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늙어간다는 것 - 80대 독일 국민 작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문장들
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유영미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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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나’라는 존재로서의 존엄과 자기다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책으로 단순한 노인에세이가 아니다. 저자는 독일 문학계에서 오랜 시간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인물로, 그만큼 삶의 여러 국면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시선을 지녔다. 특히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노년을 살아내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생각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노년을 ‘잃어버림’이나 ‘쇠퇴’의 시기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나이 들어감이란, 사회적 역할이나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기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제는 남의 시선보다 내 마음에 귀 기울이며 살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노년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만나는 시기라는 선언처럼 들린다.

책 곳곳에는 상실과 변화의 순간들이 등장한다. 친구의 죽음, 건강의 변화, 사랑의 끝 등 누구나 나이 들어가며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모든 상실을 비극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새롭게 얻는 자유, 홀로 있음의 평온,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발견한다. 예를 들어, 더 이상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용기 등이 그것이다.



‘나이 듦’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는 자아 정체성 형성에 깊은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듦을 단순한 신체적 쇠퇴나 사회적 역할의 상실로 보지 않고, 오히려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재정의하는 기회로 삼는다. 즉, 사회가 부여한 역할이나 직업,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바로 노년의 본질임을 강조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노년이란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실감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나 역시 점차 ‘늙어감’이라는 단어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하이덴라이히의 글은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보라고 조용히 격려한다.

나이 듦의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의 사회적 정체성, 즉 직업이나 지위, 가족 내 역할 등 외부에서 주어진 정체성을 점차 내려놓게 된다. 이때 하이덴라이히의 메시지는, 그 빈자리를 내면의 자아로 채우라는 것이다. 사회적 기준이나 젊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변화와 상실마저도 자기 삶의 일부로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2차 성장의 핵심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지적인 독자에게도 충분한 사유거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노년의 삶을 단순히 감상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본질, 인간관계의 의미,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등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독자가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성찰하도록 이끈다.

이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자면, 단순히 ‘노년의 지침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한 인간의 깊은 내면 여행에 동행한다는 마음으로 읽기를 권한다.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따라가며, 내 삶의 궤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려보면 좋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조금씩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내 삶의 의미와 방향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결국 『나로 늙어간다는 것』은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더 깊고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는 용기와 지혜를 전해주는 책이다. 나에게 이 책은 내 삶의 다음 장을 어떻게 채워나갈지에 대한 소중한 영감과 위로를 주었다. 나이 듦을 삶의 완성으로 받아들이고, 나만의 방식으로 늙어가는 길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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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하기 딱 좋은 짧지식
최청하 지음 / 경향BP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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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일상에서 가볍게 꺼내기 좋은 흥미로운 상식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하지만 지식의 나열에만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 사물과 현상, 그리고 역사와 과학,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짧은 지식을 소개하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원리와 맥락을 함께 짚어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단순한 정보 전달같지만 지식의 ‘맥락’을 짚어주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흔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실조차도 그 유래나 배경을 알게 되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아는 척 하는 것은 때로는 단순히 허세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린 태도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유쾌한 지식이란 결국 삶을 더 풍요롭고,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힘임을 일깨운다.

거지 월급이 8000만원?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 하나인 두바이에서 구걸을 해서 번 돈이라고 한다. 단순한 구걸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이슬람의 성스러운 기간인 라미단 동안에 수많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기부를 한다는 것을 이용했던 것이다. 지금도 가능하냐고? 가짜 거지가 너무 많아 철저한 단속으로 걸리면 엄청난 벌금을 지불하고 감옥도 간다고 한다.

하이힐은 원래 남성용 신발이었다? 하이힐이 처음 등장한 건 고대 그리스였는데, 당시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이 신던 신발이 바로 하이힐의 원조라고 한다. 이후 중세 유럽에서는 기병대가 하이힐을 본격적으로 신기 시작했는데 말에 올라탈 때 말안장에 발을 안정적으로 걸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저 흘려보내던 사소한 풍경이나, 익숙한 사물에도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작은 호기심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을 체감해보는 기회를 스스로 가져보면 어떨까. 지식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새롭게 쌓을 수 있고,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특히 50대 이후의 삶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알아가는 기쁨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으로 이어진다.

지식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임을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전달된다. 아주 가벼운 내용이지만 엉뚱하기도 하면서 흥미로운 내용들이 담겨있다. 독자들에게 아는 척을 두려워하지 말고, 작은 지식이라도 생활 속에서 즐겁게 나누며,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같다.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초간단 지식의 씨앗 같은 책이다. 무거운 지식이 아닌 정말 제목만큼 아는 척하기 딱좋은 짧지식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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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는 공부법 - 모든 시험을 뚫는 합격 필승 공식
손의찬(메디소드)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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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부는 단순히 외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바탕으로 사고력을 키우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암기는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휘발성이 강하고 응용력이 떨어진다. 반면, 깊이 있는 이해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진정한 공부는 암기를 넘어선 이해와 사고, 그리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손의찬 저자의 공부법에서 목적 감각, 능동 감각, 순서 감각이라는 세 가지 핵심 원리는 효과적인 학습의 핵심 토대를 이룬다는 점이 인상 깊다. 목적 감각은 자신이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유와 목표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남들이 하니까 등의 피상적인 이유가 아니라, 개인의 성장, 꿈의 실현, 혹은 지적 호기심 충족과 같은 내재적인 동기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감각이다. 목적 감각이 뚜렷할 때 학습자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고,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발휘한다.

책을 읽을 때 목차는 마치 지도의 역할을 한다. 전체 내용을 미리 보여주어 독자가 책의 흐름과 구조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각 장의 제목을 통해 핵심 내용을 짐작하고 공부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가 되기 때문에 목차를 독해에 이용하는 방법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때로는 가장 기본적인 독해 기술이면서도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능동 감각은 학습의 전 과정에서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탐색하며, 다양한 학습 방법을 시도하고 평가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포함한다. 능동 감각이 높은 학습자는 호기심을 가지고 학습에 임하며, 새로운 정보를 자신의 기존 지식과 연결하려는 노력을 보이게 되므로 능동적인 학습자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순서 감각은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들을 논리적으로 배열하고, 그 순서에 따라 체계적으로 학습을 실행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포함한다. 순서 감각이 발달한 학습자는 혼란스러움 없이 학습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감각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명확한 목적(목적 감각)을 가지고 스스로 주도적으로(능동 감각) 체계적인 계획(순서 감각)에 따라 학습할 때, 비로소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되는'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가장 좋은 암기법은 외우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단순 암기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학습의 본질을 꿰뚫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겉핥기 식 암기는 휘발성이 강해 조금만 응용해도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깊이 있는 사고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핵심 원리를 단단하게 이해하고 그로부터 뻗어 나오는 다양한 개념과 응용 지식들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학습 태도가 중요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공부 순서는 외울 내용을 추려내고, 정보를 범주화하고, 이해하고, 외우기 쉽게 변환하고, 반복적으로 인출하는 것이다. 이 5단계의 순서로 공부해야 그 효과가 중복되지 않으면서 누적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 저자의 생각 과정을 따라가며 '왜' 그렇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 좋다. 각 장의 핵심 원리를 파악하고, 제시된 공부법들을 실제 학습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다. 책을 덮은 후에는 자신의 학습 습관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작은 변화부터 실천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히 요약 노트를 만드는 대신, 개념 간의 연결고리를 시각화하거나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꾸준한 자기 성찰과 실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외우지 않는 공부법'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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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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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영화로 인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책이다.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리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바꾸기 충분하지 않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눈물을 행동으로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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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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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임복희 작가의 ‘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는 법과 인권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낸다. 이 책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온 참된 이야기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들을 소개하며 인권의 역사, 어떻게 세상이 바뀌어가는지를 담아내고 있다. 책의 차례 역시 인권의 발달 역사 순으로 되어있는데,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담은 <앵무새 죽이기>, <서프레저트> 를 시작으로, 극심한 빈부격차, 노동자 인권, 환경 인권, 난민인권 등의 다양한 인권문제 비판을 담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챕터마다 영화 소개와 인권의 설립 과정을 담고, deep in to film이라는 부록에서 각 영화에서의 논점을 법적 관점, 사회적 관점에서 더욱 깊이 다루어 영화 속 이야기를 넘어 깊이 있는 고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모든 영화들의 여운이 깊었지만, 그중에서도 옛날에 본 기억이 있는 <카트>와 <또 하나의 약속> 두 편은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불의와 약자들의 절규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장이었다. <카트>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다룬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마트 직원은 마트의 주인이 아니라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이, 기업의 논리 앞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버려지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영화 속 선희, 순례 등의 여성 노동자들은 분노와 슬픔을 담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다. 저자는 이 영화를 통해 ‘고용의 유연화’라는 이름 아래 노동자들의 인권이 얼마나 쉽게 침해되고 있는지를 강조하며, 현행법이 노동자 보호에 얼마나 미흡한지, 겉만 번지르르한 법인가를 조목조목 짚는다. 또한 대법원의 판결과 함께 부당노동행위 구제 제도와 부당 해고 구제 제도에 관한 설명을 곁들어 법적으로 어떠한 모순이 있는가를 알려준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딸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다. 실존 인물인 황상기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는 한 시민의 절박한 외침을 담고 있다. 딸 윤미의 죽음을 단순한 사고로 덮으려는 기업의 대응, 책임을 회피하는 국가기관, 사건을 외면하는 언론의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기에 보기 불편하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산재 인정의 여부가 아니라, 돈보다 생명이, 이미지보다 진실이 소중하다는 근본적인 윤리의식이다. 현 산업기술복합체가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자본 집약적이며 폭력적이기에, 사회적 약자들은 이러한 폭력의 가장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희생자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장에서 ‘법은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피력하며, 이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기업과 개인 사이의 불균형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입법자들이 한국 사회의 맥락 속에서 지워진 산재 노동자들의 몸을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 위치한 것으로 환기해, 향후 인간의 얼굴을 지닌 정책으로 의제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한다.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 <카트>에서는 여성, 비정규직, 생계형 노동이라는 교차되는 불평등의 고리가, <또 하나의 약속>에서는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반적 한국 사회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사회의 정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법은 누구 편인가?, 나조차 무관심이라는 말로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인권은 결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현실에서, 영화는 우리가 직면한 부조리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책은 그것을 성찰하게 만든다. 책에서 소개된 영화 속 주인공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그들은 그냥 우리 이웃, 가족, 혹은 내 미래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작고 단단한 용기 덕분에 사회는 조금씩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영화로 인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책이다.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리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바꾸기 충분하지 않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눈물을 행동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함께해 주는 믿음직한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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