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잘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장에서 질문은 늘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수업 흐름을 끊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거나, 준비되지 않은 질문은 오히려 이해도가 낮다는 신호처럼 해석되기도 했다. 정답을 빨리, 정확하게 말하는 학생이 유능하다는 인식 속에서 질문은 종종 소극성이나 미숙함의 다른 이름으로 취급되었다. 질문은 훈련의 대상이 아니라 성향의 문제로 여겨졌고, 교실에서 질문하는 학생은 특이한 아에 가까웠다.
안병민의 <질문인간>은 오래된 인식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저자는 질문을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AI 네이티브 시대에 인간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핵심 능력으로 규정한다. AI가 대답을 생산하는 기술로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더 이상 누가 더 많은 답을 알고 있는가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 명제는 분명하다. 인간의 경쟁력은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아니라, 무엇을 묻고 왜 묻는지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왜 지금 질문이 중요한가에 대해 저자는 현실적인 진단을 내린다. 우리는 이미 AI가 작성한 보고서, 요약된 회의록, 자동 생성된 기획안에 익숙해졌다. 겉보기에는 생산성이 높아졌지만, 그 이면에서는 사고의 주도권이 점점 기계로 넘어가고 있다. 책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사고의 아웃소싱’이자 ‘사고의 종속’이라고 설명한다. 질문이 멈춘 자리에 AI의 답이 들어오고, 인간은 그 답을 검토하기보다 소비하는 역할로 밀려난다. 문제의 원인이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질문을 멈춘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이 퀄리티 높은 질문인가. 우리는 기발하거나 날카로운 질문을 좋은 질문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질문 설계'다. 결과를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를 묻고 전제를 드러내며 일부러 불일치를 만들어 편향을 점검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정말 AI에게 맡겨도 되는 문제인지, 아니면 인간이 책임져야 할 문제인지를 먼저 성찰하는 질문까지 포함된다. 질문은 정보 요청이 아니라 관점이며 목적이며, 책임의 선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은 AI 혁신 가이드로서 현장에서 수많은 조직과 개인을 만나며, 같은 도구를 쓰고도 성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를 관찰해왔기 때문이다. 그 차이는 기술 이해도보다 질문의 깊이에서 발생했다. 저자는 AI 시대의 가장 위험한 인간은 질문하지 않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질문하지 않는 순간, 인간은 판단을 포기하고 선택을 위임하게 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도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