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전 국민학교 저학년 때 우리반 급우 중에 인지력이 떨어지는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어린 눈에도 처음 봤을 때 그 아이가 보통 친구들하고는 많이 다르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그 어린 나이에도 평범하게 태어난 것이 고맙다고 느꼈다. 헌데 어느 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우리가 사는 지금이 저 아이의 꿈 속 어딨쯤이 아닐까. 사실은 저 아이만 정상인데 꿈에 저 아이만 빼고 우리가 정상인으로 나오는게 아닐까.나나 내 자식이 그 나마 보통인간으로 태어난게 고마울 따름이다.
세상살며 젤 피곤한 일이 남의 신세한탄 넋두리 들어주는 것이다. 혼불에선 양반은 양반대로 상민은 또 그들대로, 양반 자제들은 자제대로 수많은 넋두리를 내뱉고 있어 읽는 내내 너무 피곤했다. 일제말기 그 중요한 시기에 민족보단 개인의 삶에 대한 욕심들이 이리 많은가 몰랐다. 혼불에서 벗어나게 되어 시원하다.
녹슬은 해방구의 김점분대장과 혼불의 손자며느리 효원에게는 공통점이 여럿있다. 일제말이라는 시대적 배경, 비슷한 나이, 슬하에 아들이 하나라는 점. 하지만 하늘과 땅차이 만큼 벌어지는게 있으니 재산이라고 할까, 돈이라고 할까. 지킬게 많은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일까, 가진게 없어 툴툴 털고 일어나기 쉬운 사람에게 살기 좋은 세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