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 유품정리사의 일
김석중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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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하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이지만 예의를 갖춰 입구에서 인사를 한다. 홀로 살다 죽은 사람의 집에는 아무도 없지만 '이번에는 어떤 삶을 사신 분일까?"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저자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15년 전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서 유품정리 일을 배워, 국내 최초로 사업을 시작한 저자는 죽음 뒤 고인이 남기고 간 삶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죽음의 현장은 늘 울음소리와 비통함이 서려있어 현장의 삶이 그에게도 때론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물건들을 보며 고인과의 추억에 울고 웃는 유족들의 모습에 자신의 삶의 방식도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죽으면, 내가 쓰던 물건은 어떻게 될까?"

대부분 유족이 유품을 정리할 거라 생각하지만, 마음이 너무 슬프고 아파서, 혹은 상속분쟁으로 유품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럴 땐 유품정리사가 고인의 물건을 정리하는데, 저자는 단순히 물건을 치운다는 생각보다 '주인과 함께 천국으로 이사를 보낸다'라는 마음으로 물건을 정리하고, 슬픔과 상실에 빠진 유가족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가슴 아픈 사연과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 엔딩산업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죽음에 관한 여러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사연에 집중하기 보다 삶과 죽음에 대한 풍경과 성찰, 그리고 남은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조금은 색달랐던거 같다. 그중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 자신의 유품정리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참 마음이 아팠다. 노인인구 증가, 고령사회, 전체 인구 중 32%가 1인 가구인 지금, 청년 고독사 또한 날로 증가하며 외로운 죽음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그들이 슬픈 죽음을 맞이하지 않게 사회적 예방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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