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정리한 6,000년 인류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만들어진 역사다. 그것도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세밀하게 가공된 인위적인 생산품. 승자 중심의 역사는 기록되는 순간 이미 왜곡된다.

승자 중심의 편향된 세계사의 틀을 무너뜨린 균형감 있는 해설. 이보다 만만하고 신박하게 정리된 세계가는 없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워낙 흥미롭게 읽어서일까. 박영규 역사 저술가의 세계사 책이라 더욱 기대가 됐다. 아니나 다를까 세계 4대 문명부터 21세기 지식시대에 이르는 6,000년 인류사를 세상 깔끔 신박하게 정리해 주셨다. 워낙 방대한 스토리다 보니 깊이 있는 역사 이야기는 아니지만 세계사에 가장 의미 있는 이야기와 꼭 알고 있어야 할 역사 이야기를 시대 흐름에 맞춰 명확하게 집어준다. 그동안 세계사는 중국사와 유럽사 위주였다. 저자는 그런 편향적 세계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유럽, 중동, 인도, 중국의 역사와 그 주변의 역사까지 균형 있게 담아내려 한다.

 

농업의 시작과 함께 태동한 BC 8000년경, 인류 최초의 문명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 그리고 인류가 농업을 주요 생존 수단으로 삼은 후 인류 역사에 국가가 등장하며 가장 강력한 국가가 주변 모든 영토를 장악하기 이르렀고, 이는 곧 대제국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중동에서 가장 먼저 출현한 대제국, 진을 시작으로 한, 수, 당, 송, 원의 중국, 고조선에서 삼국시대와 남북국시대를 거쳐 고려에 이르는 한국사, 야요이시대를 시작으로 가무쿠라 막부시대에 이르는 일본의 역사 등 대제국은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격동의 세계사를 기록한다.

 

특히 책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볼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이집트 문명과 로마제국의 이야기는 다시 읽어봐도 흥미로웠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종교적 갈등과 내란은 여전히 아프고 답답하게 다가온다. 형제간의 피 터지는 계승권 전쟁, 더 많은 영토와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한 잔혹한 지배와 전쟁, 전쟁, 전쟁... 역사 속 갈등과 전쟁의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만다. 하지만 유럽을 시작으로 문화 혁신 운동이 일어나고 산업혁명과 미국의 독립, 프랑스 대혁명으로 서양 세계에 큰 변혁을 일으키며 공업시대의 전환, 민주주의국가가 성립된다.

 

리뷰로 다 남기기엔 글자 수가 모자랄 거 같아 이쯤에서 끝내고 ^^;

 

동서양 최초의 대제국과 중국의 황조들, 지중해의 지배자 로마부터 비잔티움제국 1,000년, 다시 일어난 중동과 인도의 대제국, 이슬람왕조, 동서양의 대격변기에서 제국주의 시대, 세계대전, 냉전시대 그리고 21세기 지식시대 , 한국사까지 핵심적인 인물들과 결정적인 사건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있어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좋은 세계사 입문서가 될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로 보는 소피의 세계 1 - 소크라테스에서 갈릴레오까지의 철학 만화로 보는 소피의 세계 1
뱅상 자뷔스 지음, 니코비 그림, 양영란 옮김, 요슈타인 가아더 원작 / 김영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는 누구니?
세상은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어느 날 의문의 편지를 받게 된 소피는 하나씩 던져지는 물음에 당황하지만 점점 그 물음에 깊이 있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치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듯 신화의 세계부터 고대 그리스,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철학자들을 만나며 철학적 탐구를 하기 시작하는데...

 

철학 소설의 고전 『소피의 세계』를 유쾌하게 만화로 각색한, 소크라테스에서 갈릴레오까지의 철학이야기이다.

 

역시 만화로 만나는 철학은 늘 머리를 무겁게 만드는 철학 이야기를 한결 편하고 재미있게 이끌어준다. 하나의 형태가 소멸되면 원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시 조합하여 또 다른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원자설을 주장한 데모크리토스, 자연현상보다 인간과 인간의 삶에 관심을 둔 소크라테스, 철학자들이 통치하는 국가를 꿈꾼 플라톤, 오로지 이성 덕분에 사유한다는 플라톤과 반대로 오감을 통해 비로소 사유한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국경이 사라지면서 종교적?철학적?과학적 개념들이 뒤섞이며 인생관에 의심과 불확실성의 씨앗을 뿌리는 계기가 된다.

 

10대 소녀 소피는 수많은 철학자들을 만나며 자연,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고 자신을 변화시킬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고 변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책은 자신이 누구인지 그를 둘러싼 세계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큰 과정을 소피와 의문의 철학 선생님의 편지와 대화를 통해 우리를 철학의 세계로 이끌며 사유하게 만든다.

 

그래서 난 누구이고?
이 세계는 무엇인가?
일단 이 책 한 권으로는 아직 모르겠다.
여전히 철학은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 피터에서 피터 2.0으로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2년 후 죽는다.
하지만 나는 거부한다.
또한 산송장이 되어 '연명'하는 것도 거부한다.

"아무래도 내 몸의 일부를 기계로 만들어내야 할거 같다."

루게릭병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남자, 그는 스스로 기계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것은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다. 실화다!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은 서서히 죽어가는 불치병을 선고받고 공포에 덜덜 떨기보다 오히려 기뻐한다. 자기 몸을 실험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처럼 죽어가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번영'을 누릴 방법을 찾아 나서 길 시작한다.

 

MND(루게릭병)은 치료법이 없어 걸리면 죽는다는 것이 의학계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피터 박사는 그런 '암묵적 규칙'에 반격하며 의료 문제가 아닌 공학적 해법으로 다룰 것을 결심한다. 바로 자신의 몸에 배관을 다시 깔자고 제안한 것이다. 위에 음식과 물을 공급하는 관인 '인풋', 방광에서 소변을 내보내는 관인 '아웃풋 1', 그리고 결장에서 대변을 내보내는 관인 '아웃풋 2'를 자신의 몸에 설치하는 '배관 공사'를 위해 그는 수술대에 오른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피터2.0'은 학습을 계속하며 점점 피터 박사처럼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인류 최초로 완전한 사이보그가 되려 했던 그는 자신의 일부는 로봇이 될 거지만 그것도 진짜 자신이라 말했다. 온몸이 마비되지만 뇌는 멀쩡히 작동하는 사이보그. 평소처럼 수다 떨고 웃고 농담하고 인상을 쓰는 인격체가 아바타로 존재하며 살아있는 존재. 그는 자신이 죽는 게 아니라 변신하는 거라 말한다. 인간으로서는 죽어가지만 사이보그로 살아가는 또 다른 인간? 아니 사이보그?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뇌와 몸이 없어져도 온라인에 영원히 살아남아있는 존재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까지 영원히 살아가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었다. 그건 살아있는 존재도 아니고 영원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피터 박사가 서서히 사이보그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히 보고 있자니 기계와 인간의 융합은 또 다른 인간의 탄생인듯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건 영생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여전히 물음표다. 영원한 인간의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3 - 기정학技政學의 시대, 누가 21세기 기술 패권을 차지할 것인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환경, 경제, 자원, 인구 등 7개 분야를 통합적으로 전망해 총 50개의 전략을 제시하는 국가미래전략 보고서이다. 국가의 미래라니 엄청나게 거창하고 사명감 있어 보이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암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AI, 모빌리티, 블록체인기술, 가상현실, 로봇, 교육, 환경 등 그 어느 하나 선점하는 것이 없고,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아 보였다. 여전히 예전의 하드웨어적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져 있어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기술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예산 또한 밀리기 일쑤다.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기 시작한 건 바로 중국의 놀라운 과학 기술 개발과 발전 속도이다. 미국이 중국을 이토록 견제하는 이유는 기술 분야가 산업을 넘어 경제와 안보, 군사력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술을 가진 국가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니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 또한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했지만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거센 변화에 전략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위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건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될 뿐 앞으로 상당 부분 차지할 AI 반도체 경쟁력에는 상당히 취약한 상태이다.



인류는 그동안 여러 번의 산업혁명을 거쳐 지금의 21세기를 살아오고 있다. 그 격동의 혁명에는 과학기술이 있었고 기술력을 가진 나라가 패권 국가가 될 수 있었다. 미래 융합 서비스의 핵심 기술 6G 이동통신, 팬데믹이 심화시킨 기술 전장 첨단 바이오 기술, 변하지 않는 전략 자산인 소재•부품•장비 기술, 초거대 인공지능을 구현할 AI 반도체 기술, 값싸고 오래가고 가벼운 충전 시대를 이끌 차세대 이차전지, 지정학적 패권 경쟁의 범위를 넓혀갈 우주탐사 기술, 나노와 디지털을 넘어선 양자 정보기술. 카이스트가 제시한 '세븐 테크'에 우린 얼마나 준비하고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 또한 결정될 수 있는 이 기술의 변화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 귀신부터 저승사자까지, 초자연현상을 물리치는 괴심 파괴 화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심야괴담회>를 즐겨보는 나로선 괴심 파괴자 곽재식 작가님의 김빠지는 해석이 늘 불만이었다. 하지만 직접 공포스러운 일을 겪고 나니 그의 괴심파괴가 절실해진다.



과거 전염병이나 자연현상적인 일을 사람들은 귀신이나 악령이 쓰여서 그런 거라며 온갖 주술을 이용해 퇴치하려고 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동안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현상들이 과학으로 해석되고 그건 단순한 착각에 불가한 거라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극도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그런 무서운 이야기들을 분석하고 추적해 어떻게 해서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는지 화학적 원리로 풀어낸다.



어느 날 지구에 거대한 접시를 타고 온 외계인과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드 <브이>의 결말이 사실 다 꿈이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나 또한 결말이 꿈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건 에피소드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결말을 진짜 결말인 걸로 착각하는 것일까? 실제와 다른 내용을 사실이라고 잘못 기억하고 있는 만델라 효과, 잠자는 동안 귀신이 몸을 눌러 온몸이 마비되는 가위눌림, '끼이이이' 유령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귀와 '거기 있네?' 유령의 형체를 만들어내는 눈, 저절로 물건이 움직이고 사람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그들의 정체가 열팽창, 일산화탄소, 곰팡이 독소, 파레이돌리아, 멜라토닌 등 화학물질과 만나며 그 의문점이 서서히 풀린다.



하지만 완독을 하고 나서도 난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많다. 매일 새벽 같은 시간 나를 찾아왔던 다리 없던 남자와 아이, 3층 창문 밖에서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여자 그리고 계속 노려보던 목만 있는 갓 쓴 할아버지까지 그들은 정말 나의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 찾아왔었던 것일까?



공포를 경험해 봤던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흥미진진한 괴담과 화학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