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워크플로우 - 같은 AI로 다른 성과를 내는 단 하나의 변수
로사장(김다솔)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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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줄 알았다. 분명 빠르고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지만, 들여다보면 맥락 없는 엉뚱한 소리일 때가 많다. 여기 고치면 저기가 어긋나고, 어제 기껏 설명한 배경지식을 오늘 또다시 입력하고 있다. 내 일을 덜어줄 비서를 기대했는데, 정작 AI가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느라 일이 몇 배는 늘어난 기분이다.


문제는 AI의 지능이 아니다. AI와 내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신간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는 이 답답함을 단번에 해결할 명쾌한 시스템을 제시한다. 매번 새로운 지시(프롬프트)를 내리고 결과물을 감시하는 피곤한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내 업무를 알아서 굴려주는 능동적인 '대리인(Agent)'으로 세팅는 방법이다.


책의 핵심은 단발성 대화가 아닌, AI와 나의 맥락을 맞추는 '동기화(SYNC)'에 있다


명확한 목표와 프로젝트화: 매번 채팅창을 열어 배경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대신, 아예 특정 프로젝트의 맥락을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세팅해 일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경험의 자산화: 기록되지 않은 경험은 AI가 꺼내 쓸 수 없다. 나의 판단 기준과 산발적인 자료들을 먼저 구조화하여 스토리로 쌓아두어야 한다.

프로젝트 단위의 위임: 파편화된 지시 대신 업무 전체의 맥락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어 에이전트에게 넘겨야 작업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통제와 판단(THINK): AI가 순식간에 기획안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그 결과물이 놓인 맥락을 검토하고 제대로 이해했는지 판단하는 인간의 역할(THINK)이 가장 중요해진다.



이 시스템의 진가는 거창한 비즈니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인 창업이나 프리랜서처럼 다방면의 실무를 챙길 때는 물론이고, 매달 여러 개의 독서 모임을 기획해 발제문을 취합하는 일이나 수많은 리뷰를 뒤져가며 가족 여행 코스를 짜는 일상적인 리서치까지 모두 에이전트(AI)에게 위임할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매번 신경 써야 하는 이메일 작성이나 방대한 자료 요약 같은 잡무를 통째로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은 내 취향과 업무 방식을 학습한 에이전트에게 맡겨두자. 그렇게 번 여유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하거나, 푹 쉬면서 일상의 에너지를 채우는 데 쓰면 그만이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쫓아가느라 지쳤다면, 이제는 내 방식대로 AI를 세팅하고 제대로 부려볼 차례다. 당장 오늘부터 나만의 든든한 에이전트를 고용해 복잡한 '할 일 리스트'를 통째로 맡겨보고 싶게 만드는 가장 똑똑한 AI 활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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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욕 - K-콘텐츠로 한국 욕 새로 보기
홍수경 지음 / 이응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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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욕, 그 안에는 왜 그토록 수치스러운 성적 코드가 많을까?" 🤬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씨발', '좆', '개새끼', '씹새끼' 등의 욕을 가만히 뜯어보면 상대방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니미', '젠장' 같은 욕은 패륜적인 의미를 짙게 담고 있어 차마 그 원래 의미를 이곳에 쓰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도대체 왜 욕에는 이런 코드가 들어가는 걸까? 

아마도 인간의 가장 예민하고 내밀한 부분을 건드려, 상대에게 최대치의 모욕감과 정신적 타격을 주려는 악의적인 목적 때문일 것이다.


이런 오랜 의문에 참신한 시선을 던져준 책을 만났다. 

2026년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이응 출판사에서 출간된 홍수경 저자의 《NEW 욕: K-콘텐츠로 한국 욕 새로 보기》다. 📖✨


이 책은 단순히 나쁜 말만 모아놓은 사전이 아니다. 세계를 사로잡은 100편이 넘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 명대사 속에 등장하는 욕을 통해, 그 안에 응축된 폭넓은 감정과 한국인의 욕망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불만감을 드러내는 욕부터 모욕감을 주는 욕, 나아가 혐오감을 표출하는 욕까지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K-콘텐츠와 엮어 재치 있게 보여준다. 대중문화를 꿰뚫는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말맛'을 제대로 살린 찰진 대사들만 쏙쏙 골라낸 점이 눈에 띄는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씁쓸하고 심히 불쾌했던 부분도 있었다. 바로 '아줌마'라는 단어다. 어쩌다 비속어도 아닌 멀쩡한 일반 명사가 어느새 나이 든 여성을 깎아내리고 모욕하는 흉한 단어로 변질되어 버렸을까. 당당한 한 명의 '아줌마'로서 참 어이없고 속상한 현실이다. 🤦‍♀


시대가 변한 만큼, 남에게 불쾌한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패륜적인 의미를 담은 과거의 추접스러운 욕은 이제 과감히 벗어던지는 게 어떨까. 대신 시사적인 내용과 유머를 곁들인 '창의적이고 신박한 욕'을 새롭게 만들어 사용해 보는 거다. 😂


예전에 한 라디오 프로에서 들었던 기가 막힌 창의적 모욕들이 생각난다.

"각막에 피어싱 한 번 해볼래?" 👀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전복 한 번 캐볼래?" ☢

"피그미족 마을 축제 날 벌거벗고 된장 한 번 발라 볼래?" 🛖

“감자밭에 묻어줄 테니께 쑥쑥 한 번 자라볼래?" 🥔


어떤가?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묘하게 웃음이 터지는, 얼마나 창의적인 모욕인가. 욕에도 이제 이런 시사적이고 유머적인 요소를 찰지게 넣어보면 좋겠다. 🤣


욕이라는 독특한 렌즈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채로운 정서와 한국어의 이면을 들여다본 시간이었다. 굳이 이 책을 찾아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만큼 대단한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더러운 욕의 진짜 의미를 한 번쯤 돌아보게 해주었다. 앞으로는 상처만 남는 뻔한 욕 대신, 좀 더 유쾌하고 창의적인 '말맛'으로 속 시원하게 내 감정을 표현해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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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 기업가, 예언자, 감독 그리고 왕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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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로 인류 문명의 수수께끼를 풀었던 90세의 노학자가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왜 하필 ‘리더십’이었을까?” 🤔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7년 만의 신작 『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저자의 나이가 아흔을 앞두고 있어 어쩌면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장 한 장 더욱 소중하게 넘겨보게 되었다.


이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성공하는 리더의 뻔한 공식'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정치(왕), 비즈니스(기업가), 스포츠(감독), 종교(예언자)라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네 가지 핵심 영역을 가로지르며 묵직하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역사를 바꾼 건 리더 개인의 탁월함인가, 그저 기막힌 타이밍이었는가? 나아가 과연 우리에게 한 명의 '위대한 리더'란 정말 필요한 존재인가?"


이 묵직한 질문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세 가지 핵심 포인트로 다음과 같다.


1. 햄릿 테스트: "그 사람이 아니었어도 역사는 같았을까?"

셰익스피어가 아니었다면 다른 누군가가 햄릿을 썼을까? 저자는 리더의 '대체 불가능성'을 판별하기 위해 이 사고 실험을 제안한다.

그 결과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같은 세상을 바꾼 스타 CEO들도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비록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들이 아니었어도 시대의 흐름상 누군가는 결국 비슷한 기술적 혁신을 이뤄냈을 거라는 저자의 분석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물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자신만의 독특한 흔적을 남긴 천재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 진정한 차이를 만드는 두 가지 핵심 조건

타이밍 (적절한 시기와 장소): 아무리 뛰어난 역량과 카리스마를 가졌어도 시대적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다.

재량권 (제약 없는 권력): 리더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의 크기다. 통계 분석에 따르면, 권한이 제한된 민주적 리더보다 제약이 없는 독재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국가 경제에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3. 햄릿 테스트를 통과한 '단 하나의 완벽한 리더'

저자가 꼽은 대체 불가능한 리더는 바로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다.

가장 가난했던 신생 독립국에 '다이아몬드 발견'이라는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을 때, 이를 부족의 사유재산으로 두지 않고 국가 자산으로 돌렸다. 그가 아니었다면 보츠와나는 흔한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내전과 빈곤에 시달렸을 거라며, 진정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리더십으로 극찬한다.


솔직한 감상평을 덧붙이자면, 인류 문명 전체를 다루었던 전작 『총, 균, 쇠』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충격에 비하면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총균쇠가 워낙 넘사벽의 명저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깊은 여운이 남았다. 평생을 지리와 환경이라는 ‘거대한 구조’로 인류의 운명을 설명했던 학자가,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인간의 의지와 결단’이라는 미시적인 영역으로 시선을 돌린 이유를 곱씹어보게 되기 때문이다.


거대한 역사의 파도 속에서도 결국 방향을 트는 건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난 ‘한 사람의 결단’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90세의 거장이 우리에게 꼭 남기고 싶었던 마지막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위대한 리더의 필수 조건이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고 하니, 내 인생의 기막힌 타이밍은 아직 안 온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제 불쑥 찾아올지 모를 그 완벽한 타이밍을 매의 눈으로 노려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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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 문명을 이끈 5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신무연 지음, 정기문 감수 / 다산초당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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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의 질소로 인류의 식량난을 구원한 '기적의 기술'이, 불과 몇 년 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전장의 폭탄과 아우슈비츠의 가스실로 변모했다면 ?


세상을 구원한 발명품이 동시에 끔찍한 파괴의 무기가 되는 뼈아픈 역사의 아이러니!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도구'들 이면에는 언제나 세상을 지배하려는 권력의 핏빛 암투가 숨어 있었다.


현직 변리사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친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는 기원전 40만 년 전 불과 뼛조각의 발견부터 현대의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을 이끈 50가지 발명품이 어떻게 세상의 '권력 지도'를 뒤바꾸었는지 흥미진진하게 추적한다.


💡 [이 책의 흥미로운 핵심 포인트]

⚔️ 역사를 뒤바꾼 '문명의 대역전'

1400년대만 해도 종이, 화약, 나침반, 인쇄술 등 세상을 바꿀 굵직한 발명품은 모두 동양의 차지였다. 하지만 불과 300년 뒤 상황은 완전히 뒤집힌다. 서양은 이 도구들로 바다를 건너 세계를 연결했고, 동양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갔다. 도구는 같았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역사의 승패를 갈랐다는 사실! 단순한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그것을 엮어내는 방식이 권력이 됨을 뼈저리게 보여준다. ⛵️🌍


🎭 발명품의 두 얼굴: 창조와 파괴

도구는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 인쇄기: 종교개혁과 지식의 해방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끔찍한 '마녀사냥' 매뉴얼을 유럽 전역에 퍼뜨렸다. 🧙‍♀️

✔️ 라디오: 루스벨트는 라디오로 미국인들을 안심시키며 민주주의를 구했지만, 히틀러는 같은 기술로 광기의 파시즘을 세뇌시켰다. 📻

✔️ 쟁기: 인류에게 풍요를 주었지만, 땅을 '사유재산'으로 바꾸며 계급과 불평등을 탄생시켰다. 🌱


결국 저자가 이 40만 년의 거대한 발명사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도구 그 자체의 선악이나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누가 그 도구를 쥘 것인가?"라는 것이다.


과거의 도구는 인간의 손과 발을 대신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인공지능(AI)'은 인간의 뇌를 대신하고, 나아가 스스로 발명의 과정에 뛰어들고 있다. 저자의 섬뜩하고도 날카로운 통찰처럼, 인간이 언제까지 도구를 '쥐는 자'의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없다.


매일 새로운 기술 특허가 쏟아지는 기술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변리사'의 시선으로 쓰여서인지, 과거의 역사를 읽고 있는데도 마치 다가올 미래의 경제와 권력 지도를 미리 훔쳐보는 듯한 짜릿함이 있었다.


반도체 패권 경쟁과 AI 혁명으로 요동치는 지금,

누가 기술을 쥐고 누가 그 길목을 차지할 것인가!


세상이 돌아가는 판을 읽고 다가올 미래의 부와 권력의 향방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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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이콘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6
이서현 지음 / 비룡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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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투표

내가 김두리라면?

1.나가 죽는다.

2.그냥 산다.


내 목숨을 두고 투표까지 벌이다니.


어느 날 교실 칠판에 적힌 끔찍한 문장. 인형 같은 외모로 톱 아역배우 자리를 지키다 하루아침에 전 국민이 다 아는 '역변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주인공 '김두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대본도 없고 '컷'도 없는 진짜 현실에서 끝없이 추락하던 두리는 홧김에 이 자살 투표를 자신의 SNS에 찍어 올리게 되고, 대중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미친 듯이 굴러가기 시작한다.


ㄴ역변의 아이콘, 얼굴만큼 성격도 지랄 맞음.

ㄴ나 같아도 못 참음. 얼굴 좀 못생겨졌다고 죽는 게 말이 됨?


악플과 선플이 뒤섞인 댓글들, 누군가가 덧씌운 끔찍한 이미지라는 감옥에 갇혀 질식할 것 같던 두리는 '초록 심리 상담소'의 이시대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과연 두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수면 위로 드러난 과거와 함께 터진 충격적인 기사는 두리와 상담소의 운명을 어디로 끌고 갈까?


무엇보다 이 책이 선사하는 미친 몰입감은 두리의 상담 선생님, '시대'의 놀라운 반전에서 온다. 평범한 사람도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냐는 질문에 시대는 이렇게 답한다.


"그걸 내가 왜 보여 줘야 합니까? 이 나이까지 다른 사람한테 내가 어떤 인간인지 증명하려 애쓰고 있다면 그건 본받을 만한 게 아니라 슬픈 일이다."


와, 진짜 이 대목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쿨하다 못해 '미친 할망구'라는 소리까지 듣지만, 남의 시선 따위 가볍게 무시하고 "뭐라 하건 내 쪼대로 살겠다"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시대 캐릭터에 완전 반해버렸다.


이렇게 타인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시대와 대비되어, 평생 대중의 평가에 갇혀 살았던 두리의 상처는 다음 문장에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나를 좋아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기분이 어떤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 역시 너무 잘 알고 있다. 절실한 노력이 비웃음으로 돌아왔을 때, 한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일이 얼마나 끔찍하게 변질되는지도 알고 있다."


타인의 평가에 날것 그대로 내던져져 본 사람만이 아는 저 짙은 절망감.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시대 선생님의 모래시계 속 모래가 저항도 못 하고 쪼르르 흘러내리면서도 결국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가듯, 두리 역시 시대 선생님의 매니저가 되어가는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두려움을 뚫고 자신만의 단단한 내면을 쌓아 올린다.


이서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분명하게 말한다.

"누가 뭐라 하건, 어떤 형태건, 진짜 네 모습은 사라지지 않는 거야."


평가가 미덕이 된 세상에서, 변명이나 설득 없이 그저 '나'로 존재해도 괜찮다는 이 다정하고 위트 넘치는 위로가 참 좋았다. 지금 누군가의 시선에 갇혀 숨 막히는 기분이라면, 이 책이 흔들리는 마음을 아주 단단하게 붙잡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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