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 의학의 새로운 도약을 불러온 질병 관점의 대전환과 인류의 미래 묻고 답하다 7
전주홍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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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 리뷰입니다



이 책은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이 시대마다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추적하며, 그 과정에서 의학이 쌓아온 지식과 변화의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역사는 끊임없이 질병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져왔고, 의학은 그 질문에 맞서 시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답을 내놓았다. 신의 노여움으로 질병을 해석하던 시절이 있었고, 체액의 불균형으로 병을 설명하던 시절도 있었으며, 인간의 몸을 직접 해부하며 장기와 구조를 드러내던 르네상스 시대가 있었다. 이어 보이지 않는 분자 단위가 질병의 원인을 설명하는 시대로 나아갔고, 오늘날에는 유전체 정보와 인공지능이 병의 발생과 치료 방향을 탐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의학의 역사는 직선적인 발전의 기록이 아니라, 사회, 철학, 예술, 과학기술이 서로 얽히고 충돌하며 만들어낸 패러다임 전환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전주홍 교수는 분자생리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적 관점이 의학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서술한다. 그는 의학의 발전을 영웅적인 의사들의 탁월한 업적보다 더 넓은 맥락 속에서 바라본다. 시대와 사회, 사상과 문화가 병에 대한 해석을 바꾸었고, 그 결과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고 때로는 기존의 방법이 폐기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의학은 단순히 기술과 지식의 집적물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즉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한 결과물이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이 의미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의료를 단순히 소비하는 환자의 입장을 넘어 적극적인 참여자의 위치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최첨단 의학 기술과 인공지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등장했으며 어떤 맥락 속에서 성립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학적 선택은 과학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성찰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미래 사회에서 의료 불평등, 돌봄의 본질, 데이터 활용의 윤리와 같은 문제가 더욱 부각될수록 의학이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개인에게도 중요한 고민거리가 된다.

저자인 전주홍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생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오랫동안 분자생리학을 탐구해왔으며 다양한 저서를 통해 과학 지식을 사회적, 인문학적 맥락 속에서 풀어내고자 시도해왔다. 그는 과학자가 단순히 논문을 쓰는 연구자에 머무르지 않고 탐구자, 독자, 예술가, 토론자로서 사고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태도는 이번 저서에도 깊이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은 기존의 의학사가 흔히 보여주는 인물 중심의 발전사가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변화를 통해 의학의 패러다임이 달라진 과정을 풀어낸다. 질병을 해석하는 방식이 신화에서 과학으로, 체액설에서 해부학으로, 분자와 정보로 이어지는 과정은 단순히 지식의 발견이 아니라 인간의 세계관 변화의 반영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이러한 책의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의학사 책과 뚜렷이 구별된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의학적 지식이 기존의 일상적 관습과 어떻게 충돌하며 사회적 변화를 일으켰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 설명한다. 예를 들어,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질병이 신의 뜻 또는 악령의 징벌로 여겨져 공동체 의식주와 제사의례 등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세균설과 같은 과학적 의학 지식이 등장하며, 손 씻기, 소독, 분리 수용 등이 점차 강조되었다. 이는 전통적 관습에 대한 도전이자, 위생과 청결에 대한 새로운 행동양식을 요구하는 극적인 변화였다. 당시 의료인들은 분만 전 손을 씻으라는 주장을 하며 많은 비난과 조롱을 받았고, 실제로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는 병원 내 산욕열 환자를 줄이기 위한 손 씻기 의무화로 사회적, 직업적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결핵 환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들 수 있다. 결핵이 ‘운명’이나 가문의 내력, 혹은 도덕적 타락 탓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후 박테리아가 원인임이 밝혀진 뒤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과학적 대응이 필요한 질병으로 간주되었다. 이처럼 저자는 역사적 맥락과 힘의 이동, 패러다임의 충돌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의학 지식의 확장과 보급이 일상의 신념, 문화적 통념, 사회 관습과 어떻게 맞서고 부딪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나는 병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해왔지만, 결국 병에 대한 해석과 치료의 방향은 사회적 합의와 인간의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50대 중반에 이른 나 자신에게는 앞으로의 삶에서 노화와 질병의 문제를 더 자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스스로 의료 현실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의 의학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제시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치료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의료의 공공성과 돌봄의 의미는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는 결국 인간이 내려야 할 결정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말처럼 과학기술은 수단일 뿐이고 목적과 방향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준다.

결국 이 책은 질병과 의학을 바라보는 관점의 긴 역사를 담아내면서, 독자가 질문을 던지는 철학자의 위치에 서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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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 90일 자기 경영 - 인생의 주도권을 잡고 매일 성취하라 나폴레온 힐 컬렉션
돈 그린.나폴레온 힐 재단 지음, 도지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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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나폴레온 힐 90일 자기 경영은 생각이 곧 인생을 바꾸는 씨앗이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책이다. 그동안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순간의 자극만 받다가 흐지부지했던 경험이 많았는데, 이 책은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니라 구체적인 습관 형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90일 이라는 기간을 제시하며, 매일 작은 실천을 이어감으로써 뇌와 마음의 회로를 긍정적으로 다시 짜도록 돕는다. 개인이 자기 삶의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관점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적인 방법론으로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특히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늘 가족이나 타인을 우선시하다 보면 정작 나와의 약속은 쉽게 미루거나 잊곤 했다. 하지만 소소한 약속을 꾸준히 지키는 일이 자기 신뢰를 세우는 기반이라는 설명은 지금의 내 삶에도 꼭 필요한 조언이었다. 또한 불만을 긍정적인 전환점으로 삼으라는 대목은, 중년 이후 삶에서 자주 찾아오는 불평과 비교 의식을 내려놓고 그것을 배움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특히 발명가 엘리샤 오티스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던 부분을 직접 시연하며 자신의 발명을 세상에 알렸던 이야기는 큰 울림이었다. 그는 불안을 돌파하는 용기로 신뢰를 얻었고, 결국 변화는 자기 확신과 실행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대목은 나 또한 두려움 때문에 미룬 것들을 돌아보게 했다.


이 책의 제목인 ‘자기 경영’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경영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덕분에 나를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자각이 생긴다. 인생 후반기로 들어선 지금, 남은 시간을 어떻게 운영하고 정리할 것 인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 책은 내게 그 방향성을 다시 잡도록 해 준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사례들이 대부분 기업가나 발명가처럼 특별한 인물들에 치중 되어 있어 일반적인 삶의 맥락에서 공감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여성이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했다면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제시된 실천 과제 가운데 일부는 다소 추상적이고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지난 세월 동안 바쁘게 살면서 잊고 지낸 자기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변화는 큰 결심에서 비롯되지 않고, 오히려 작은 습관 하나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오늘 하루의 작은 선택으로 내일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되었다. 결국 자기 경영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고 꾸준한 태도를 지켜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나의 인생 여정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시간이 갈수록 삶은 복잡하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하루하루 작은 실천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다시 나를 세운다면 인생은 언제든 새롭게 경영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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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멈추기 전에 - 서울대학교병원 뇌신경학자의 뇌졸중을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이승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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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단순한 건강 정보서나 치매 예방을 다룬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며 곧 알게 되었다. 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마모되고 있는 현대인의 뇌를 통찰하고, 삶의 태도까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중년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나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책은 너무도 절실한 안내서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점점 기억력이 흐려지고, 집중력이 짧아지는 내 뇌의 변화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중년 이후의 삶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인지적 건강 역시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시기이다. 특히 나는 지적인 활동을 즐기며 살아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뇌의 지속 가능한 활력을 유지하고 싶은 열망이 컸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실천적인 지혜를 제시해주었다.

현대인의 뇌는 끊임없는 자극과 정보의 과부하 속에서 피로에 지쳐가고 있다. 스마트폰,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뇌를 쉬지 못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생각의 깊이와 감정의 여유를 갉아먹는다. 저자는 이러한 현대인의 뇌 상태를 '지속적 과열'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한다. 생각하지 않고 반응하고, 기억하지 않고 검색하는 뇌. 이대로라면 뇌는 기능 이전에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생각을 되살려야 한다. 삶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책의 첫인상은 절박함이다. 매년 10만 명 이상, 12분에 1명씩 뇌졸중을 겪는 현실. 하지만 그 수많은 경우 중 상당수가, 아주 작은 수고로도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 비극이 아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심방세동이 천천히 뇌를 조여온 결과다. 평소 관리만 했다면 막을 수 있는 병. 하지만 ‘그때 알았더라면’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미 한 번의 뇌졸중을 겪은 뒤다.




3장은 이 책의 핵심이다. 뇌졸중 예방을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는 0단계, 경고 신호가 시작된 1단계, 혈관 손상이 시작된 2단계, 이미 뇌졸중을 겪은 3단계까지. 각 단계마다 필요한 생활습관 변화, 건강검진 항목, 약물 치료 여부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이 지점에서 책은 단순한 정보서가 아니라 실천서가 된다. 의학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구성되어 있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성이다.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예방 전략, 짧고 명료한 실천 지침, 이해를 돕는 표와 요약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무조건 운동해라, 식단 조절해라 하는 식의 모호한 조언이 아니라, 어떤 수치를 유지해야 하고, 어떤 검사를 받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독자 입장에서 자신의 뇌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어떤 실천을 할 수 있는지 계획하게 만든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뇌는 기계처럼 소모되는 기관이 아니라, 제대로 쉬고 움직여야 살아나는 생명체이다. 기억력 저하나 멍한 느낌은 단순한 노화의 결과가 아니라, 뇌가 과열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를 방치하면 감정의 둔감, 삶의 무기력, 인간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생각하는 뇌’를 다시 작동시켜야 한다. 그 출발점은 멈춤과 성찰이다. 일단 멈추고, 현재 내 뇌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직면해야 한다.

최근 나는 뇌가 전처럼 민첩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는 시기다. 깜박함이 잦아지고, 머리가 무거울 때면 ‘노화’라는 말로 얼버무려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뇌는 늙지 않는다. 연결이 끊길 뿐이다. 잘못된 습관과 방치된 수치들이 내 뇌를 파괴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연결을 다시 이어주는 것이 내가 매일 선택하는 생활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뇌 건강은 생존의 문제다. 이 책은 누구나 필독해야 할 생존 전략서다. 뇌를 잘 다룬다는 것은 단지 병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제대로 사는 방식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삶의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내 몸을 지배하는 뇌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지금 나는 뇌 건강을 기준으로 일상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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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사 - 소리로 말하고 함께 어울리다
로버트 필립 지음, 이석호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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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방대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음악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왔는지를 탁월하게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연대기적으로 음악의 흐름을 짚어줄 뿐아니라 각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음악이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음악이 결코 고립된 예술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과 함께 호흡하며 변화해 온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음악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조예와 이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내는 능력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주요 흐름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묵직한 책이 주는 압박도 있지만, 그만큼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어 책을 읽고 난 후의 성취감도 있다. 중세 교회의 그레고리안 성가에서 르네상스 다성 음악의 발전,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와 협주곡의 등장, 고전주의 시대의 교향곡과 소나타의 완성, 낭만주의 시대의 개성 넘치는 음악들, 그리고 20세기 이후 현대 음악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특징적인 음악 형식과 양식, 그리고 대표적인 작곡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음악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음악이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향유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 있어, 음악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오랜 시간 음악의 숲을 거닐며 다양한 나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듯한 친절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롭게 읽었던 역사 이야기다. 첫째는 중세 시대 음악이 교회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발전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 음악은 종교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서 기능했으며, 그레고리안 성가와 같은 단선율 음악이 지배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에 음악의 기록을 위한 '네우마'라는 기보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음악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인류의 첫 시도였으며, 음악이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보법의 등장에 관한 설명 및 왜 그 시대에 그러한 필요가 생겨났는지, 그리고 그것이 음악 발전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음악이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적 산물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

둘째는 바로크 시대 오페라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페라는 당시 귀족 계급의 화려함과 권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대중에게도 확대되며 음악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몬테베르디와 같은 작곡가들이 음악과 드라마를 결합하여 감정 표현의 극대화를 꾀했던 시도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오페라가 공연의 의미 이상으로 당시 사회의 유행과 취향을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 현상이었음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오페라가 노래와 연기의 결합이 아니라, 그 시대의 욕망과 열정이 투영된 거대한 예술 형식임을 이해하게 된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이끈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낭만주의 시대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하며 왈츠라는 장르를 통해 음악을 귀족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대중도 즐길 수 있는 유쾌한 문화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의 음악적 배경은 빈이라는 도시가 가진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춤곡에 대한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아름답고 경쾌한 멜로디로 수많은 왈츠와 폴카를 작곡하여 '왈츠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슈트라우스 2세의 음악은 단순히 춤을 위한 음악을 넘어, 당시 빈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음악을 통해 예술이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즐거움을 선사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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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언어 수업 - 모호한 생각을 미래의 비전으로 바꾸는
호소다 다카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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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 리뷰입니다


‘컨셉 언어 수업’을 읽고 나면 ‘언어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호소다 다카히로가 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시대를 만들고, 브랜드를 혁신하며, 개인과 조직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핵심 동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메시지를 단순한 이론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내 손으로 미래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경험으로 연결해 준다.

책의 내용에서도 강조하듯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이를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면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컨셉 언어 수업'이라는 제목은 결국 성공적인 컨셉은 '언어'를 통해 설계되고 완성된다는 저자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공한 아이디어가 있기 전에, 그 미래를 내다본 '말'이 있었다'는 문구에서 보듯이, 언어가 곧 컨셉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전작의 심화편으로서, 언어를 통해 컨셉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지식과 기술을 다루는 이 책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PART 7 ‘말을 만드는 5가지 기술’ 이었다. 이름 바꾸기, 뒤집기, 비유하기, 달리기, 그리고 반대되는 것과 짝짓기라는 다섯 가지 언어 기술은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하는 실전적인 도구로서 내 사고의 폭을 크게 넓혀주었다. 예를 들어, ‘모순 짝짓기’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을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방법인데, 평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던 고정관념을 뒤집고 생각을 전복시키는 데 큰 자극이 되었다. 실제로 ‘빠른 느림’이라는 말처럼 일견 모순된 단어를 조합해 새로운 컨셉을 만드는 과정은 이 책이 그저 읽는 책이 아니라 ‘직접 써보는 책’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 같다.

또한 PART 5에서 소개하는 ‘비저너리 워드를 만드는 4단계’는 미래를 말로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체계화해 보여준다. 백캐스팅 기법은 단순히 미래를 꿈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미래에서 거꾸로 현재를 설계하는 체계적인 방법이다. 책에서는 백캐스팅을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첫 단계는 이상적인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이때 미래 모습은 구체적인 수치나 완성된 형태보다, 가장 바라는 변화와 목표를 언어로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다음으로 현재 상태와 미래 비전 간의 격차를 파악해 도달하지 못한 부분과 장애물을 인식하는데, 이를 통해 현실 진단을 구체화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전략을 도출한다.

마지막으로 실행 계획과 일정표를 만들어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 백캐스팅 과정은 ‘미래에서 출발해 현재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고 실용적이다. 막연한 희망이나 아이디어를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목표로 쪼개어 나가는 힘이 있으며, 언어, 즉 ‘말’을 통해 그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돕는다. 언어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실제 행동을 이끄는 도구로 기능한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나는 언어가 가진 ‘창조적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단어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역사적 사례부터 시작해, ‘나만의 미래 언어’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이 책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실용적인 길을 안내한다. 독자로서, 나 역시 막연했던 생각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말의 무게를 몸소 느꼈다.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고, 나아가 미래를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반복해서 쓰고 고민하며 내 언어를 완성해가는 여정의 동반자다.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컨셉을 설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필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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