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정보적 경청에서 제시하는 빠른 듣기와 느린 듣기의 구분이다. 우리는 흔히 모든 말을 동일한 속도로 듣지만, 저자는 정보가 필요한 순간에는 빠르게 핵심을 잡고, 상대의 의도나 감정을 읽어야 할 때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라고 말한다. 토끼와 거북이에 비유한 설명은 직관적이면서도 실용적이었다. 대화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바로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비언어적 경청에 대한 부분이다. 얼굴 표정, 눈맞춤, 미소, 침묵 같은 요소들이 단순한 부수적 신호가 아니라, 말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화상 회의나 디지털 소통 환경에서 비언어적 요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한 대목은 지금의 현실과 잘 맞아떨어졌다. 상대의 얼굴을 본다는 것이 곧 상대의 말을 듣는 행위라는 관점은, 말 중심으로만 보던 대화를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바꾸고 싶다고 느낀 부분은 대화에서의 조급함이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기 전에 결론을 예측하고, 그에 맞춰 내 반응을 준비하던 습관을 내려놓고 싶어졌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의식적으로 듣는 연습을 한다면 관계에서 불필요한 긴장과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생겼다. 특히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경청형 화자가 되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아보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듣기 지능이라는 개념이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만큼, 실제 일상에서 단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연습법이 조금 더 제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남는다. 이론과 사례는 충분하지만, 독자 스스로 점검하고 반복 연습할 수 있는 실천 과제가 더 있었다면 활용도가 더 높아졌을 것 같다.
말이 넘쳐나는 초연결 시대에, 진짜 경쟁력은 말을 줄이고 듣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대화가 자주 어긋난다고 느끼는 사람, 관계에서 반복되는 오해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듣기의 방향부터 점검해보는 경험을 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