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코드 - 외모 자존감을 높이는 거울 심리학
박상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1월
평점 :
예약주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인 '페이스 코드'는 처음에는 얼굴을 유형화한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것이 외모를 마주할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마음의 반응 체계를 가리키는 말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매일 얼굴을 보지만, 정작 그 얼굴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얼마나 불안과 기대, 비교와 방어로 얽혀 있는지는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 책은 외모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무언가를 고치거나 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거울 앞에서 흔들리는 감정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해준다. 얼굴을 대하는 나의 반응을 읽어내는 거울 심리학이라는 점에서 제목은 이 책의 핵심을

함축하고 있다.

책은 성형외과 상담실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공간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30년간 수많은 얼굴을 마주하며, 외모에 대한 질문이 결국 삶과 관계, 감정의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한다. 그 경험을 토대로 외모를 마주할 때 작동하는 심리 패턴을 네 가지 축으로 정리하고, 그 조합을 통해 16가지 페이스 코드라는 체계를 제시한다. 외모에 얼마나 민감한지, 외모를 어떤 가치로 해석하는지, 그것이 즐거움으로 작동하는지 혹은 괴로움으로 남는지, 그리고 그 감정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따라 같은 얼굴도 전혀 다른 삶의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은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책은 동일한 외모 자극 앞에서도 갈등의 방식과 선택의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를, 이 16가지 유형 체계를 통해 풀어낸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분명히 하고 싶은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외모 문제는 외모에서 시작되지 않으며, 해결 역시 외모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뻐지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도, 외모 따위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과도한 부정도 모두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외모를 둘러싼 태도의 문제다. 내가 외모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지, 어떤 말에 특히 흔들리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안이 증폭되는지를 아는 순간, 외모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 된다. 그 이해가 쌓일 때 비로소 외모는 삶을 방해하는 변수가 아니라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조건으로 자리를 잡는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페이스 코드가 고정된 성격 검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코드가 형성되는 시기와 변화 가능성을 함께 설명하며, 관계와 환경, 경험에 따라 반응 방식이 이동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외모 앞에서 반복되는 불안을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또한 성형 이후 달라지는 것은 얼굴 자체보다 사람의 태도와 감정이라는 관점, 그리고 외모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크게 작동하는 순간은 타인의 말이나 시선이라는 점을 짚어낸 대목도 오래 남는다. 사소한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감정을 무너뜨리는 이유가 이 코드 안에서 명확하게 설명된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외모 자존감이란 스스로를 칭찬하는 연습만으로는 단단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의 예민함과 욕망, 회피와 기대까지 포함해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는 것이 오히려 자존감을 안정시키는 출발점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읽고 난 뒤에는 거울 앞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지금 내가 어떤 코드로 반응하고 있는지를 한 번 더 살피게 된다. 외모로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외모를 통해 드러나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가장 또렷하게 남은 감정은, 변화란 얼굴을 바꾸는 결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기준을 다시 세우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기준이 조금만 달라져도 거울 속 얼굴은 그대로인데, 하루를 견디는 마음의 결이나 방향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마치 같은 얼굴로도 전혀 다른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허락받은 느낌에 가깝다. 그 점에서 영화 <아이 필 프리티>에서 주인공 르네가 떠오른다. 외모는 변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진 순간 삶의 밀도와 태도가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페이스 코드〉가 전하는 메시지와 닮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켜보니 다 되는 생활밀착형 AI - 건강 관리, 중고 거래, 문서 작성, 취업 준비, 사업 준비까지 똑똑한 생활인의 AI 활용법
프롬프트 크리에이터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AI의 가능성을 과장하지도 위험을 단순화하지도 않고, 지금의 일상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AI를 현실적인 조력자로 활용하는 방법을 차분하게 제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켜보니 다 되는 생활밀착형 AI - 건강 관리, 중고 거래, 문서 작성, 취업 준비, 사업 준비까지 똑똑한 생활인의 AI 활용법
프롬프트 크리에이터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생성형 AI를 거창한 기술이나 미래 담론으로 다루지 않는다.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장황하게 예측하기보다는 지금 내 건강, 내 일, 내 업무, 내 관계에서 오늘 바로 써볼 수 있는 질문과 활용에 집중한다. 저자는 AI를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생활 도구로 정의하며, 독자가 이미 겪고 있는 일상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조차 막막한 사람에게 잘 묻지 않아도 괜찮다, 틀려도 괜찮다는 태도를 반복해서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사용법 이전에 접근 방식을 가르치는 안내서에 가깝다.

생성형 AI가 우리를 덮친 지금은 질문하는 사람이 답을 얻는 시대이다.

- 프롤로그 -

PART 1은 생성형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정리하는 준비 단계다. 저자는 AI가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부터 접근한다. 검색 결과 정렬, 자동 추천, 고객 응대 챗봇처럼 우리는 이미 AI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생성형 AI 앞에서는 여전히 막연한 두려움이나 과도한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파트에서 반복되는 메시지는 AI는 완벽하지 않으며, 정답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생성형 AI는 틀린 답을 내놓을 수도 있고, 그럴듯하지만 부정확한 정보를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단순한 질문부터 시작해보자고 말한다. 이 파트는 AI를 기술적으로 이해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부담 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도구로 인식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PART 2는 AI 활용을 나의 삶에서부터 시작하도록 구성된 파트다. 건강 관리 챕터에서는 AI를 의료 전문가나 진단 도구처럼 다루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자가 진단 질문을 정리하고, 건강검진 결과를 이해하기 위한 설명을 요청하며, 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는 건강 관리 루틴을 구성하는 데 AI를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판단자가 아니라 정보를 정리하고 방향을 점검해주는 보조 수단으로 기능한다. 이어지는 취업 전략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채용 공고 분석,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 정리, 자기소개서 초안 작성 등에서 AI의 도움을 받지만, 지원 여부나 진로 방향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파트는 AI가 삶을 대신 살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을 정리하고 점검하는 도구임을 분명히 한다. 각 장에는 실제 활용 상황을 가정한 예시가 제시되어 있어, 독자가 이를 참고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PART 3는 생활과 업무 전반에서 AI를 활용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다룬다. 문서 작성, 업무 정리, 반복 작업 처리 등 실제 생활과 직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사례들이 중심을 이룬다. 저자가 강조하는 효율의 목적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데 있지 않다. 불필요하게 소모되던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고, 중요한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자를 위한 AI 활용 챕터에서는 인건비 계산, 영업시간 조정, 고객 응대 문구 작성, 홍보 문안 구성 등 실무적인 활용 사례가 제시된다. 이때 AI는 경영 판단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자료를 정리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역할이다. 감각에 의존하던 판단을 질문과 데이터로 정리하는 과정이 이 파트의 핵심이다. 문서 작성이나 업무 정리뿐 아니라 상권 분석까지 다루고 있어, 생성형 AI가 이 정도 영역까지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PART 4는 교육과 소통 영역으로 AI 활용을 확장한다. 교육자를 위한 챕터에서는 강의 기획과 자료 준비 과정에서 AI를 어시스턴트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지만,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달과 상호작용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모임 운영 챕터에서는 회비 정산, 공지 작성, 일정 관리처럼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일을 AI로 정리해 운영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나의 일상에서도 바로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현실적인 활용 사례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챗GPT에게 '내가 문장을 말하면 판교 슬랭으로 바꿔줘'라고 역할을 부여하는 예시다. AI를 말투와 맥락까지 조정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볍지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 예시는 생성형 AI 활용이 소통 방식 자체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생성형 AI는 삶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서 보조하는 도구이며, 판단과 선택의 책임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AI의 가능성을 과장하지도 위험을 단순화하지도 않고, 지금의 일상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AI를 현실적인 조력자로 활용하는 방법을 차분하게 제시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생활밀착형 AI의 범위는 거창한 자동화나 전문 개발 영역이 아니고, 건강, 취업, 일, 모임, 거래처럼 지금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까지가 그 범위다. 특별한 기술 이해 없이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역, 그리고 그 결과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까지만 AI를 들인다.

AI 발전 속도와 삶의 변화에 대해 저자는 낙관과 경계를 동시에 유지한다. 시간 절약과 효율 증대라는 분명한 이점이 있지만, 판단을 외주화할수록 사고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분명히 언급된다. 특히 건강, 재무, 진로처럼 중요한 결정에서 AI를 최종 결정자로 착각하는 순간 위험해진다고 경고한다.

책을 읽으며 AI는 삶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놓여야 하며 주도권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결국 이 책은 질문을 미루지 않는 사람, 정답을 맡기지 않는 사람, 도구를 쓰되 주도권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 AI는 현실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에 읽는 천자문 -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천년의 지혜
허경진 지음 / 빌리버튼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으로의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 스스로 묻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지금 이 나이를 통과하는 독자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에 읽는 천자문 -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천년의 지혜
허경진 지음 / 빌리버튼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서점에 가면 '마흔에 읽는 OO' , '마흔에 다시 읽는 OO'라는 제목이 유난히 눈에 띈다. 단순한 마케팅 언어로 치부하기엔 이 수식어가 겨냥하는 정서가 꽤 정확하다. 마흔은 인생의 방향이 이미 굳어졌다고 믿기엔 아직 흔들리고, 다시 새로 시작하기엔 책임과 현실이 무거운 시기다. 젊을 때는 속도와 성취가 중요했다면, 이 나이에는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기준 삼아 살아야 하는지를 묻게 된다. 그래서 마흔은 새로운 지식을 쌓기보다, 오래된 문장으로 삶의 태도를 다시 점검하려는 독서가 가장 절실한 시기다. 꼭 마흔이 아니어도 읽을 수는 있지만, 이 책이 특히 마흔이라는 나이를 부르는 이유는 이미 경험한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을 동시에 성찰할 수 있는 독서 체력이 이때 비로소 갖춰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엮어 옮긴 허경진은 한문학과 고전문헌 연구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국문학자다. 고전 문학 전반을 아우르며 선조들의 삶과 문학 활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연구에 몰두해왔고, 특히 해외 도서관에 소장된 한국 고서를 다룬 두 권의 저서는 인문 탐서가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연구 이력은 <마흔에 읽는 천자> 에서도 드러나며, 고전을 문자 해석에 그치지 않고 삶의 맥락으로 확장해 읽게 만든다.

이 책은 천자문을 한문 교재로 다루지 않는다. 천자문 천 자의 문장을 원문 순서에 따라 풀어가되, 문자 하나하나의 어원과 고전적 의미, 그리고 그것이 당대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태도를 요구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동시에 현대인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읽을 수 있도록 해석의 방향을 잡아준다. 이 책은 알아두면 좋은 고전 지식이 아니라, 지금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문장으로 천자문을 다시 보게 한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오래된 스승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읽으며 새롭게 다가온 천자문 구절 중 하나는 '미시기장'이다. 자신의 장점과 능력에 기대어 스스로를 과신하지 말라는 뜻인데, 젊을 때라면 겸손을 강조하는 교훈 정도로 가볍게 넘겼을 문장이다. 그러나 마흔에 이 문장을 다시 읽으니, 이는 자기 부정을 요구하는 말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경계에 가깝게 다가온다.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믿기 쉬워지고, 그 확신이 때로는 관계를 경직시키고 선택의 폭을 좁혀왔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미시기장은 능력을 내려놓으라는 말이 아니라 능력 위에 태도를 세우라는 요청처럼 읽힌다. 일과 인간관계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를 점검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구절은 '용지약사'이다. 뜻을 쓰되 늘 깊이 생각하듯 하라는 이 문장은 처음에는 다소 관념적인 교훈처럼 읽힌다. 그러나 저자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니, 이는 결정을 미루라는 말이 아니라 행동 이전에 사유의 깊이를 요구하는 문장임이 분명해진다. 빠른 판단과 즉각적인 실행이 능력처럼 평가되는 지금의 삶에서, 이 문장은 방향 없이 바쁜 선택들이 얼마나 쉽게 삶을 소모시키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최근 나는 오래 고민해오던 한 가지 일을 서둘러 결론내리지 않고, 관계와 이후의 파장을 차분히 따져본 뒤 결정을 미뤘다. 당장은 비효율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문장의 의미가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이처럼 천자문은 본래 삶의 질서를 가르치는 교본이었지만,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서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자를 몰라도 살아가는 데 큰 불편은 없고, 빠른 정보와 즉각적인 해답이 넘쳐나는 시대에 짧고 느린 문장은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천자문 같은 고전은 더 이상 생활 속 언어가 되지 못하고, 시험용 지식이나 교양의 장식물로만 남아왔다. 이 책은 그런 흐름에 분명한 반문을 던진다. 삶을 빠르게 해결하려 할수록, 오히려 기준과 태도를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질문이다.

이 책이 발간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고전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삶의 중심을 다시 세우려는 제안이다. 천자문을 통해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기보다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사람이 되도록 이끈다. 그래서 이 책은 단번에 읽고 덮기보다, 규칙적으로 펼쳐보며 문장을 삶에 대입해보는 방식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루 한 구절, 혹은 일주일에 몇 문장씩 정해두고 읽다 보면, 생각보다 삶의 태도가 서서히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어렵지만 꾸준히 이 책을 참고하며 살아간다면, 내 삶은 아마도 덜 조급해지고, 덜 과시적이며, 대신 더 단단해질 것이다.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보다는 무엇을 지켜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판단의 기준도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세운 원칙에 가까워질 것 같다. 앞으로의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 스스로 묻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지금 이 나이를 통과하는 독자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