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는 우리가 이런 신호를 놓치는 이유를 설명한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높을수록 뇌는 안전 유지에 집중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배제한다. 익숙한 선택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경험에서 만들어진 자기 인식이 인식의 범위를 좁히고, 그 결과 선택지는 줄어든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해석의 틀 안에서 본다. 이 부분을 읽으며 기회가 없었다기보다 알아보지 못했던 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에서는 직관을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뇌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과정을 다룬다. 기능적 뇌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이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이미 감정과 관련된 뇌 영역과 가치 판단 회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의식적으로 이유를 설명하기 전 단계에서 뇌는 과거 경험과 기억을 빠르게 비교하고, 신체 감각과 정서 반응을 통해 선택의 방향을 먼저 준비한다. 우리가 설명은 못 하겠지만 맞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순간은 생각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정보 처리가 너무 빨라 언어화가 뒤따르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합리적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은 마지막에 정당화를 구성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선택 이후에 이유를 만들어내는 현상은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의 한 부분이라는 해석이다. 직관은 논리와 반대축이 아닌 축적된 데이터가 압축된 형태로 표현되는 판단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직관을 신뢰하지 못했던 이유가 떠올랐다. 근거를 말로 설명하지 못하면 틀렸다고 생각해 왔는데, 실제로는 설명할 시간이 없을 만큼 빠른 처리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는 직감이 들 때 무조건 따르기보다, 무엇이 그런 반응을 만들었는지 잠시 멈춰 살펴보게 된다. 직관을 믿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작동한 판단을 의식이 이해하는 과정에 더 가까워 보였다.
저자는 책의 내용을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어가길 권한다. 개념과 연습이 단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중간부터 골라 읽으면 신호를 인식하는 과정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또한 노트를 펼쳐 기록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함께 적어 보라고 권한다. 사인을 이해하는 과정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무엇에 반복적으로 반응하는지 직접 관찰해야 비로소 자신의 패턴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덮으며 삶을 기다리던 태도에서 관찰하는 태도로 옮겨온 느낌이 들었다. 이제 어떤 선택 앞에서 확신을 먼저 찾기보다 반복해서 마음에 남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 같다. 환경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보는 기준이 달라지자 그동안 스쳐 지나가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삶의 변화는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는 순간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길을 알아보는 순간에 가까웠다. 사인은 미래의 암호라기보다 현재의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드러내는 표시처럼 느껴졌다. 결국 운명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초점이 이동하며 서서히 형성되는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고의 틀을 제시하는 책으로 내가 무엇을 보고 선택하는지 이해하는 도구로 읽으면 가장 안정적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