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우뇌는 언어로 설명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한다. 직감, 전체적인 맥락 이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알 것 같은 느낌이 여기에 해당한다. 저자는 우뇌를 단순히 무의식으로 치부하지 않고 하나의 의식 형태로 설명한다. 책에서는 좌뇌의 끊임없는 해석과 판단이 약해질 때, 감사와 평온, 타인과의 연결감을 경험하는 상태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러한 의식 상태가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 개념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신경과학과 동양 사상을 함께 언급하지만, 책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뇌의 작동 원리다. 불교적 개념 역시 영적 주장보다는 설명을 돕는 비교 대상으로 사용된다.
이 책은 뇌에 대한 전문 지식을 더 습득하라고 요구하기보다,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복잡한 의학 이론이나 신경 해부학 대신, 좌뇌와 우뇌의 작동 방식을 일상적인 사례로 설명한다. 저자는 좌뇌와 우뇌 중 어느 한쪽이 더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칠 때 삶이 어떻게 불균형해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지침보다, 지금 나는 어떤 뇌의 해석에 더 끌려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지막 장인 '뇌를 알고 난 후의 세계'는 앞선 논의를 삶의 태도로 정리하는 장이다. 저자는 좌뇌를 없애거나 판단을 멈추라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좌뇌의 해석과 이야기는 뇌의 기능임을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생각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도구라는 관점이다.
이 장에서 제시되는 세 가지 삶의 전략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생각에 끌려가며 살 것인가, 아니면 생각을 인식한 채 선택하며 살 것인가. 좌뇌가 만들어 내는 해석을 그대로 현실로 받아들일 때, 불안과 자기비판은 쉽게 커진다. 반대로 좌뇌를 적대시하거나 우뇌만을 이상화하는 태도 역시 또 다른 극단일 뿐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 중간 지점, 즉 좌뇌의 해석을 절대시하지 않으면서도 삶에 필요한 사고 도구로 활용하는 균형의 태도다.
이 책은 이론서라기보다는 생각과 나 사이에 약간의 거리를 두는 법을 알려주는 책에 가깝다. 읽고 나면 뇌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보다는, 최소한 뇌의 해석에 휘둘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여지는 생긴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내가 뇌를 쓰고 있는지, 아니면 뇌가 나를 끌고 가고 있는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