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사고 - 제3의 선택으로 세상을 바꾼 이노베이터들의 생각법
로저 마틴 지음, 범어디자인연구소 옮김 / 유엑스리뷰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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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로저 마틴이 말하는 통합적 사고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태도가 아니다. 핵심은 선택해야 한다는 전제를 의심하고, 두 모델이 각각 성립하는 이유를 분석해 새로운 인과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조직에서 효율과 창의, 안정과 변화, 고객 경험과 비용 절감 같은 충돌이 늘 발생하지만, 통합적 사고자는 어느 한쪽을 희생하지 않고 두 장점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다시 구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해법을 마틴은 제3의 선택이라고 부른다.

통합적 사고자는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변수와 관계를 충분히 이해한 후 구조를 재설계한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택지를 제한하지 않고, 작동 원리를 바꿔 더 나은 구조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판단으로 끝나는 성과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해결 방식이 조직에 남는다. 마틴이 강조하는 성과는 횟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축적되는 조직의 의사결정 역량이다.

이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가 래플리다. 당시 내부 연구소 강화와 외부 기술 도입이라는 상충된 입장이 대립했다. 일반적 결정이라면 한쪽을 선택해 균형을 맞췄겠지만, 래플리는 문제 정의 자체를 다시 봤다. 내부 연구는 지식 축적에 유리하지만 속도가 느렸고, 외부 협력은 속도는 빠르지만 역량이 조직에 남지 않는 구조였다. 그는 연구개발의 목적을 발명에서 최적의 해결 조합 찾기로 재정의하고, 내부 연구소를 외부 기술을 연결하고 검증하는 플랫폼으로 바꾸었다. 두 장점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신제품 개발 속도와 성공률이 함께 올라갔다. 한 번의 성과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방식이 조직에 남았다.

이 사례가 보여주듯, 제3의 선택은 단순히 타협안이 아니다. 기존 선택지의 전제를 바꾸고 구조를 재설계해 새로운 선택지를 만드는 접근이다. 고객 경험과 비용, 온라인 편의성과 매장 경험처럼 충돌하는 조건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으며, 혁신을 아이디어가 아니라 설계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창조적 사고의 세 가지 조건이다. 모순되는 가설을 빨리 정리하지 않고 동시에 붙잡으며 긴장을 유지하는 능력, 머릿속 생각을 구조로 표현하고 외부화해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결합될 수 있도록 하는 모델링 능력, 그리고 완벽한 답을 기다리지 않고 작게 시도하며 배우는 실험 태도다. 통합적 사고는 영감의 순간이 아니라 설계와 검증의 반복 속에서 창의성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이어지는 장에서 마틴은 창조적 리더의 입장을 강조한다. 이들은 조직에 정답을 내려주기보다 스스로 선택을 만들어낼 환경을 설계한다. 구성원에게 더 나은 질문을 요구하고, 실패를 줄이는 것보다 학습 속도를 높이는 시스템을 만든다. 평가 기준도 결과만이 아니라 사고 과정과 가설 설정의 질을 중시하며, 구성원들이 위험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책을 덮고 나면 통합적 사고는 단순히 창의적인 능력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다루는 태도임을 깨닫게 된다. 갈등을 장애물로 보는 순간 선택지는 줄어들지만, 갈등을 설계 재료로 바라보면 선택지는 늘어난다. 실제 업무에서 의견이 부딪힐 때 결론을 서두르지 않고 구조를 살펴보는 순간이 바로 제3의 선택이 살아나는 순간이라는 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의견이 충돌하거나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서로 다른 관점을 동시에 이해하며 구조를 살피는 습관이 생길 것 같다.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고, 두 요소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는 사고 방식으로 시야가 넓어진다. 실패와 갈등도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학습과 설계의 재료로 활용하게 된다. 아이디어에만 의존하기보다 작은 실험과 검증을 통해 해결책을 구체화하며 조직의 역량으로 남기는 사고가 몸에 배이도록 노력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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