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멈추기 전에 - 서울대학교병원 뇌신경학자의 뇌졸중을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이승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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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단순한 건강 정보서나 치매 예방을 다룬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며 곧 알게 되었다. 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마모되고 있는 현대인의 뇌를 통찰하고, 삶의 태도까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중년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나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책은 너무도 절실한 안내서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점점 기억력이 흐려지고, 집중력이 짧아지는 내 뇌의 변화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중년 이후의 삶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인지적 건강 역시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시기이다. 특히 나는 지적인 활동을 즐기며 살아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뇌의 지속 가능한 활력을 유지하고 싶은 열망이 컸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실천적인 지혜를 제시해주었다.

현대인의 뇌는 끊임없는 자극과 정보의 과부하 속에서 피로에 지쳐가고 있다. 스마트폰,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뇌를 쉬지 못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생각의 깊이와 감정의 여유를 갉아먹는다. 저자는 이러한 현대인의 뇌 상태를 '지속적 과열'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한다. 생각하지 않고 반응하고, 기억하지 않고 검색하는 뇌. 이대로라면 뇌는 기능 이전에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생각을 되살려야 한다. 삶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책의 첫인상은 절박함이다. 매년 10만 명 이상, 12분에 1명씩 뇌졸중을 겪는 현실. 하지만 그 수많은 경우 중 상당수가, 아주 작은 수고로도 충분히 예방 가능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 비극이 아니다. 오랫동안 방치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심방세동이 천천히 뇌를 조여온 결과다. 평소 관리만 했다면 막을 수 있는 병. 하지만 ‘그때 알았더라면’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미 한 번의 뇌졸중을 겪은 뒤다.




3장은 이 책의 핵심이다. 뇌졸중 예방을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는 0단계, 경고 신호가 시작된 1단계, 혈관 손상이 시작된 2단계, 이미 뇌졸중을 겪은 3단계까지. 각 단계마다 필요한 생활습관 변화, 건강검진 항목, 약물 치료 여부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이 지점에서 책은 단순한 정보서가 아니라 실천서가 된다. 의학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수준에서 구성되어 있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성이다.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예방 전략, 짧고 명료한 실천 지침, 이해를 돕는 표와 요약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무조건 운동해라, 식단 조절해라 하는 식의 모호한 조언이 아니라, 어떤 수치를 유지해야 하고, 어떤 검사를 받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한다. 독자 입장에서 자신의 뇌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어떤 실천을 할 수 있는지 계획하게 만든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뇌는 기계처럼 소모되는 기관이 아니라, 제대로 쉬고 움직여야 살아나는 생명체이다. 기억력 저하나 멍한 느낌은 단순한 노화의 결과가 아니라, 뇌가 과열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를 방치하면 감정의 둔감, 삶의 무기력, 인간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생각하는 뇌’를 다시 작동시켜야 한다. 그 출발점은 멈춤과 성찰이다. 일단 멈추고, 현재 내 뇌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직면해야 한다.

최근 나는 뇌가 전처럼 민첩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는 시기다. 깜박함이 잦아지고, 머리가 무거울 때면 ‘노화’라는 말로 얼버무려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뇌는 늙지 않는다. 연결이 끊길 뿐이다. 잘못된 습관과 방치된 수치들이 내 뇌를 파괴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연결을 다시 이어주는 것이 내가 매일 선택하는 생활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뇌 건강은 생존의 문제다. 이 책은 누구나 필독해야 할 생존 전략서다. 뇌를 잘 다룬다는 것은 단지 병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제대로 사는 방식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삶의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내 몸을 지배하는 뇌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지금 나는 뇌 건강을 기준으로 일상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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