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듀올로지 특별 합본판)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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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는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이 믿는 게 더 중요하지."


소설 속 이 서늘한 대사가 책을 덮은 후에도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이 "엄마, 나 책 한 권 사줘. 요즘 아이들한테 제일 화제야"라며 사달라고 했던 책. 꽤나 폭룡적인 제목에 '정말 초등학생이 읽어도 되는 걸까?' 흠칫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게 바로 이꽃님 작가의 베스트셀러 『죽이고 싶은 아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


이 이야기는 단짝 친구 서은이가 학교 건물 뒤편에서 벽돌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되고, 가장 친했던 주연이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시작된다. 소설은 주연과 서은을 둘러싼 동급생, 교사, 동네 주민 등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릴레이로 전개되는데, 사람들은 각자의 이기심과 편견, 입맛에 맞춰 엇갈린 증언들을 쏟아내고,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연이를 순식간에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확정 지어버린다.


4년 전, 1권을 처음 읽었을 때는 사실 '그래서 벽돌을 떨어뜨린 진범이 대체 누군데?'라는 추리에만 온통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물론 1권을 다 읽고 나서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쉽게 재단하고 단정 짓는지' 뼈저리게 느끼긴 했지만, 진범이 명확히 단죄받지 않은 듯한 시원찮은 결말에 뒤가 자꾸 켕기는 찝찝함이 더 컸다. (실제로 한 청소년 독자의 "작가는 등장인물을 책임져야 한다고 하셨는데, 주인공 주연이에게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뼈 때리는 질문 덕에 작가님이 2권 출간을 결심하셨다고 하니, 참으로 고마운 청소년이다!)


드디어 진범의 최후를 확인할 수 있겠다는 떨림을 안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2권의 기억 또한 잊을 수 없다. 그렇게 각기 다른 시기에 책을 애태우며 읽었던 독자로서, 이 두 권의 이야기가 끊김 없이 하나로 묶인 이번 '듀올로지 특별 합본(양장)'의 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1, 2권을 한 호흡에 이어 읽다 보니 비로소 깨닫게 됐다. 난 이 책을 그동안 단순한 심리 미스터리로만 생각했구나. 정작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진짜 메시지가 그제야 묵직하게 다가왔다.


대중의 편견과 감정에 맞춰 진실이 조작되고 소비되는 현실, 미디어와 여론이 곧 정의로 둔갑해 버리는 현대 사회의 폭력성을 너무나도 예리하게 담아낸 수작이었음을. 단지 '실수'였다며 뻔뻔하게 빠져나가는 진범의 모습과, 법적으로 누명을 벗고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주연이 가족의 처절한 회복 과정을 보며 진짜 '진실의 무게'가 무엇인지 묻게 된다.


이번 특별판에서 가장 반가웠던 건 단연 초판 한정 부록인 '죽이고 싶은 아이 코멘터리북'이다. 🎁

표지 디자인의 탄생 비화부터, 매일 쏟아지는 가짜 뉴스 속에서 '진실조차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고 이 불편한 이야기를 기어코 완성해 낸 작가님의 특별 인터뷰까지. 그동안 독자로서 품고 있던 온갖 궁금증들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알찬 선물이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누군가를 향해 쉽게 돌을 던지기 전, 우리 안의 확증 편향을 짚어내기 위해 반드시 한 번쯤 마주해야 할 묵직한 거울 같은 소설이다.


출간된 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이야기가 던지는 서늘한 메시지는 가짜 뉴스와 마녀사냥이 난무하는 지금 우리 사회에 더욱 날카롭게 와닿는다. 예전에 1, 2권을 이미 만나봤던 독자라도, 온전한 하나의 서사로 묵직하게 완성된 이번 합본호를 통해 이 책이 주는 충격과 깊은 여운을 다시 한번 경험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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