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마틴이 말하는 통합적 사고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태도가 아니다. 핵심은 선택해야 한다는 전제를 의심하고, 두 모델이 각각 성립하는 이유를 분석해 새로운 인과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조직에서 효율과 창의, 안정과 변화, 고객 경험과 비용 절감 같은 충돌이 늘 발생하지만, 통합적 사고자는 어느 한쪽을 희생하지 않고 두 장점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다시 구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해법을 마틴은 제3의 선택이라고 부른다.
통합적 사고자는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변수와 관계를 충분히 이해한 후 구조를 재설계한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택지를 제한하지 않고, 작동 원리를 바꿔 더 나은 구조를 만든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판단으로 끝나는 성과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해결 방식이 조직에 남는다. 마틴이 강조하는 성과는 횟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축적되는 조직의 의사결정 역량이다.
이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가 래플리다. 당시 내부 연구소 강화와 외부 기술 도입이라는 상충된 입장이 대립했다. 일반적 결정이라면 한쪽을 선택해 균형을 맞췄겠지만, 래플리는 문제 정의 자체를 다시 봤다. 내부 연구는 지식 축적에 유리하지만 속도가 느렸고, 외부 협력은 속도는 빠르지만 역량이 조직에 남지 않는 구조였다. 그는 연구개발의 목적을 발명에서 최적의 해결 조합 찾기로 재정의하고, 내부 연구소를 외부 기술을 연결하고 검증하는 플랫폼으로 바꾸었다. 두 장점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신제품 개발 속도와 성공률이 함께 올라갔다. 한 번의 성과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방식이 조직에 남았다.
이 사례가 보여주듯, 제3의 선택은 단순히 타협안이 아니다. 기존 선택지의 전제를 바꾸고 구조를 재설계해 새로운 선택지를 만드는 접근이다. 고객 경험과 비용, 온라인 편의성과 매장 경험처럼 충돌하는 조건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으며, 혁신을 아이디어가 아니라 설계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