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강 캐트린 댄스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막을 찢을 듯 요란한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탄내는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전해졌다. 어느새 비명은 울부짖음으로 바뀌었고 수많은 인파들이 비상구로 몰려들었다. 막무가내로 밀어내고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사람들은 넘어지고 밟히고 몸뚱이는 뒤엉켜 목이 꺾이고 팔이 떨어져 나가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곳은 광기에 물든 사람들로 일순간 공포의 현장이 되었다.


밀실에 갇힌 군중이 공포에 잠식당하는 순간, 누군가는 구경을 하고 누군가는 환희를 느낀다.

군중을 고립시키고 공포심을 불어넣어 서로 죽이게 하는 살인, 참사의 현장을 사고파는 다크웹을 추적하는 스릴러 소설 『고독한 강』 이다.


"이상한 사건입니다. 실제로 불이 난 건 아니었거든요."

실제로 불이 나지 않았던 공연장, 불이 났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패닉에 빠지고 비상구 쪽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비상구 앞에 큰 트럭이 막고 있어 빠져나갈 수 없었고 비상구 앞에 있던 사람들은 밀려드는 사람들에 의해 온몸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비명과 광기로 물든 그곳을 보며 악마의 미소를 짓던 한 사람. 참사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의도적인 범행이었을까요? 사람들을 그렇게 압사시키다니"

"생각만 해도 소름 돋네요."


타인의 몸짓언어에서 거짓말을 읽어내는 동작학 전문가 여성 형사 캐트린 댄스는 계속되는 대형 참사에 의문을 품게 되고, 군중의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서로를 죽이게 만드는 살인자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며 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참사 현장의 영상이 고스란히 인터넷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은 실제 죽음과 부상의 순간들을 주문하고 사고팔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한동안 우리나라를 충격에 빠트렸던 N번방 사건이 생각났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아동들에게 가학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게 저질렀던 사람들, 그 추악한 실체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소비하며 희열을 느끼는 악마 같은 그들을 보며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는데, 그보다 잔인한 건 서로 경쟁하듯 보도됐던 n번방 사건은 그 후 더 많은 n번방을 만들어내며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게 되었고, 더 많은 어린 피해자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참사 현장에 가면 주변을 잘 살펴보세요. 시신이나 부상자를 빤히 보는 구경꾼이 있을 겁니다.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 "

당신도 '공급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SNS를 타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거짓 정보와 자극적인 뉴스를 보며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절대 벗어날 수 없고, 결국 공포에 굴복하게 되리라는, 나방의 날갯짓처럼 가벼운 암시로도 충분히 세상을 어지럽힐 수 있다. _본문 내용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 내 방에서 우주 끝까지, 세상의 온갖 법칙과 현상을 찾아서
브라이언 크레그.애덤 댄트 지음, 이종필 옮김 / 김영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생김을 담당하던 이정재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에서 긴 혀로 달고나를 열심히 핥던 장면은 꽤나 충격이었다. 온 정성을 다해 혀를 놀리던 그는 어떡해서든 달고나를 부서뜨리지 않고 틀 모양 그대로 떼어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


달고나가 잘 깨지는 이유는 녹은 설탕에 소량의 중탄산나트륨(베이킹소다)를 넣어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공기주머니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혀로 표면을 녹이면서 최대한 홈을 좁혀야 실패 없이 떼어낼 수 있다. 여기에는 '응력 집중'이라는 물리현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줄다리기 게임에는 뉴턴의 운동 3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는 정지 순간 중심을 잡으려 흔들리는 '관성의 법칙'이, 탄성과 소성의 원리를 알면 백전백승할 수 있는 딱지치기 등 오징어 게임 속 놀이에는 과학의 원리가 숨어있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경험하는 모든 순간에 숨어 있는 514개의 법칙과 현상.

물리학부터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까지 과학의 거의 모든 핵심 용어를 단 한 권에 담은 그림 과학사전.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이다.


책은 부엌, 집, 정원, 병원, 거리, 지구, 태양계 등 일상에서부터 우주까지 그 속에 숨어있는 과학의 법칙과 현상을 유쾌한 그림과 함께 아주 흥미롭게 알려준다. 처음 그림 스타일이 조금은 기괴하고 난해하게 느껴져 쉽게 손이 가질 않았는데 그림 속 캐릭터들의 행동과 묘사된 개체들의 특징들은 그만의 법칙과 현상을 담고 있었다. 조각별로 나눠 법칙과 현상들을 풀어냈을 땐 일러스트 작가의 기발한 표현에 다시 한번 웃게 된다. 거기에 그림 속에 숨어있는 13명의 과학자를 찾는 재미도 솔솔 한데... 얼굴을 아는 과학자가 거의 없어서 ^^; 그나마 폭탄머리 아인슈타인은 바로 찾을 수 있었다는 ㅋㅋㅋ (역시 트레이드마크가 있어야 함이야)


그리고 슈뢰딩거의 고양이, 보일의 법칙, 샤를의 법칙, 파스칼의 원리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칙뿐만 아니라 소란스러운 파티 현장에서도 개개인의 대화를 잘 이어갈 수 있는 '칵테일파티 효과', 임신한 설치류가 낯선 수컷의 냄새에 노출되면 유산되는 '브루스 효과', 욕조 위 오리들이 몰려 떠다니는 '치리오스 효과'등 우리에게 생소한 법칙과 현상들이 다수 담겨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 우주의 탄생부터 인간 의식의 출현까지
박문호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46억 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단을 촬영한 이후 135억 년 전 은하단을 발견하며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한 우주에 3억 년 후 은하단이라니 정말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은 사라졌을지도 모를 135억 년 전 은하단을 우린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인간의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빅뱅 순간부터 생명의 출현까지 관측하고 증명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보여주는 경이로운 우주의 모습을 보며 우주의 탄생과 아직까지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알려진 행성 지구, 그리고 미래 태양계의 운명까지 더욱 궁금하고 알아가고 싶어진다.


빅뱅에서 인간의 가상 세계의 출현까지, 한 권으로 읽는 138억 년 우주의 역사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이다.


이 책은 우주에서 인간의 상징에 이르는 과정을 우주, 지구, 생명, 인간의 네 단계로 설명한다. 우주편에서는 빅뱅에서 태초의 별이 만들어지고 태양계와 행성 지구가 탄생하는 과정을, 지구편에서는 대륙이동, 고생대부터 신생대까지 생명의 진화 과정을, 생명편에서는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 척추동물의 진화와 포유류의 탄생 과정을, 인간편에서는 인간의 감정, 의식, 언어 출현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지구 전체 생태계를 전자, 광자, 양성자의 상호작용의 관점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어려웠지만 읽는 내내 신기하고 무척 흥미로웠다. 하지만 빅뱅에서 인간의 출현까지 그 엄청난 시간 속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기에 생물학, 화학, 물리학, 지구학, 뇌과학, 지질학 등 자연과학 전체 분야의 지식을 담고 있어 전공자나 관련 지식인이 아니라며 따라가기 어려웠고 상당한 집중이 필요한 독서였다.


저자도 독자의 반응을 예감했었던지 책에서 언급되는 용어나 이야기가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며, 용어나 개념은 반복해서 읽고 쓰면 점차 쉬워질 거라 말한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참 나에게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이야기였다. 만약 내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이 책 읽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백과사전처럼 꼭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건 틀림없는 거 같다. (거실 책꽂이에 코스모스와 함께 나란히 진열해놨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머니로드 - 돈의 흐름을 바꾼 부의 천재들
장수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골 장사꾼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서울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주막집을 베이스캠프 삼아 며칠간 묵으며 납품업자들을 만나러 돌아다녔는데, 서울 사정을 잘 몰랐던 지방 장사꾼들은 매번 실패를 거듭한다. 그 모습을 보고 술을 팔며 시전 상인과 잘 알고 지내던 주막집 주인은 지역 장사꾼과 서울 상인을 연결해 준다. 한마디로 유통의 숨통을 틔워주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그 대가로 일정 수수료를 받으며 자본을 쌓아가던 주막집은 커다란 창고를 지어 물건 보관 수수료까지 받는다. 그리고 급전을 유통해 주고 이자를 받는 금융업까지 손을 뻗으며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되는데...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주막집은 그렇게 거대 환전 객주로 성장한다. 마치 지금의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말이다.


돈을 벌고 싶으면 부자의 역사를 읽어라!

조선판 '부의 천재'들이 들려주는 돈과 권력의 역사 『조선의 머니로드』 이다.


7년 전쟁이라 불린 임진왜란은 조선의 승리로 끝났지만 전 국토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군인들 또한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했는데, 흥미롭게도 그들은 탁월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고 있었다. 훈련도감이 처음 벌인 사업은 '서적 출판'이었다. 전쟁 후에 농사지을 땅을 잃은 백성들은 뿔뿔이 흩어졌는데, 아주 그냥 고상하신 양반들은 책 읽기에 여념이 없었고 서적 수요 또한 폭발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무기를 만드는 군수 공장을 활용하여 화폐 주조까지 했는데, 상평통보를 전국적으로 유통한 것도 군대였다. 그들은 땅까지 사들이며 엄청난 재력을 모으는데, 그들의 엄청난 무력과 재력은 왕권에도 큰 위협이 됐다. 이에 정조는 서울 군영의 재정력을 서서히 와해시키기 위해 수원 화성을 건설한다.


이외에도 책에는 화폐를 독점하고 수익을 올린 악덕 자본가 놀부의 투자 포트폴리오, 홍삼으로 동아시아를 지배했던 개성상인, 국제무역으로 번 막대한 부를 사치로 탕진한 세도가까지, 조선 경제를 주름잡았던 그들의 흥망성쇠와 부의 흐름을 바꾼 거상들의 성공적인 전략을 꽤나 흥미롭게 담아낸다.


S&P 글로벌 금융 문맹률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 문맹률은 33%로 나타났다. 나 또한 금융 문맹인에 가깝기에 나름 금융 공부에 관심을 가지지만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특히 젊은 층과 고령층의 금융 이해도가 평균보다 낮아 사회 문제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며, 불법 대출 피해와 금융 사기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학교나 가정 내에서도 금융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말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이 포함되어 있어 어릴 때부터 저축 습관과 돈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교육 과정 도입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례하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이지만 예의를 갖춰 입구에서 인사를 한다. 홀로 살다 죽은 사람의 집에는 아무도 없지만 '이번에는 어떤 삶을 사신 분일까?"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저자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15년 전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서 유품정리 일을 배워, 국내 최초로 사업을 시작한 저자는 죽음 뒤 고인이 남기고 간 삶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죽음의 현장은 늘 울음소리와 비통함이 서려있어 현장의 삶이 그에게도 때론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물건들을 보며 고인과의 추억에 울고 웃는 유족들의 모습에 자신의 삶의 방식도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죽으면, 내가 쓰던 물건은 어떻게 될까?"

대부분 유족이 유품을 정리할 거라 생각하지만, 마음이 너무 슬프고 아파서, 혹은 상속분쟁으로 유품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럴 땐 유품정리사가 고인의 물건을 정리하는데, 저자는 단순히 물건을 치운다는 생각보다 '주인과 함께 천국으로 이사를 보낸다'라는 마음으로 물건을 정리하고, 슬픔과 상실에 빠진 유가족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가슴 아픈 사연과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 엔딩산업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죽음에 관한 여러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사연에 집중하기 보다 삶과 죽음에 대한 풍경과 성찰, 그리고 남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조금은 색달랐던거 같다. 그중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 자신의 유품정리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참 마음이 아팠다. 노인인구 증가, 고령사회, 전체 인구 중 32%가 1인 가구인 지금, 청년 고독사 또한 날로 증가하며 외로운 죽음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그들이 슬픈 죽음을 맞이하지 않게 사회적 예방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