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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사 - 소리로 말하고 함께 어울리다
로버트 필립 지음, 이석호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방대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음악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해왔는지를 탁월하게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연대기적으로 음악의 흐름을 짚어줄 뿐아니라 각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음악이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음악이 결코 고립된 예술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과 함께 호흡하며 변화해 온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음악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조예와 이를 대중에게 쉽게 풀어내는 능력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주요 흐름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묵직한 책이 주는 압박도 있지만, 그만큼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어 책을 읽고 난 후의 성취감도 있다. 중세 교회의 그레고리안 성가에서 르네상스 다성 음악의 발전,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와 협주곡의 등장, 고전주의 시대의 교향곡과 소나타의 완성, 낭만주의 시대의 개성 넘치는 음악들, 그리고 20세기 이후 현대 음악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특징적인 음악 형식과 양식, 그리고 대표적인 작곡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음악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음악이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향유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 있어, 음악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오랜 시간 음악의 숲을 거닐며 다양한 나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듯한 친절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롭게 읽었던 역사 이야기다. 첫째는 중세 시대 음악이 교회의 절대적인 영향 아래 발전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 음악은 종교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서 기능했으며, 그레고리안 성가와 같은 단선율 음악이 지배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에 음악의 기록을 위한 '네우마'라는 기보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음악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인류의 첫 시도였으며, 음악이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보법의 등장에 관한 설명 및 왜 그 시대에 그러한 필요가 생겨났는지, 그리고 그것이 음악 발전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음악이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적 산물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
둘째는 바로크 시대 오페라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페라는 당시 귀족 계급의 화려함과 권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대중에게도 확대되며 음악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몬테베르디와 같은 작곡가들이 음악과 드라마를 결합하여 감정 표현의 극대화를 꾀했던 시도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오페라가 공연의 의미 이상으로 당시 사회의 유행과 취향을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 현상이었음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오페라가 노래와 연기의 결합이 아니라, 그 시대의 욕망과 열정이 투영된 거대한 예술 형식임을 이해하게 된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이끈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낭만주의 시대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하며 왈츠라는 장르를 통해 음악을 귀족만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대중도 즐길 수 있는 유쾌한 문화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의 음악적 배경은 빈이라는 도시가 가진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춤곡에 대한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아름답고 경쾌한 멜로디로 수많은 왈츠와 폴카를 작곡하여 '왈츠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슈트라우스 2세의 음악은 단순히 춤을 위한 음악을 넘어, 당시 빈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음악을 통해 예술이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즐거움을 선사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