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며 젤 피곤한 일이 남의 신세한탄 넋두리 들어주는 것이다. 혼불에선 양반은 양반대로 상민은 또 그들대로, 양반 자제들은 자제대로 수많은 넋두리를 내뱉고 있어 읽는 내내 너무 피곤했다. 일제말기 그 중요한 시기에 민족보단 개인의 삶에 대한 욕심들이 이리 많은가 몰랐다. 혼불에서 벗어나게 되어 시원하다.
녹슬은 해방구의 김점분대장과 혼불의 손자며느리 효원에게는 공통점이 여럿있다. 일제말이라는 시대적 배경, 비슷한 나이, 슬하에 아들이 하나라는 점. 하지만 하늘과 땅차이 만큼 벌어지는게 있으니 재산이라고 할까, 돈이라고 할까. 지킬게 많은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일까, 가진게 없어 툴툴 털고 일어나기 쉬운 사람에게 살기 좋은 세상일까.
소설도 결국 이야기책이라 인물들의 이야기가 글의 주가 되야한다. 5권까지 읽었는데 아직 아무러한 이야기의 진행이 없다. 일제시대까지 남아있는 양반 끄트머리들의 넋두리 정도만이 글의 전부네. 모든게 책의 명성에 비해 너무 빈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