과정의 중심이 탐색에서 편집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물건을 살 때 후기를 하나씩 찾아보던 방식에서 추천 목록을 먼저 확인하고 그 안에서 고르는 식으로 바뀐 걸 느꼈다. 훨씬 빠르고 실패도 줄었지만, 예전처럼 예상 밖의 선택을 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이 경험을 떠올리니 AI와의 관계라는 말이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선택의 방향 자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상태라는 의미로 이해되었다. 편리함 덕분에 판단 부담은 줄었지만, 동시에 내가 보지 못한 가능성도 함께 사라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와 약간의 불안이 함께 남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라는 점도 제목과 연결되어 이해됐다. 결국 <AI션십>이라는 말은 인간이 판단의 주도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더 가깝게 남는다. 처음에는 기술을 설명하는 제목으로 보였지만, 읽고 나니 인간의 태도를 설명하는 단어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